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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a Sep 25. 2023

박정현의 꿈에는 사별을 이야기한 것이 아닐 리 없다

이제는 클래식이라고 봐도 될 박정현의 대표곡 꿈에.


필자는 워낙 박정현의 팬이기도 하고, 이 노래를 좋아하기도 했어서 엄청 많은 버전을 여러 번 들어봤는데,


역시 최고라고 생각하는 버전은 꿈에가 음방 1위 하는 날 방영됐던, 그러므로 녹화날만 하더라도 아직 1위가 아니었던, 2002년 8월 17일 러브레터 방영 버전이라 생각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XV7Voun5kUE


영상을 보면 박정현의 풋풋함도 인상적이지만, AR이 없는 것도, 보정이 없는 것도, 화질이 구린 것도 모두 밀레니엄 감성을 제대로 보여준다.


박정현의 가창력이 완벽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으므로, 필자가 이 노래의 가사에 대해서 생각하는 바를 간단히 적어보자면, 이 노래는 적어도 현시대의 감성에선 단순한 연인 간 이별 노래로 보기엔 무리가 있고, 사별한 상황에서 공감할 수 있는 노래가 아닐까 한다.


요즘 세상에 헤어지고 나서 꿈에 나와서 이렇게 애틋한 장면까지 연출할 정도로 눈물 나는 이별이 잘 있지도 않거니와, 실제로 사별을 경험한 필자의 입장에서는 사별 후의 감정을 너무나도 잘 묘사한 느낌이었다.


아빠를 22살에 여의고 초반 1, 2년간은 아빠가 왕왕 꿈에 나왔던 것 같고, 정말 많이도 울었던 것 같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는 꿈이 꿈인 걸 아는 지경에 이르렀고, 꿈이 깨는 게 슬픈 지경에 이르렀으며, 그때에 이 노래를 완전히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이 노래는 역시 사별을 경험해서 도저히 어찌할 바를 모르는 감정을 그린 노래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박정현이 지금 노래를 더 잘할 수는 있어도, 역시 예전의 날것 버전이 보다 감정을 잘 살려주는 것 같다. 


이런 글이야말로 인터넷에 끄적여봐야 읽는 이로 하여금 뭐 어쩌라고 외에 특별한 느낌을 주기 힘든 글이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남겨보고 싶었다.


박정현이라는 가수의 너무나도 완벽했던 시절도 그릴 겸,

돌아가신 아버지도 한 번 더 그릴 겸,


겸사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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