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가 없으면 오히려 깊게 들어간다.
“혼자서 건물이라도 지으실 생각이세요?”
남들이 볼 땐 내가 거창한 목표를 갖고 이 취미를 이어가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실제로 저 질문을 받았을 땐 “네?” 하고 어리둥절했지만, 그 질문은 전기전자과 교사인 내가 전기, 전자 분야뿐 아니라 계열 가리지 않고 자격증을 따는 걸 보고 농담 삼아 던졌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정작 나 자신은 농담으로조차 그런 거창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목표가 없다.’는 것이 내 철학이었다. 그저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 순간엔 이런 농담까지 듣게 되었고, 그 사실이 오히려 나에겐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았다. 되려 내가 처음부터 큰 목표를 세우고 시작했다면 중간에 지쳐 포기하지 않았을까 싶다.
예를 들어보자.
‘체력을 키우겠다.’는 목표로 팔굽혀펴기를 한다고 생각해 보자. 운동을 꾸준히 해온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처음엔 열 개도 버겁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처음부터 ‘팔굽혀펴기 100개씩 하기’를 목표로 삼는다면? 아마도 며칠은 의욕적으로 하다가 현실과 목표의 차이를 깨닫고 곧 포기해 버릴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목표를 조금만 낮춰보자.
“지난주 보다 하나만 더 하기.”
1주 차에 10개 했다면 2주 차는 11개, 3주 차는 12개, 이런 식으로 계속한다면 91주 차쯤엔 100개를 하게 될 것이다. 물론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아니, 그걸 무슨 수로 2년이나 하라고?”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라면 2년은 오히려 짧게 느껴질 수도 있다. 진짜 관심이 있다면 ‘2년을 어떻게 버티냐?’가 아니라 ‘10년쯤 해볼 수도 있다.’는 마음가짐이 생긴다.
나도 그랬다. 처음은 공유압 회로에 관심이 생겨서 ‘공유압기능사’ 시험을 봤는데 실기시험을 겨우 턱걸이로 합격하였다. 하지만 그 경험 덕분에 공유압 회로를 실기시험으로 포함하는 ‘설비보전기능사’는 비교적 쉽게 합격할 수 있었고, 그다음엔 ‘설비보전기사’까지 도전해 결국 취득하였다.
물론 처음부터 최고 등급을 바로 도전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급하게 배운 건 쉽게 잊히기 마련이고, 천천히 하나씩 단계를 밟아간 게 오히려 더 실력을 쌓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진심으로 이렇게 말해 볼까?
“혼자서 건물 지어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