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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나 노 Aug 14. 2024

마음 훈련 4-월급이 100만 원이나 줄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아마도 정말입니다.

이번 달은 월급이 100만 원이나 줄었다.

비상, 비상이다.

10만 원만, 아니 50만 원만 줄어도 큰 일인데 무려 100만 원이나 줄었다니..!


비율제 학원 강사, 그것도 영어 강사에게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은 두려운 터널이다.

아이들이 죄다 수학 공부해야 된다고 영어학원을 쉬는 바람에 기운이 빠진다.


“얘들아, 영어도 중요해! 물론 선생님도 알아, 수학이 더 중요하지.

수학 선생님들은 좋겠다, 너희가 알아서 수학 공부 해야 된다고 찾아오니깐.

하지만 그거 알아? 너희가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정말 필요한 건 영어야! “


수학은 시계보고 돈 계산 할 줄 알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부려보지만

아이들은 대학을 가려면 수학을 잘해야 된다고 내 남은 자존심을 톡- 부러뜨린다.

맞다, 나도 안다. 대학을 가려면 수학이 제일 중요한 지금의 수험 현실을.

그래서 한 발자국 물러나, 남아있는 고마운 영어 원정대와 함께 이 방학을 난다.


아이들이 떠났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느냐,

잔인하게도 나의 월급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번 달은 무려 100만 원이나 월급이 줄어들었다.

카드값과 빠져나가야 할 적금을 계산해 보니 딱 100만 원만큼이 부족했다.


이런! 서둘러 비상금 통장에 있던 100만 원을 인출해서 계좌에 채워 넣었다.

이제 내 비상금은 50만 원이 남았는데 이 또한 조만간 인출해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비상금 0원으로 한 달을 살아야 한다.

나, 괜찮을까?


그런데 다행히 생각보다는 마음이 크게 요동치지 않았다.

가난하게 자란 어린 시절의 환경 탓일까,

돈에 매우 집착하는 성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름 괜찮았다. (아마도 정말이다.)

그 이유는 뭘까.


나 스스로에게 붙여준 귀여운 애칭 하나가 있다.

그건 바로 ‘짠순이 짠짠짠.‘

그냥 짠순이라고 하면 너무 정이 없어서 뒤에 ‘짠짠짠’을 붙였더니 귀여운 애칭이 되었다.


친구들이나 지인들의 생일에는 좋은 선물을 턱턱 보내면서

정작 내가 가지고 싶은 것에는 한 없이 인색한 나는야 짠순이 짠짠짠.


나 자신에게 인색했던 고얀 버릇은 쉬이 고쳐지지 않는다.

어느 날 친구가 해준 말이 있었다.

자존감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를 딸처럼 키우는 것이라고.

딸을 키워 본 적은 없지만 딸 같은 강아지를 10년 키우면서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좋은 것을 먹이고, 예쁜 것을 입히고, 잘 놀아주고, 잘 재우고.


간단한 듯 간단해 보이지 않는 이 방법은 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결국 모든 문제는 돈으로 귀결되어 ‘그것도 다 돈이 있어야 하지!‘ 로 끝나버리고 마는 것을.

돈이 아까워 비싸고 좋은 것 하나를 사지 못하고 매 번 저렴한 가성비만 주워 담는 것을.


하지만 올해 연달아 네 번의 ‘죽음’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생각이 달라졌다.

그래, 정말로 나를 잘 돌보자.

돈은 물론 중요하지만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과 태도로 삶을 대하게 되었다.


샐러드는 비싸지만 건강을 위해 편의점 컵라면 대신 마켓컬리 샐러드를 사 먹어보았다.

만 원짜리 티셔츠만 입다가 마음에 드는 4만 원짜리 티셔츠도 사 입어보았다.

돈 쓸 때마다 전전긍긍하면서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신경이 곤두서있던 내가,

이제는 몇 백 원에서 몇 천 원 정도는 편리함을 위해 ‘에이, 그 정도는 편리함 값이라고 치자.’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니깐 월급이 100만 원이 깎였지만 그 100만 원으로 인해 1000만 원짜리 스트레스를 받기는 싫다.

언젠간 100만 원을 더 버는 날도 오겠지. (로또를 사볼까.)


내 마음이 돈에 대한 욕심으로부터 꽤나 자유로워졌다고 느낀 건,

100만 원이 줄어든 월급 통장을 보았을 때 그래도 감사한 마음이 들어서였다.

물론 속은 상하지만 이 돈이 ‘나’라는 사람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 내는 것은 아니다.


월 얼마를 벌면 귀중한 사람이고, 월 얼마를 못 벌면 형편없는 사람인 것이 아니다.

나는 스스로에게 늘 엄격한 잣대로 월 얼마 이상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며 살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그 강박을 깨뜨릴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 마음 훈련 기회인가!

얼마를 벌든지 못 벌든지 그것과 상관없이 나는 소중한 존재이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살아있다. 하루하루를 소소하고 행복하게 잘 지낼 수 있다.

그거면 됐다.


별 탈 없이 일을 할 수 있었기에 이만큼의 돈이라도 벌 수 있었던 것 아니겠나.

주어진 만큼에 감사하는 법을 배웠으니, 그걸로 충분하다.


돈은 있다가도 없는 것이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있다가 없어졌으니 이제는 없다가 있을 일만 남았다. 하하. (역시 로또를 사야겠다.)


무엇보다도 돈에 집착하고 욕심부리던 내 모습이 깨어지고

돈보다 귀중한 것은 바로 ‘매일의 별 탈 없는 삶’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으니 나는 좋다.


월급이 적게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나의 성장.

100만 원은 (다소 큰 금액이지만) 내 마음의 성장 값인 것으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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