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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상아 Feb 19. 2024

5. 친구를 부러워하다.

나를 잃어버리는 파국의 저울질

그렇다면 작은 상아는 왜 15년만에 깨어난 걸까?


처음 병원에서 공황장애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른 얼굴은 친구 로기였다. 대학교에서 만난 로기는 내가 되고 싶은 모습에 가까웠다. 똑똑함과 성실함을 지니는 것. 그것을 모두 가진 사람이 로기였다. 그리고 하필 꾸는 꿈이 같았다. 둘 다 멋지게 정상에 도달하자며 서로를 응원했다. 하지만 얼마 안돼서 나는 응원을 그만 두었다. 로기는 내가 응원하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걸 이미 갖고 있었다. 로기는 똑똑하고 성실했으며 큰 성공을 목전에 둔 사람 같았다. 그런 로기를 부러워하고 영영 질투했다.


내가 소망하는 종착지를 향해 세차게 달리고 있는데 누군가 저 앞에서 해맑게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면 처음엔 반갑다가도 좁혀지지 않는 간격에 마음이 급해지고 급기야 그 사람의 환한 표정에도 배알이 꼴려버리는 그런 못된 레퍼토리였다. 먼저 달리는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건만, 누군가의 꽁무니를 쫓는 역할을 맡은 게 원망스러웠다. 그런 고독한 레이스에서 원망의 화살은 나에게 쏘기 마련이었다. 로기보다 덜 똑똑하고 게으른 내가 미웠다.


처음엔 로기가 하는 행동을 따라하는 걸로 시작했다. 수기로 기록하는 걸 좋아하는 로기를 따라 수첩을 샀다. 로기가 읽는 책을 따라 읽었다. 로기가 구독하는 유튜브 계정까지 함께 구독했다. 하지만 나는 수기보다 스마트폰 메모가 더 편했고 시집보다는 소설이 더 좋았다. 경제 유튜브는 관심도 없었다. 그래도 로기처럼 되고 싶었다. 그게 내가 이루고 싶은 성공에 가까워지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나를 지우며 로기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일을 반복했다. SNS에 올라오는 로기의 멋진 글을 읽으며 나의 부족함을 상기했다. 그러다 SNS에 로기의 아이디만 보여도 심장이 철렁했다. 서서히 모양을 드러내는 스트레스에 로기와 팔로우를 끊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로기가 잘못한 게 하나도 없었다. 죄 없는 친구를 시기하는 내 자신이 다시 한번 싫었다.


결국 남을 뒤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진 결과물이 이거였다. 나는 나의 속도를 고려하지 않았다. 도수가 안 맞는 안경을 써서 시력이 떨어지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인지 눈 앞이 캄캄했다. 내가 나를 갉아먹었구나. 작은 소갈딱지를 타고난 사람인 걸 망각해버린 벌이었다. 그걸 깨닫는 순간에도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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