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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ena May 21. 2021

운동에 대한 나의 기록

나 운동하는 여자야.

"어? 오늘 수업 없는 날인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요가원장님께서 문을 닫으시면서 말씀하신다.

앗차!

어제는 공휴일이라서 쉬었고, 오늘은 수업이 원래 없는 목요일인데, 어제 쉬는 바람에 그랬나?

요가하러 가야한다고 아침부터 분주하게 아들 유치원 등원에 공을 쏟았다.

원장님께서 "온거 아깝다, 구르기 백번만 하고 가시죠" 그러시면서 나를 안으로 잡아 끄신다. 집 가까워서 괜찮아요~ 라고 말했지만 이미 나는 신발을 벗고 있는 중이었다.  발가락과 다리 스트레칭을 시켜주신다. 구르기도 함께 해주시는 원장 선생님. "하낫!둘!셋!넷!" 언제나 열정적인 목소리, 힘이 넘친다.  조금이라도 더 운동하게 해주시려는 배려의 마음을 항상 느꼈지만 휴강인 날까지 이렇게 챙겨주시니 더 감사했다.


사실 '운동,근력' 나와는 거리가 좀 먼 단어이다.

어릴때부터 빈혈이 심해서, 운동을 조금만 하면 숨이 넘어갈 것 같았고, 죽을 것 같아서 "아, 나는 운동을 못하는 사람이구나" 그렇게 나는 운동이라는것을 포기했고, 그것은 나와 상관 없는 것이 되었다.

피곤하지 않은 날에도 왜 그렇게 다크써클은 턱까지 내려와 있는지, 혈색은 시커무리 둥둥 했는지......

살면서 두번이나 "시체같은 몸"이라는 말을 들은 흑역사도 있다.


직장 생활 6년차쯤 되었을 무렵이었다.  

뭐 재밌는 일 없을까하면서 찾아보다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졌고, 기왕이면 살도 빼면 좋겠다 싶어서 동네 헬스장을 찾았다. 헬스장은 넓직한 공간에 사람도 많고, 조명도 환했다. 그룹운동을 하는 방에서는 신나는 음악이 꿍꿍하고 울렸다. 그야 말로 활기가 넘쳤다. 이런 분위기가 오랜만이라 나는 조금 설레었고, 신까지 나려고 했다. 헬스장이 나를 제대로 홀렸다. 이거 재밌겠는데? 하면서 바로 헬스장을 등록해 버렸으니 말이다. PT 30회와 함께...

나는 혼자 운동을 하면 분명 금방 그만 둘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운동을 배울 수 있는 PT 수강권까지 함께 끊었다.


나이가 나랑 동갑이었다. PT 강사중에는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었다. 그 당시 29세.  

운동은 시작됐고, 나는 열심히 따라했다.  죽을 힘을 다해 따라했다. 그냥 뭔가 새로운것을 열심히 하고 싶었던것 같다.

PT 강사가 인상좀 펴라는 말을 여러번 했던 기억이 난다. 근력이 없으니 기구 운동을 할때 내가 꾀나 인상을 썼나보다. 잠시 쉴 때 다른 사람들 운동하는 것을 보면 인상 쓰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 나도 우아하게 운동하고 싶었지만 운동할때는 근력이 없어서 안간힘을 쓰니 눈살 찌푸리며 인상이 써지는것은 피할 수가 없었다.


 

 

PT 강사가 나를 보기 안쓰러웠던건지 열심히 해서 기특했는지 아니면 책임감때문에 운동을 시키려고 그랬나? 안간힘을 쓰며 운동을 할때는 옆에 와서 같이 동작을 해줬다. 왜 혼자 할때는 잘 안되다가 옆에서 누가 같이 해주면 되는지, 같이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는것을 알았다. 그렇게 나는 3개월 정도 PT를 받았고, 근육이 꾀나 생겨 몸무게는 6kg이나 늘어났지만 사이즈는 줄어드는 기이한 현상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때 그 PT강사님은 오래 함께 하지 못했고, 독립해서 헬스장을 차려서 나갔다. 독립해서 나가기 전에 PT를 받으며 강사님에게 다른 운동하는 친구들을 소개 받았었는데, 그 친구들과 그룹 운동도 매일 같이 하고, 운동 끝나고 술도 한잔하면서 친해졌다. 그 시간이 내 인생에서 참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새로 배정받은 PT 강사는 운동을 너무 힘들게 시켰고, 이래저래 정이 안갔던 나는 PT를 그만 두고 친구들과 함께 그룹 운동만 하게 됐다. 그렇게 나의 첫번째 PT강사가 엮어준 친구들과 2년이라는 시간동안 나는 운동이라는것을 했다. 그것도 아주 즐겁게 했다.


 오늘 요가학원에서 휴강임에도 불구하고, 잠시나마 함께 운동해 주시는 요가원장님을 보면서 나의 20대 끝자락에 운동의 즐거움을 알려준 PT 강사님이 생각이 났다. 지금 어디에서 잘 살고 있겠지?


휴직하고 쉬고 있었는데도 허리 통증이 가시지 않아 요가를 시작했다. 이번주가 3주차.

30대초반에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면서 또 운동은 담을 쌓고 살았다. 직장다니며,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까지 하면서 운동할 시간은 쥐어 짜 내도 안생겼다. 낼모레 40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 나도 좀 관리를 해야겠다. 좋은 요가 선생님을 만나서 너무 감사하고, 앞으로 계속 2년 아니, 죽을때까지 요가는 계속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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