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밤낮이 바뀐 생활이 2주 가까이 계속되는 가운데,
잠깐이라도 바깥 공기를 맡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아서 매일 아침 해가 뜰 무렵 밖으로 나간다.
오늘은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오는 공기가 유난히 신선하고 유난히 선선해서 문을 열기 전까지도 바깥 공기에 대한 기대가 평소보다 컸다.
집안과 달리, 얊은 유리하나를 두고 구분된 바깥은 완연한 가을이었다.
이제 7월인데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가 느낀 오늘 새벽 공기와 바람의 냄새는 가을 그 자체였다.
난 아직 가을을 받아들일 준비는 커녕,
제대로 된 여름을 맛보지도 못했는데 다짜고짜 가을 냄새가 급습해오니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 공기를 맡을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갑자기 코를 통해 폐 속으로 쏟아지듯 들어오는 가을의 공기의 차가움이 너무 낯설었다.
하늘마저 이렇게 치사하게 파랗고 아름다울 수가 있나.
신기루 같았다.
나는 밤새도록 일하다가 잠깐 1분, 2분 정신 좀 차려보겠다고 밖으로 나왔는데, 하늘은 이 바보 멍청아 왜 이 좋은 나를 두고 답답한 건물 안에 쳐박혀 있는거니? 라고 나를 놀리듯 너무 개운한 모습으로 유유자적 흘러가고 있었다.
잡지도 못할 거, 어차피 잡을 마음도 없었지만
잠시나마 눈으로 좇았다.
7월에 만난 가을냄새와 가을공기, 그리고 가을하늘은 너무 낯설었다.
난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립다. 가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