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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ena Aug 16. 2021

차라리 "과식"이라는 말에 집중해 보기

탐욕스러운 식욕의 통제

과식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느낌이 강하다. 

그에 반해 소식이라는 말은 긍정적인 느낌이다. 




사람은 언제나 긍정적이어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강박이 있어서 과식이라는 단어 자체를 의도적으로 피했다. 

나의 경우 오늘의 To do list를 작성할 때도 "소식하기"라는 말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 다이어트 때문은 아니다. 172cm/62kg 평범한 몸. 한국 여자로 태어나 누구나 갈망하는 마른 몸이 되고 싶은 적도 있었지만, 이 세상에는 맛있는 게 너무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먹을 때의 행복감은 정말 나에게 인생의 유일한 낙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래서 나는 마른 몸 대신 맛있는 음식을 택해 왔다. 




아침은 SKIP. 

아침을 먹어야 과식을 방지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아침을 적게나마 먹는 시도를 해 봤지만, 거의 10년 이상을 먹지 않았던 아침 식사를 하게 되면 체하거나, 더부룩한 배로 오전시간을 보내야 한다. 허전한 입맛을 채우기 위해 커피를 아침식사 대신으로 먹었던 적도 있지만 만성 위염 진단을 받은 뒤로는 아침 커피는 끊었다. 


점심은 샐러드나 한식, 또는 한식 비스무리하게 먹는다. 

샐러드를 먹을 때는 큐브 스테이크를 얹거나, 베이컨 또는 리코타 치즈 듬뿍 얹어서 올리브 오일 드레싱과 함께 먹으면 이것을 누가 다이어트 식단이라고 하겠는가? 포만감에 맛까지 두루두루 나를 만족시켜주는 메뉴다. 한식은 또 말할 것도 없다. 키토식에 매료되어 '한식은 당파티일 뿐이야' 하면서 거들떠도 안 보던 때가 있었다. 키토식 차려먹기에 잠시 헤이해졌을 때 시어머니가 보내주신 밑반찬과 밥을 먹기 시작했다.  아! 바로 이맛이지 하면서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워 버린다. 오랫동안 한식을 안 먹었더니 더 맛있게 느껴진다. 그 설탕의 맛이란......


저녁은 거의 배달 음식이나, 외식을 주로 한다. 집에서 먹을 때는 생선을 굽거나, 코스트코에서 산 팩으로 된 국과 함께 먹기도 하고, 고기를 구워서 쌈에 싸먹기도 하고, 최대한 간단하게 먹는다. 무언가 소소하게라도 만들기 시작하면 한시 간 이상은 걸리고, 그렇게 오래 기다려서 먹는 밥상이 너무 맛이 없다. 솔직히 객관적으로 보면 맛이 없는 게 맞는 것 같다. 맞다. 내가 바로 그 요알못이다. 


점심과 저녁 사이에 먹는 간식도 있다. 

치즈케이크와 아메리카노, 초콜릿 쿠키와 아메리카노, 이것도 아니면 버터와 단팥이 앙 물려 있는 앙버터, 딸기와 유자청이 달콤한 딸기 유자 라떼. 내겐 너무나도 행복한 간식시간이다. 

간식은 안 먹겠다고 매일 아침 다짐을 하지만 오후 4시쯤 되면 무용지물. 뭔가 입이 심심하다. 입이 사람도 아니고 왜 입이라는 것이 심심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인가. 통제력은 저기 안드로메다로 가버린다. 요즘엔 디저트도 배달이 된다. 오후쯤 배달의 민족이나, 아들램 과자 창고를 기웃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왜 이 세상에는 이렇게도 맛있는 음식이 많은 건지.. 

먹는 기쁨은 잠시이고, 더부룩함과 함께 통제력을 잃었다는 비참함으로 가득한 저녁을 보낼 텐데 말이다. 저녁뿐 아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면 무거운 몸을 일으키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하며 팔다리 얼굴은 뚱뚱 부은 채로 일어난다. 






과식하지 않기 위해서 소식이라는 그 단어에 더 집착한 것 같다. 그 "소식" 하지도 못할것......

오늘은 과식이라는 말에 집중해 보기로 했다. 왜 나는, 또 사람들은 먹는 생각을 놓을 수 없는 걸까? 



 그것은 바로 음식에 포함된 설탕 때문이다.  


 첫번째 단맛의 중독성, 

설탕으로 맛을 낸 음식을 먹으면 먹을 수록 더 먹고 싶게 만드는 중독성이 있다. 그 이유는 인슐린 호르몬과 관련이 있는데, 많은 양의 당을 섭취하면  혈당수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이를 감소시키는 인슐린도 빠르게 분비된다. 그 결과 혈당은 급격하게 떨어지고 부족해진 혈당을 채우기 위해 나도 모르게 계속해서 단맛을 찾게 된다. 실제로 설탕의 중독성은 코카인의 8배에 달한다고 한다. 과도한 당섭취는 장내 세균활동을 활발하게 만들어 소화장애를 일으키고 뇌신경을 변형시켜 무기력, 집중력 저하, 건망증등 각종 부작용을 일으킨다.   


 두번째 과식 유도, 

우리가 즐겨먹는 탄산음료 속에는 많은양의 과당이 들어 있지만 이것을 마신다고 해서 배가 부르진 않다. 과당은 아무리 섭취해도 포도당과 달리 뇌에서는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설탕을 과다 섭취하는것이 반복되면 인슐린 반응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아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렙틴 호르몬이 줄고, 오히려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그렐린 호르몬이 증가하여 과식을 부르게 되는것이다. 또한 단맛은 짠맛과 함께 일때 더 극대화 되기 때문에 나트륨섭취도 함께 늘어난다.

 

 세번째 당신생기능저하, 

설탕은 몸속에서 포도당으로 흡수되어 세포활동을 돕는 에너지로 쓰인다. 하지만 설탕이 아니더라도 단백질, 채소를 골고루 섭취하면 여기에서도 충분한 양의 포도당을 얻을 수 있는데, 단백질과 채소로 부터 얻은 영양소는 간에서 포도당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이것을 당신생기능이라고 하는데, 외부에서 당이 끊임 없이 들어온다면 당신생이 일어날 시간이 없어 그 기능이 점점 떨어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당질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혈당을 조절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설탕 중독을 끊기 힘들어지게 된다. 


 배달음식이나 외식에서 이정도면 괜찮겠지 하면서 조금씩 단짠단짠한 음식들을 먹기 시작했고, 나의 몸은 비커속 개구리처럼 천천히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하루에 1초도 가뿐한 느낌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나중에는 몸이 점점 붓고 아침에 일어나면 땡땡부은 눈과 마주해야했다.  음식에 들어 있는 온갖 첨가물과 설탕, 인공감미료들이 나의 몸을 괴롭히고 있다는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편리함에 노예가 되어 쉽게 놓아지지 않았지만 더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 귀찮니즘은 점점 심해졌고, 해야할 집안일과 육아로 나의 하루중 적지 않은 시간이 신경질로 변해버렸다. 아이에게도 남편에게도 미안했다. 


 이제 다시 몸을 정비해야 할때가 왔다. 

 키토, 안녕? 

 오랜만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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