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recyclabl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lia Jan 13. 2019

나이, 편견, 그리고 좋은 예측 모델

사람은 시간이 흐르면서 나이를 먹는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연스레 경험이 늘어난다.


경험의 축적은 다른 관점에서 보면 지속적인 가설검정의 과정이고, 축적된 깨달음들은 다가올 사건들을 접할 때 경험적인 편견으로 작동하게 된다.


편견이란 말은 그 말 자체로 편향된 견해란 뜻으로, 부정적인 뜻을 내포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인간이 편향되지 않은 견해를 지닌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것은 상당히 철학적인 문제인데, 라쇼몽에서 잘 나타나는 것처럼, 또 칸트 등의 많은 철학자들이 오랜 시간을 두고 고민한 내용일 정도로, "편향되지 않은 시각"이라는 것은 어쩌면 허상에 가깝다. 그럼에도 마치 종교에서 신을 믿듯 편향되지 않은 시각이란 것이 존재한다고 상정하고, 편향된 시각을 부정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 편견이란 단어의 의미가 아닌가 싶다.


편견은 나쁘다고 하지만, 스스로가 편견이 없다고 여기는 것은 오만일 수 있다.

이렇듯 편견은 부정적인 것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편견은 대부분 경험을 토대로 형성되고, 그러므로 나이를 많이 먹은 사람일수록 편견이 강화된다.


요즘 유행하는 AI란 것은 컴퓨터에게 이런저런 편견들을 학습시키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ABC가 관찰되었을 때 99번 그 다음번에 D가 나왔으면, 다음번에 ABC를 관찰했을 때도 D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하게끔 하는 편견을 심어주는 것이 AI라고 할 수 있다.


좋은 AI는 사람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복제해서 사람의 공부량을 넘어선 학습을 통해 사람 이상의 결론을 도출하는 AI를 말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AI는 편견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필자는 이것이 learning rate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Learning rate은 산을 오르는 보폭을 말한다.

AI 학습 과정은 간단하게 말하면 눈을 가린 사람이 산의 정상을 찾아가는 과정과 같다. 물론 요즘은 한 사람이 찾는 게 아니라 수백 명을 산에 풀어놓고 각자 찾은 정상의 높이를 비교하는 방식이겠지만.. 일단 간단하게는 한 사람이 정상을 찾는 과정을 이해하면 좋은 것 같다.


눈을 가리고 어느 한 지점에서 사방팔방으로 발을 내디뎌보고 가장 높은 곳으로 이동하고, 거기서 또 사방팔방으로 발을 내디뎌보고 가장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다가, 더 이상 높은 곳이 없으면 "여기가 최고다"라고 말을 하는 과정이다.


이때에, learning rate이라고 불리는, 보폭의 크기를 정할 수가 있는데, 이 보폭이 너무 작으면 최적점을 찾아가는 데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서 영원히 찾지 못할 수도 있고, 보폭이 너무 넓으면 정상 근처만 왔다 갔다 거리다가 정상을 오르지 못할 수도 있다.


좋은 모델은 적정한 learning rate을 가지고 있어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빠른 속도로 흡수해서 다음번에 또 그와 같은 것이 나오면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모델을 말한다. 너무 보수적으로 과거의 것에 무게를 둬서도 안되고, 너무 가볍게 오락가락해서도 안된다.


필자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필연적으로 쌓여가는 편견에 대처하는 인간의 자세가 AI의 learning rate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두뇌를 가진 사람이라면, 기존에 쌓인 편견에 해당하지 않는 새로운 것을 접했을 때 수용할 수 있는 배움의 속도가 있어야 한다.


물론 인간은 기계와 달리 감정이 있기에, 새로운 것을 계속 접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 혹시 이번엔 다를지 몰라"라는 마음으로 접했지만 "역시나" 과거의 경험처럼 상처를 받는다면, 다음번에 비슷한 상황에서 또 "혹시 이번엔 다를지 몰라"라는 마음 자체를 갖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편견을 대하는 좋은 두뇌의 조건에 용기가 추가되어야 한다.


과거의 실패를 딛고 다시 한 발을 디딜 수 있는 용기.

새로운 것을 보았을 때 기존의 편견을 수정할 수 있는 배움의 속도.


두 가지를 가지고 있는 두뇌가 좋은 두뇌가 아닐까 한다.


적어놓고 보니, '타산지석'의 대상에 이제 알고리즘도 포함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편견 없는 세상이란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믿는 주의이지만,

너무 빨리 편견을 굳혀버리는 것 역시 지양해야 하는 모습인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화웨이 저가폰(Y6 2018 / $120) 구매후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