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8시 반.
거실 불빛은 노랗게 번지고, 핸드폰 화면만 새하얗게 밝다.
카톡이 읽고 씹혔다.
우리는 바쁠 때 카톡을 읽고 여유가 있을 때 답장하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머리로는 안다. 그런데도 내 불안은 온몸을 타고 올라온다.
‘그가 날 찰 생각을 하고, 깊은 고민에 빠진거면 어쩌지’
불안은 한 번 들어오면 멈추지 않는다.
나는 이미 헤어지는 과정을 거쳐, 헤어진 뒤의 나까지 상상해버린다.
이별 후 메신저에서 지울 대화 목록, 같이 하기로 했던 일정, 삭제할 사진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장면들이 벌써 마음을 점령한다.
띵동
그때 카톡이 온다.
아무렇지 않은 평범한 일상 대화.
오늘도 내 부정적인 상상은 상상만으로 멈췄다.
정말 다행이지만 나는 이 레퍼토리를 멈출 수가 없다.
누구든지 날 쉽게 버릴 수 있다는 불안감.
상대방을 끝까지 믿지 못하는 간사한 마음.
이 그림자는 대체 어떻게 해야 사라질까.
아니, 사라질 수는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