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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제이 Oct 27. 2016

06 타인에게서 내 오류를 발견한다

퇴근 길 버스 안,

내 나이 또래의 여자가 잔뜩 흥분한 채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녀를 열 받게 한 건 다름 아닌 그녀의 엄마였는데

버스가 떠나가라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니까, 왜 그랬냐고? 그게 말이 돼?

아, 됐어! 짜증나, 끊어!"

어쩌면 평상시의 나일지도 모를 그녀 모습에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 정민선의 <집 나간 마음을 찾습니다> 중에서 -



나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편하다는 이유로 

가까운 이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고 있는가.

부모에게, 형제자매에게, 배우자에게, 자녀에게... 

나의 맨 얼굴을 아는 사람들은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내 편이라는 생각이 있고, 

어느 상황에서건 나를 이해해 줄거라는 믿음이 있다. 

편하게 응석부려도, 짜증을 내도 우리 사이는 변함없을 거라는 믿음은 

상대에게 함부로 해도 된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회사동료에겐 헤픈 웃음도 가족에겐 인색하고, 

영양가 없는 대화에도 끄덕끄덕 공감하고 쉽게 맞장구치던 동의도 

가족에겐 '쓸데없는 소리'라는 핀잔이 돌아간다.


참 이상하다. 


회사 동료나 사회에서 만난 인연과는 기껏해야 수 년이다. 

가족과는 평생을 함께 해야하는데 뭔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되었다. 

우리 머릿속에 소중한 것에 대한 기준이 잘못 되있는게 아닐까. 



대부분의 사람은 집 밖으로 나서면서 가면을 하나씩 준비한다. 

가면 뒤에 숨겨진 민낯은 가까운 이가 아니면 알 수 없다. 

집에서라도, 가까운 가족에게라도 계산 안하고 연기 하지 않고 쌩얼을 드러내야 숨이 쉬어진다.

가까운 이가 아니라면 언제 가면을 벗을 수 있을까. 

답답한 가면을 벗는 시간이 숨통이 트이는 순간이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아닐까.



잉꼬부부로 소문난 '션.정혜영' 부부는 아무리봐도 인간적이지 않다. 

진짜 부부싸움을 한 번도 안했을까. 

서로에게 짜증이나 싫은 소리를 정말 한 번도 안했을까 의심이 간다.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설정인지 실제로 그러한지 궁금하다. 


한편으로 진실인지 여부도 궁금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그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가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 노력은 사랑의 유효기간에서 멀어질수록 좀 더 많은 인내와 정성을 요구한다.



타인의 우연한 행동에서 종종 내 모습을 발견한다. 

눈쌀 찌푸리며 '나는 저 정도는 아니다' 안도하기도 하고, 

반면교사로 삼아 내 오류를 고치려는 노력을 한다. 


가까운 이에게 상처를 덜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일과 

내 감정에 피로를 해소 하는 일과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비결은 뭘까. 

누가 답을 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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