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10개월 차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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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무럭무럭 자란다. 이제 잡고 설 수 있고, 잡은 채로 옆으로 걷기도 한다.
아빠라는 말도 하는데, 아빠(사람)와 아빠 단어가 매치되는 건 아니고, 부모 중 누군가의 대꾸가 필요할 때 아빠라는 소리를 내는 것 같다. 아빠도 아빠고, 엄마도 아빠고, 우왕 저거 봐도 아빠고, 나 똥 쌌어도 아빠인 것 같다.
아기가 커감에 따라 밥 먹는 인터벌도 조금씩 늘어나고, 잠을 자지 않고 깨어있는 시간도 조금씩 늘어간다. 그러면서 우리와 이동하는 거리도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하나가 생후 30일이 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매일 산책을 하고 있는데, 요즘은 산책을 하면서 과거를 돌아볼 때가 있다. 작년 이맘때는 하나가 없었네, 작년 가을엔 이렇게 작았는데 벌써 이렇게 컸네, 등을 생각한다.
큰 문제없이 커주는 아기에게 너무 감사하지만, 그러면서도 여전히 더 아기가 없었을 때 누렸던 것들을 다시 누릴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기도 하다.
운동도 규칙적으로 하고 싶고, 외식도 주기적으로 하고 싶다.
육아 선배인 친구가 말해준 육아의 마일스톤인 100일, 1년, 2년 중, 이제 1년을 바라보고 있다.
돌이 지나고 나면 우리 가족은 또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벌써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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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개인적이면서 논쟁적인 생각인데, 최소 한국의 경우는 아기의 명 수에 따라 많은 차등을 둬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서 회사 내부에서도 업무성과를 판단할 때 자식 수를 카운트해서 다른 기준을 갖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육아를 하면 업무적인 퍼포먼스가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예전 부모님 세대 때야, 남자는 일, 여자가 집안일을 했으니까, 야근이든 주말 출근이든 뭐든 상관없었을 수 있고, 또한 회사 내부에서도 어차피 모두가 언젠가는 아이를 가질 예정인 것이니까 그런 차등이 없어도 상관없었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출산율 0.8이라고 하면, 가임여성 한 명이 0.8을 낳는 것이니까, 가임 여성의 20%, 그리고 그 가임 여성과 결혼을 했거나 결혼의 가능성이 있는 미혼 남성을 포함해 젊은 남성의 20% 정도는 아기를 안 낳는 중인 것이다. 이 20%의 사람들과 비교해서 출산을 해서 육아를 하는 사람들에게 보너스를 줘야 하는 것 같다.
왜냐면 그 사람들의 육아의 노력으로 인해 사회가 굴러가고, 사회를 굴림으로써 비출산한 20%의 사람들도 분명히 혜택을 보기 때문이다.
물론, 결혼이나 출산은 징병과 달리 개인의 선택인지라, 힘들 것임을 알고 선택한 것이니까 꼭 보상을 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단기적으로라도 그런 식으로 과감한 변화가 있어야 출산율이 반등하지 않을까 한다.
우리 아기의 미래를 생각하면 계속 그런 생각이 든다. 너무 힘들 것 같고, 왠지 그 세대로부터 우리 세대는 엄청난 원망을 들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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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돌잔치를 위해서 한국의 행사장소를 물색하다가 신라호텔 팔선이 엄청 핫한 곳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팔선에서 돌잔치를 하려면 세 달 전에 미리 통화해서 예약해야 하고, 그 예약마저 오픈되고 10분이면 전부 마감이라고 한다.
출산율은 파괴적으로 줄었지만, 출산을 한 사람으로 한해서 보면 여전히 경쟁이 치열하다.
그런 걸 보면 경쟁을 할 만하다고 생각해야만 출산을 할 수 있는 분위기라는 말도 맞는 것 같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경쟁과 불안이 더욱 심화되었다고 한다.
IT의 영향력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경쟁과 불안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IT는 없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왕왕한다.
물론 회사는 정부가 아니니까 딱히 그런 것까지 고려하면서 상품을 디자인해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아무튼,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육아일기 27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