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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a Aug 29. 2018

독일 & 네덜란드 여행후기 - 13박 14일

휴가를 2주간 다녀왔다.


시차 적응이 안돼서 아침 4시 30분에 눈 떠서 뒤척이다가, 시간이 아까워서 일어나 여행기를 적는다.


*

휴가를 2주간 몰아쓸 수 있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거나 의아해했다. 보통 그렇게 하면 눈치가 보인다는 식이었다. 나도 눈치를 주는 팀이란 게 있으면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었겠으나, 내가 휴가 간다고 누가 내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내가 내일 당장 잘려도 내 일을 할 사람은 없을 것도 같은 그런 일인지라, 눈치가 조금 덜 보이는 입장인 것은 같다.


그런 상황을 제외하고서라도 어차피 15일이라는 게 정해져 있다고 했을 때, 몰아서 쓰는 것과 띄엄띄엄 쓰는 것과 차이를 잘 모르겠다. 업무 공백을 다른 사람이 매워야 한다고 하면, 15주간 금요일 업무를 15번 메꾸는 것과 딱 3주일간 메꾸고 나머지 일 년 동안 메꿀 걱정 없이 지내는 것과, 크게 다른가...?


만약 15주간 매주 금요일 업무를 메꾸는 쪽이 낫다고 한다면, 휴가를 짧게 다녀오는 하루 정도의 공백은 일을 정확히 메꾸지 않아도 괜찮다, 라는 것이 맞다는 쪽일 텐데...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히 누구 휴가 간다고 팀장이 호들갑 떨면서 업무분장 인수인계 이런 얘기 하면 피곤할 것 같긴 하다.


**

독일은 거의 완전해 보이는 국가였다.


예의 바른 사람들, 탄탄한 내수 경제, 깨끗한 거리, 질서 정연한 운전 문화, 맛없는 음식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는 비교도 할 수 없다고 느끼는 부분들이 있었다.


우선 인종의 다양성 결여가 눈에 들어왔다. 찾아보니 


위와 같다. 게르만이 84%.


이것과 연결되는 문제인데, 인종적 다양성 결여는 결국엔 산업의 비-트렌디함과 연결되는 것 같다. 4차 산업시대(라고 부르는 것을 인정한다면)인 것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새로운 앱을 광고하는 것도, 맛집을 찾을 때 트립 어드바이저를 사용하는 것도, 전부 올드했다.


이런 것들 하나하나에서 나라의 보수성이 느껴졌는데, 그렇게 보수적으로 살아도 괜찮을 수 있는 자원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은 현시대의 최강대국이고, 지리적 조건이나 자연자원 등을 생각했을 때 비교 불가한 치트키라고 친다면, GDP 랭킹 및 군사력 등을 생각해 봤을 때 다음 강국으로는 중국, 독일, 일본이 있다. 


이 중에서 선진국이라 부를 수 있는 국가를 생각해보면 독일과 일본이 남는데(참고로 일본이 GDP가 더 높은 것은 놀라운 사실. per capita는 떨어지지만) 독일이 일본과 비교해도 더 보수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러니라면 둘 다 세계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이라는 점이다. (부자가 망해도 3대는 간다는 것의 글로벌 버전인 것인가...)


물론 도로 위에 거의 모든 차가 아우디, 벤츠, BMW인 것은 신선했다. 그냥 탄탄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 강국.


***

높은 세금도 인상적이었다.


독일과 네덜란드 둘 다에 해당되는 내용인데, 사회적으로 치러야 하는 비용이 상당히 높다.


이를테면 화장실을 갈 때 돈을 내야 한다는 점이나,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 케찹을 돈 주고 사야 하는 것 등이 그렇다. (물론 고속도로 톨비가 없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그렇지만 그것 역시 그만큼 세금으로 많은 것을 충당하고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한국이나 미국과 비교하면, 싼 물건들을 찾기가 힘들고, 그렇다고 많이 비싼 것들도 없는 느낌이다. 좀 더 가격의 표준편차가 작고 메디안이 살짝 높은 느낌...


요즘 우리나라 국민연금이 이야기가 많은데, 역시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을 더 강화시켜 주었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 세 국가가 걸어간/걸어가고 있는 길을 짬뽕해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중에 국민연금은 확실히 구라파 쪽의 개념인 것 같고, 그런 것들(구라파 스타일 혹은 미국 스타일)이 혼재되어 있는 것은 다양성 측면에서 건강한 것 같다.


****

네덜란드는, 내가 어릴 적 1년 살았던 나라여서가 아니라, 정말로 훈훈하고 따뜻한 나라였다.


난 항상 우리나라가 정책을 입안할 때 미국이나 독일 등과 비교할 것이 아니라, 보다 현실적으로 우리와 가까운 롤모델(예를 들면 싱가폴, 일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의인데, 네덜란드도 그중 하나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 


물론 네덜란드도 과거에 식민지에서 뺏어온 것 + 풍부한 천연자원으로 부를 축적한 나라이기에 기본적으로는 우리나라와 유사한 점은 많지 않다고 할 수 있으나, 역사적으로 강대국 사이에 끼인 작은 나라로서 생존해 왔다는 점에서는 배울 점이 많은 것 같다.


예를 들어서 네덜란드는 독일보다 훨-씬 영어를 잘한다. 이는 네덜란드어가 독일어보다 조금 더 영어와 가까워서 일 수도 있지만(확실한 것은 언어학 교수가 알 듯), 기본적인 상업자 멘탈리티에서 오는 부분이 크다고 생각한다.


작은 나라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역뿐일 텐데, 우리나라도 보다 영어 교육을 강화해야 하고, 보다 외국 문물에 열린 자세로 나아가면 좋을 것 같다.


음 근데 사실 내가 공무원도 아니고, 여행을 하면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길 따위를 생각한 시간은 그다지 길지도 않았는데, 왜 이런 내용만 자꾸 쓰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

히피들이 많은 곳을 좀 더 좋아하는 성격인 것 같다.


네덜란드와 독일은 liberality 면에서 극과 극이었던 것 같다. 나라의 liberality를 여행하면서 크게 느낀 부분은 없지만, 사람들의 태도에서 많은 차이가 났던 것 같다.


독일만 해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무표정하고 종업원도 대부분 무뚝뚝 + 필요 없는 말은 안 하는 스타일인데, 국경을 넘어서 네덜란드에 가자마자 미국식 과찬과 쓸 데 없는 스몰 톡이 많았다.


쓸 데 없다고 표현하긴 했지만 스몰톡이 많은 문화를 싫어하지 않는다. 텍사스 살면서 스몰톡으로 고통받으면서 정신개조를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는데, 그렇게 개조해놓고 보니까 스몰톡이 나쁜 것 같지 않다. 확실히 모르는 사람이라고 할 지라도 대화가 많아지면 나의 삶이 더 풍족해지고 부부 사이에 할 말도 많아지고 이런저런 좋은 점들이 있는 것 같다. 보다 열린 자세를 견지하게 될 수도 있게 된다. (오히려 스몰톡이 보편적이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스몰톡을 시도할 때 참신한 반응들이 많다)


아무튼, 보다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 주위에 많은수록 마음이 편안해지는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가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우국충정의 마음을 담아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어차피 망한 글인 것 같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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