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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a Aug 24. 2023

코지마 런치 오마카세 후기

2023년 미슐랭 2 스타 스시야

아기가 태어나고 14개월 만에 처음으로!


장모님에게 노엘이를 맡기고 부부가 점심 식사를 하러 나왔다.


너무 소중한 기회라 낭비하고 싶지가 않아서 제일 안전해 보이는 코지마를 예약했다.


https://guide.michelin.com/kr/ko/seoul-capital-area/kr-seoul/restaurant/kojima


미슐랭 가이드 서울 편에 대한 신뢰도 이슈는 항상 있지만, 아무튼 스시집 중에서 유일하게 2 스타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예약은 캐치테이블 통해서 진행했고, 런치 오마카세 인당 22만 원이다.


후기

가는 길에 엄청난 차를 봤다. 한국에도 슬슬 클래식카라는 개념이 생기는 것인가~
도착해서 차를 맡기고 분더샾 6층으로 간다.
엘레베이터(좌)를 나와, 복도(중)를 지나, 좌석(우)으로 간다. 그나마 날이 좀 흐려서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 통창이라 더우면 너무 더울 듯...
매장 내부는 깔끔하다. 6명 앉을 자리가 있고, 김우태 셰프님께서 6명 모두를 서빙해 주신다. 해바라기가 굉장히 예뻤다.
테이블 세팅. 젓가락 받침이 마음에 들었다. 좌석 앞 나무에 그릇 없이 와사비와 생강을 놓아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티까지 나와서 종합 테이블 세팅은 이런 식.
첫번째 코스는 이름이 기억 안나는 해초 수프였다. 해초를 다 먹고 국물까지 원샷하면 마지막에 생귤 향이 나서 상큼하니 좋았다. 많이 못 본 전채인 것 같아서 독특함이 좋았다.
두 번째 코스는 흰살생선 사시미. 광어(좌)와 참돔(우). 스시집이 미슐랭이라고 하니까 사시미도 작품처럼 만들어주려나? 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중뱃살(좌), 속살(중), 세도로(우). 지로아재와 마찬가지로 필자도 대뱃살보단 중뱃살이 맞다고 본다.
이 정도는 돼야 2 스타에 걸맞지, 라는 생각이 들었던 붕장어 요리. 안에 아스파라거스와 시소가 들었다. 소스와 함께 먹으면 부드럽고 고소하다.
마지막 안주인 갈치구이. 어란을 펴서 바르고 구웠다고 한다. 무와 함께 먹는 것을 추천해 주셨지만, 필자는 순정이 더 나았던 것 같다. 고소하고 풍미도 좋았다.
조개국으로 입가심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스시를 먹을 준비를 한다.
근데 셰프님 뒤에 이거... 어딘가 익숙한데? 한국 스시계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아직 시장이 좁다는 것 아닐까 한다. 계파에 따라 매우 유사한 느낌...
이 사진은 2021년 아리아께에서 찍은 사진이다. 스타일이 비슷.. 근데 그도 그럴 것이, 이때 아리아께에서 우릴 서빙해 주셨던 김우태 셰프님이 현재 코지마를 운영 중이시다 ㅎㅎ
잡설은 줄이고, 첫 스시는 참돔. 거의 초밥계의 왕 아닌가 싶은 생선이다. 광어와 더불어서...
두번째는 농어 뱃살. 회로는 처음 먹어본 것 같았는데... 임팩트는 좀 부족했던 것 같다. 광어 뱃살 이기냐? 하면 좀 힘들 듯...
세번째는 보리멸. 이 날의 베스트였던 것 같다. 적당히 꼬들하면서 굉장히 고소한. 여기까지 먹으면서 밥 양이 좀 적은 편이구나 느꼈다.
성함이 유니폼에 안 쓰여 있어서 성함은 모르겠지만, 옆에 수 셰프께서 생강 와사비 등을 채워주시는데.. 생강 세우시는 기술이 예술이었다.
이건 코멘트를 하려고 사진을 찍었는데, 필자가 앉은 위치 기준 가운데에 와사비가 있고 와사비의 좌측에 생선을 놓아주셨다. 오른손잡이인 필자한테 이상적이진 않았던 것 같다.
다음은 전복. 향도 풍부하고 식감도 부드러웠다. 전복 중에서 최고의 전복이냐? 하면 거의 맞는 것 같은데, 최고의 전복이 보통의 광어를 이기냐? 하면 항상 잘 모르겠음 ㅎㅎ
붉은살 생선 나오기 전 마지막 스시는 코끼리 조개. 조개도 항상 식감이 재밌고 향도 독특하지만, "와 오늘 조개가 진짜 미쳤다"라고 느낀 적은 없는 식재료인 것 같다.
아까부터 소스에 열심히 절여놓은 속살이 드디어 나왔다. 완벽한 식감과 풍미. 더 말할 나위 없다.
그리고 보리새우. 입 안에 우왕 하고 꽉 차는 맛이 좋았다. 보리새우가 비싼 건 알겠는데.. 단새우+우니보다 더 맛있냐? 하면 역시 또 모르겠음...
지로의 꿈 중뱃살. 거의 모든 경우 초밥 코스 중 가장 맛있는 부위가 아닐까 한다. 역시 맛있었다.
전어. 아직 기름이 부족해서인지, 식감도 아쉽고 향도 좀 아쉬웠다. 와사비와 생강을 먹어야 했던...
올 여름 성게들한테 무슨 일이 있나? 너무 맛있었다. 근데 여기 뿐만 아니라 올해 여름 먹은 성게알들이 다 달고 향이 좋았다.
참치 대뱃살. 맛이 없을 수가 없는 부위. 개인적으론 기름 맛이 좀 더 나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었다. 대뱃살인데 담백해서 이상할 정도..ㅎㅎ
무늬오징어. 전복, 보리새우와 함께 필자의 3대 궁금증. 고급 스시집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 지구 최고의 무늬오징어가, 그냥 적당히 맛있는 광어뱃살 이기나? 연어 이기나?
새끼황돔. 붕장어보단 덜 뻑뻑하지만 붕장어의 고소함과 기름짐은 가지고 있는 훌륭한 생선인 것 같다. 먹을 때마다 만족하는 것 같다.
헤어질 시간임을 알리는 장국. 파 다진 것 보소. 이 정도는 돼야 미슐랭 스타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전갱이. 기름이 부족한건가? 뭔가 좀 풍미가 아쉬웠던 것 같다. 식감은 훌륭했다.
다시마를 덮은 고등어. 훌륭하다. 고등어와 다시마 조합을 만든 사람은 상 줘야하는 듯. 거기에 생귤 제스트. 완벽하다.
마지막은 붕장어. 산초잎을 올린 부분이 독창적이었으나, 산초 잎이 맛을 바꾸는지는 잘 모르겠다 ㅎㅎ 미관상으로라도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마지막 김밥은 피조개와 참치. 비쥬얼은... 좀 더 개선할 여지가 있을 것 같다.. 맛은 매우 훌륭했다.
마지막에 서비스로 한 조각 더 주신다고 하셔서, 보리멸을 요청했지만 품절이라 그 다음 픽인 새끼황돔을 먹었다. 두번째가 오히려 더 맛있었던 것 같다. 입 안 가득 풍미가...
마지막 계란 카스테라 aka 교꾸. 이건 참..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한 작품이었다.
디저트는 시소 셔벗과 뜨거운 녹차, 그리고 멜론. 필자가 과일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멜론은 남기고, 셔벗과 녹차는 매우 맛있게 먹었다. 샌프란 쏘렐이 생각나는 시소 셔벗 ㅎㅎ

