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튤립에게 고마워.

봄이 오고 있음을 알려줘서.

by 집사가 되고싶다


얼마 전, 아내와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무심결에 튤립과 수선화 묘종을 하나씩 샀다.

왜 '무심결' 이라고 표현하냐면, 정말 말그대로 우리는 아직 꽃이 필 기미도 보이지 않았던, 이제 갓 땅에서 초록색 잎사귀가 올라오기 시작했던 저 두 녀석을 아무런 계획도 없이 카트에 담았기 때문에.


심지어 그 날, 그 어린 묘종을 집에 데리고 올라오지도 않고 차가운 현관에 그대로 방치해놨고 다음 날 창가로 가지고 올라오며 "예쁜 화분에서 잘 키워줄게" 라고 했던 약속을 지키지도 않은 채, 마트에서 집어 온 그 상태 그대로 창가에 나란히 세워두었다.


두 녀석을 세워둔 곳이 침실로 향하는 계단 옆 창문이었기 때문에 원하든 원치 않든 하루하루 조금씩 자라나는 식물의 '살이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녀석들의 성장이 당연스러워 진 뒤로 점차 말을 거는 횟수도, 눈길을 주는 횟수도 줄어들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붉은 봉오리는 튤립, 꽃으로서의 튤립이 되어있었다.


아직 사방이 갈색이고, 잔디에 초록 빛이 올라오기 한참 전이지만, 초록색 잎사귀에 불과했던 튤립이 꽃을 피우면서 우리집에 봄이 찾아왔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계단을 오르내리며 하루가 다르게 완전체 꽃으로 변하는 튤립을 보며 봄이 왔음을 느끼고, 유난히 지독하게 힘들었던 겨울이 가고 있음을 느낀다.


지난 겨울은 정말 유난히 힘들었다.

이제 그 혹독했던 겨울이 가고, 이 튤립처럼 화사하게 활짝 핀 봄이 우리 부부에게 찾아오길!


(수선화야, 이제 네 차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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