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주 씨에게

9와 숫자들 '이것이 사랑이라면' 초단편 노래 소설

by 강민영

안녕하세요, 태주 씨.

잠이 안 와 펜을 들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딱히 있지 않는 데도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태주 씨는 지금쯤 꿈나라에 있을까요. 태주 씨가 있는 곳은 몇 시 즈음되었을까요.


지금의 서울은 무더위가 한창입니다. 한낮에는 너무 뜨거워 밖에 있기가 힘들어요. 지난주에는 불볕더위에 쓰러지는 사람들까지 발생했다고 하네요. 시원한 카페 안에 앉아 지글지글 익는 바깥의 아스팔트를 바라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어요. 달걀 하나 올려놓으면 금세 익어버릴 것만 같은, 그런 날씨입니다.

태주 씨가 있는 곳은 이제 한창 겨울을 지나고 있겠어요. 그곳은 한겨울이라도 그렇게 춥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반면에 서울의 겨울은... 겨울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만두죠. 아직 몇 개월이나 남았고, 살을 에는 추위와 영하의 어두운 날씨들은 지금 이 계절에 맞지 않는 것 같네요.

요즘 같은 날은 창문을 열어 놓아도 서늘한 바람이 불지 않습니다.

지금 살짝 창문을 열어두고 작게 음악을 틀어 놓았어요. 제가 듣는 이 음악이 태주 씨가 있는 곳까지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럴 수 없겠죠, 물론. 그래도 함께 듣고 싶은 음악이긴 하네요.


오늘은 달이 참 밝게 떴습니다.

태주 씨가 있는 곳도 저렇게 예쁜 달이 밝게 떠서 태주 씨의 창가를 비추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달은 어디서 보아도 비슷한 모양이라던데, 그래서 요 며칠 동안 정말 그런지 아닌지 궁금해 달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어요. 하지만 생각보다 달이 빨리 움직여서, 달을 관찰하는 것이 좀 어려웠습니다. 해가 길어져서 달이 있는 시간이 짧아지고, 그래서 이런 관찰은 겨울에나 해야 하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집으로 돌아왔어요.

저 아름답게 빛나는 달을 카메라로 찍어서 태주 씨에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제 구닥다리 핸드폰으로는 아무리 해봐도 그냥 밝은 점 하나만 나오더라고요. 이래서는 길거리의 가로등보다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제 핸드폰 사진을 바라보면서 했습니다.

그래서 그만두었어요. 달을 핸드폰 카메라로 찍은 것을 말이에요.

아무리 찍어도 눈으로 보는 것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두어버렸습니다.


핸드폰 카메라 속의 달 사진들을 지우다가 문득 태주 씨 사진을 발견했어요.

제 핸드폰 속에 태주 씨 사진은 많지 않지만 가끔 보고 싶을 때마다 들여다보려고 했던 태주 씨 사진들이 좀 있지요.

생각해보니 우리는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아서, 앨범 속에는 태주 씨가 혼자 찍은 사진들이 훨씬 많습니다.

태주 씨의 프로필 사진도 있고, 태주 씨가 가끔씩 핸드폰으로 보내주었던 사진들이 대부분이고, 페이스북에 공유했던 태주 씨 사진도 가끔씩 저장해두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보니, 태주 씨는 달 같은 사람이네요.

달처럼 두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그런 사람이었네요.

언제든 꺼내서 볼 수 있게 이렇게 앨범 속에 넣어서 다니지만, 태주 씨도 달처럼 직접 보지 않으면 그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낄 수 없는, 그런 사람이었네요 제게는.

자꾸만 마주 보려 해도 마주 보아지지 않는 저 달을 놓아주기로 했던 오늘 저녁의 끄트머리에서,

저는 태주 씨 생각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태주 씨와 달의 공통점을 이렇게 찾으면서 말이에요.


태주 씨.

저는 항상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고 또 아끼고, 아껴왔어요.

왜냐하면 '사랑한다'는 말은 너무도 달콤하고 유혹적이며 숭고하여, 그 말을 아무 때나 아무렇게나 말해버리면 날아가버릴 것만 같아서 말이에요. 정말로 함부로 하고 싶지 않은 말이었는데, 너무도 쓴 지 오래되어서 가끔씩 혼자 되뇌어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있잖아요, 태주 씨. 오늘은 그 말을 그렇게도 하고 싶은 거 있죠.

태주 씨가 바로 옆에 있다면 그 말을 태주 씨에게 너무도 하고 싶은 밤입니다.


달이 그새 많이 움직였네요. 이젠 정말 자야 할 때가 된 것 같아요.

태주 씨, 오늘도 좋은 꿈 꾸시고요, 감기는 걸리지 말고요.


사랑해요, 보고 싶은 나의 태주 씨.


https://music.naver.com/album/index.nhn?albumId=166981&trackId=2131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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