종합 정리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으로 나눠서 정리해 보면,


좋았던 점:

1) 김우태 셰프님의 접객이 정말 완벽하신 것 같다. 카운터 테이블에서는 적당한 선의 대화라는 게 정말 찾기 어려운 부분인데, 비록 두 번 뵈었지만 두 번 다 엄청난 적당함에 강한 인상을 받은 것 같다.

2) 모든 음식들이 밸런스가 완벽하다. 너무너무 깔끔하고, 원재료의 맛을 최우선시한다.


아쉬웠던 점 한 가지.

- 그냥 고급 스시야라고 하면 별생각 없이 만족하며 먹었을 텐데, 미슐랭 2 스타라고 하면 여타 미슐랭 스타 식당들과 비교를 안 할 수 없게 된다.

- 그런 면에서 충분한 독창성이 있는가? 에 대해서 약간 의문은 있다. 해초 수프, 아스파라거스 붕장어, 어란 갈치는 충분히 참신하면서 훌륭한 것 같다.

- 그렇지만 나머지 18점의 초밥들은? 에서 개선점은 존재하는 것 같다.


- 간단히 생각난 아이디어는 왜 와사비를 한 가지만 사용하지? 였다. 와사비도 종류에 따라 향이 다양한데, 오늘 코지마에서 먹은 와사비는 아마도 최상급이었던 것 같다. 고급 와사비일수록 필자 기준 풀향과 단맛이 강한 것 같다. 근데 그냥 그런 거 없고 매운맛이 더 느껴지는 와사비, 아님 심지어는 홀스래디시를 섞어서 주면 어떨까? 싶었다. 몇 가지 초밥에선 와사비의 풀향이 좀 강했던 것 같아서 든 생각이었다.


이렇게 말한다고 필자가 뭐 요리를 좀 아냐? 하면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문득 든 생각을 남겨보고 싶었다.


아무튼, 육아하면서 잃었던 필자의 맛집 탐방 사랑을 새삼스레 느껴본 하루였다.


김우태 셰프님과 코지마가 번창하길 바라며,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좋은 정보를 얻었다고 느끼길 바란다.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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