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주의 남자가 결혼을 선택한 이유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타인

by 승훈

그런 사람이 있다. 친구들 중 아무도 예상치 못하게 결혼을 먼저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내가 됐다.


나는 내 친구들 중 가장 먼저 결혼했다. 30대 초반, 결혼 적령기이긴 하지만 나를 오래 알고 지낸 친구들은 내가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 들어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거다.


나는 사소한 일상에서는 안정을 추구하지만, 삶의 굵직한 선택 앞에서는 다소 파격적인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었다.


고등학교 진학 대신 록 밴드를 하겠다며 기타를 들었고, 대학 진학도 포기했다. 군 전역 후에는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 성공을 꿈꾸며 고생길을 자처했다. 음악을 그만둔 후에는 카페 일을 전전하다가, 우연히 취미로 시작한 글쓰기가 직업이 되어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러한 나에게 결혼은 낯설고 먼 이야기였다. 나 역시 내 성향을 잘 알고 있었기에, 5년 전만 해도 결혼하여 가정을 꾸린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늙어서도 혼자 지내는 모습이 더 잘 어울린다는 말을 자주 듣곤 했다. 타고난 팔자에 결혼은 없는 것처럼 여겨지던 내가 결혼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내 덕분이다.

흔히 결혼은 '반쪽'을 찾는 일이라고 한다. '반쪽'이라는 말은 마치 잃어버린 조각, 원래 하나였지만 흩어진 무언가, 그 반쪽을 찾아야 비로소 완전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의미처럼 들린다. 하지만 나는 아내를 내 '반쪽'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내가 나라는 인간의 잃어버린 반쪽을 찾고 있었다면, 우리는 결혼하지 않았을 거다.


거울 속에 비친 나는 누구보다 혼자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당연한 말이지만, '아내'라는 한 사람을 바라보고 결혼을 결심했다.


아내는 내 반쪽도, 내 일부도, 나를 완성시키는 무언가도 아니었다. 아내는 아내였다.


나의 또 다른 반쪽이 나를 찾아와 봤자 무슨 소용이 있었을까? 결국 같은 고민과 생각에 갇힌 인간만 둘로 늘어날 뿐이다.

나 자신이 아닌, 온전한 '타인'만이 한 사람의 세상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 나는 내 '반쪽'이 아닌 '아내'라는 온전한 한 사람을 보았기에, 결혼이라는 새로운 세상으로 한 발짝 내디딜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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