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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세상엔 나보다 더한 고수도 많다.

위를 보며 겸손해지는 이유

by 조슬기


“그 정도로 자격증 따셨으면 방송 나가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나도 과거에 자격증을 많이 딴 사람이 출연한 방송을 본 적이 있다. 그때는 ‘와, 저 사람 정말 대단하네.’라고 생각했었지만 이제는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시선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처음엔 이런 말을 들으면 그냥 웃어넘겼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었던 만화 ‘드래곤볼’의 ‘제21회 천하제일 무술대회 편’을 보면, 주인공 ‘손오공’이 친구 ‘크리링’과 함께 ‘무천도사’의 제자가 되어 혹독한 수련을 거친 뒤, 수련의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 ‘천하제일 무술대회’에 참가한다. 하지만 결승전에서 ‘잭키 춘’이란 인물에게 패배해 준우승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 잭키 춘은 사실 무천도사가 변장한 모습이다. 제자들이 쉽게 우승할 경우 자만할 것을 우려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기 위해 대회에 참여한 것이었다. 덕분에 손오공은 패배를 통해 더 겸손해지고 수련에 정진하게 된다.


자신과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이 모이는 곳을 ‘동호회’라고 하는데 인터넷상에서는 보통 ‘카페’라고 부른다. 나 역시 자격증 취득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모인 카페를 찾아 가입했고, 지금도 가끔 활동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내가 깨달은 건 아주 단순하면서도 강렬하다.


“세상은 정말 넓다.”


내 주변 기준으로만 보면 나는 자격증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만난 ‘진짜 고수’들 앞에서는 그저 우물 안 개구리였다. 30개, 40개는 물론이고, 100개가 넘는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도 있었다. 이쯤 되면 ‘그냥 한다.’는 취미 수준을 한참 넘어선 경지다. 그런 사람들을 실제로 보고 나니 나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졌다. 그리고 그만큼 존경심도 들었다. 이 생활을 꾸준히 이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도 생겼다.


그래서 요즘은 누가 “방송 나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라는 물으면 웃으며 이렇게 대답한다.

“저보다 훨씬 대단한 고수들이 세상에 많더라고요.”

”그분들 앞에선 전 명함도 못 내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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