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전 어느 상큼한 아침
눈이 상큼하게 떠지는 아침이 있다.
그런 날이면 출근 전 카페를 가기로 마음먹는다.
새로 생긴 조용한 카페에 갈까. 크로크무슈가 맛있는 투썸 플레이스를 갈까. 스타벅스도 괜찮을 것 같다. 생각하며 야무지게 출근 준비를 한다. (준비는 약간 허둥지둥하는 맛이 있다.)
오늘은 역 앞 투썸 플레이스로 결정하고 집을 나선다. 생각보다 한산한 지하철. 출근 직전의 지하철은 항상 북적이는데, 오늘같이 일찍 집을 나서는 날이면 고작 한 시간 차이인데도 열차가 한산하다.
무거운 유리문을 열고 카페에 들어선다. 아침의 카페는 저녁과 완전히 다른 곳이 된다. 같은 곳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침의 이곳은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하다.
왁자지껄 시끄러운 저녁과 다르게, 구석구석 명당자리를 잡은 아침의 사람들은 비밀 이야기라도 하듯 조심스럽게 말을 나눈다. 말이 새어 나갈까 걱정이라도 하듯이.
머리에 후드를 눌러쓴 채 타닥타닥 노트북을 하는 학생들도 있다. 취업준비생일까. 그렇다면 아침마다 창밖으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고역일 텐데. 왜 창문 쪽으로 자리를 잡은 걸까. 멋대로 생각하며.
카드는 앞쪽에 꽂아주세요.
무표정한 얼굴, 친절한 말투의 직원이 말한다. 포스를 띡띡 누르는 손은 물기가 남아 있고, 직원의 뒤편에는 딸기가 한가득 스티로폼에 담겨있다. 딸기 꼭지를 따다 만 채 주문을 받는 모양이었다. 저 머피의 법칙. 꼭 저럴 때 손님이 오더라. 분명 저 직원도 똑같이 생각할 텐데. 그렇게 주문을 하고 자리를 골라 앉는다.
오래전, 투썸 플레이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오픈조였던 나는 매일 아침 오픈 준비로 바빴다. 딸기 꼭지 따기, 재고 정리하기 같은 것들. 그래서 내 오픈 준비를 방해하는 손님들이 싫었다.
가게 문을 열자마자 들어와 모닝 세트를 시키는 사람들은 뭐 하는 사람들일까. 툴툴대며 커피를 내리기 바빴고, 퇴근 시간에는 잔머리가 다 삐져나와 보기 싫은 베레모를 벗어던져버리고 퇴근을 하곤 했다.
출근하기까지 시간은 넉넉하다. 도서관에 빌린 소설책을 꺼내 읽는다. 다양하게 읽으려고 하지만 결국 읽는 책은 소설 혹은 에세이. 자기 개발서나 인문학은 손이 가질 않아 걱정이다.
최근 재미 들여 시작한 책 읽기 방법이 있다. 마음에 드는 구절에 얇은 북마크 스티커를 붙이는 것. 다 읽고 나면 내가 그 책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알 수 있다. 덕지덕지 붙은 스티커로 남겨져 며칠 여운이 남는 책이 있는 반면, 한두 개의 스티커밖에 붙여지지 않은, 그저 그런 책들도 있다.
지이잉- 진동벨이 울렸다. 읽던 책을 손가락에 끼우고 커피를 받으러 간다. 어떤 소설 주인공의 말처럼 오른손 집게손가락이 아직 그 소설 속 장소에 있다고 생각하며.
책에 몰입하게 되는 날이 있는가 하면, 그러지 못하는 날도 있다. 그럴 때면 창밖에 움직이는 사람들을 멍하니 쳐다본다. 신호등을 기다리는 사람들. 헬멧을 쓰고 지나가는 공사장 아저씨들.
흥미로운 타깃을 발견하면 눈으로 쫓기도 한다. 물기가 마르지 않은 머리에 벙벙한 맨투맨. 에코백을 겨드랑이에 꼭 끼고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 여자. 맨 얼굴이라 그런지 어려 보인다. 혹시 근처 아르바이트생은 아닐까.
8시 50분. 신호등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아까보다 많아졌다. 나도 그 틈에 끼어 함께 신호등을 건너간다. 크로크무슈를 먹은 속이 약간 니글거리지만, 그 느낌이 나쁘지 않다. 아침을 먹은 든든한 걸음으로 회사에 간다.
긍정적인 마음은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지만, 문제를 해결할 용기를 준다. 알이즈웰. – 영화 세 얼간이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