9와 숫자들 '칼리지 부기' 초단편 노래 소설
따닥 딱 딱, 창문 바깥으로 들리는 라디에이터에 소리에 진희는 잠에서 깼다. 한 겨울 점심시간 때 즈음이면 늘 이 따닥 거리는 망치소리가 여학생 휴게실에 길게 울려 퍼지곤 했다. 저 소리를 들은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진희는 가끔씩 놀라곤 한다. 기말고사가 끝난 12월이면 시끌벅적하던 교정이 삽시간에 조용하게 바뀌는 것도, 진희는 적응이 되지 않았다. 벌써 세 번째 겪고 있는 교정의 맹추위도, 한겨울이면 계절학기를 듣거나 과제를 하는 학생들을 따닥 딱 놀라게 하곤 하는 저 라디에이터 소리도, 진희는 여전히 낯설게만 느껴졌다.
진희는 누워있던 자리에서 고개를 반대로 돌려 창문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따닥 딱 따다닥 딱 불규칙한 소음을 내는 라디에이터 소리를 들으며, 진희는 더 자는 건 글렀고 이젠 일어나야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며 하늘을 바라봤다.
“끄응, 뭐야...”
등 뒤에서 짧은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진희는 등 너머 바로 옆에서 작은 동작으로 부스럭거리기 시작하는 둥근 물체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시끄러운데 잘도 잔다, 너도 참.”
한참을 부스럭거리던 둥근 이불 더미 끄트머리에서 지은이 쏙, 하고 고개를 내민다.
“나도 시끄러워서 깼어. 저건 언제 들어도 적응이 안 되네, 차암.”
지은도 라디에이터 소리 때문에 잠을 설친 지 오래였지만, 눈을 질끈 감고 어떻게든 다시 잠에 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지은은 간이침대 밖으로 삐져나온 발가락을 오므리며 말했다.
“어후, 추워. 여긴 몇 년째 난방도 제대로 안 들어오구.”
기지개를 쭉 편 지은은 펄럭 소리를 내며 이불속으로 다시 온몸을 밀어 넣는다. 이불 위에 고요하게 쌓여있던 먼지가 하얗게 공중에 쌓였다가 다시 지은과 진희 머리 위로 내려앉았다. 야야, 너 때문에 먼지가 이렇게 풀풀 날리잖아. 진희는 언제 빨래를 했는지 감도 안 잡힐 정도로 먼지 냄새를 가득 머금고 있는 휴게실의 이불을 다시 덮으며 지은에게 툴툴거렸다. 이불 안쪽에서 지은이 웅얼웅얼 소리를 낸다. 그게 좀 마신다고 안 죽어요, 최 선생님, 네가 마시고 다닌 미세먼지가 얼만데. 진희는 눈만 쏙 내밀고 웅얼거리는 지은을 어이없다는 듯 째려봤지만 진희의 눈에 잡히는 건 지은의 갈색 머리카락뿐이었다.
진희는 분한 마음에 이불이 내동댕이쳐질 정도로 크게 발을 굴렀다. 진희와 지은이 누워있던 간이침대가 콩콩 소리를 내며 흔들거렸다. 아휴 왜 이래, 몸무게도 많이 나가면서 너 진짜, 지은은 이불 안쪽에서 계속 웅얼거리는 소리로 짜증을 냈다. 어휴 정신 사나워, 그만 좀! 지은은 계속해서 발을 구르는 진희를 향해 소리를 빽 지르면서도, 진희가 쉬지 않고 발을 움직이는 광경이 마치 만화 속에 나오는 공룡같이 느껴져 키득키득 웃음이 삐져나오는 걸 참을 수 없었다.
“추워서 그렇지. 아오 일어나기 싫어.”
진희가 갑자기 발 구르는 걸 그만두자 또다시 뽀얀 먼지가 둘의 머리 위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진희는 저렇게 먼지나 되었으면 좋겠다고 가만히 생각했다. 과제나 졸업전시가 없는, 어디에나 내려 붙어도 티도 나지 않는 저 먼지나 되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교수 심사 몇 시더라”
키득거리는 걸 멈춘 지은이 이불속에서 웅얼거리며 진희에게 물었다. 진희는 눈만 또록 왼쪽 구석 끝으로 굴리며 시계를 바라봤다.
“한 시간 뒤. 야 우리 이제 일어나야 돼, 진짜루.”
먼지투성이의 이불을 걷고 몸을 반쯤 일으키며 진희가 말했다. 이제 밤샘도 못 할 짓이다, 진짜. 혼잣말을 하며 일어나는 진희의 왼손을 지은이 가만히 잡는다.
“좀만 더 자자. 십 분만 더.”
지은은 이불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며 진희를 바라보았다. 킬룩, 웃음인지 기침인지 모를 소리를 내며 진희를 바라보는 지은의 눈이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넌 더 자, 난 잠 안 와. 그럼 나 십 분 지나서 깨워 줘, 응? 지은의 눈이 다시 이불속으로 쏙, 사라진다. 이불속으로 사라진 지은은 진희의 왼손을 좀전보다 더 꼬옥 붙잡고 금세 잠에 빠졌다.
진희는 여학생 휴게실을 여전히 가득 채우고 있는 작고 가벼운 먼지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졸업전시가 끝나고 더 이상 이곳에서 눈을 붙이지 않아도 되는 아침이 온다고 해도 저 흩날리는 먼지들과 왼손을 꼭 붙잡고 놓지 않는 지은의 체온만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진희는 생각했다.
따닥 딱 불규칙의 라디에이터는 여전히 진희의 오른쪽 창가에서 춤추고 있었고, 진희는 앉은자리에서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래, 십 분만 딱 십 분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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