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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Apr 16. 2018

해외영업의 프로페셔널리즘

해외바이어 방문 편

저는 국내 대기업의 해외영업 부서에서 12년째 근무를 해오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해외영업의 구체적인 일상에 대해서 쓰고 있습니다. 오늘은 '뽀대 나는 해외영업' 그 두 번째 이야기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이 해외영업은 그 대상을 '해외'로 한다는 점, 그리고 다른 직무에 비해 '도전적'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직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소위 '뽀대'나는 직무라고 많이들 말씀하십니다. 지난 해외출장 편에서도 언급했지만 해외영업 직무는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많은 에너지 소모가 필요하며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은 직무입니다.

해외바이어들이 제시하는 비즈니스 프로포절


파트너사나 바이어와의 계약 체결을 통한 사업 추진부터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마무리까지 '몸으로' 직접 뛰면서 해결해야 할 일과 '전략적'인 논리로 설득해야 할 일등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해외 영업인은 스마트한 체력과 머리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국의 4계절 중 가장 아름답다는 벚꽃이 따스한 햇살과 함께 찾아온 4월 초였습니다. 이렇게 한국이 날씨가 좋을 때에는 전 세계 여기저기 파트너사나 바이어들이 한국을 방문합니다. 1분기를 마무리 지으며 그 해의 사업의 방향성이 잘못되지는 않았는지, 1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목표를 재설정하거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해 협의하기 위해 한국으로 출장을 옵니다. 대개는 사업의 방향성이나 큰 그림을 수립하는 데에 결정 권한을 가진 파트너사의 경영진들이 찾아옵니다. 주요 일정은 회사의 경영진과의 미팅, 식사, 회사의 새로운 체험관이나 판매점, 연구소, 공장 방문 등입니다.


말레이시아에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는 것을 놓고, 말레이시아 파트너사 대표들은 새 제품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로 2~3개월의 시간을 흘러 보낸 상태였습니다. 신상품 출시를 실기할까 우려한 상태였고 상품력에 대한 검증이 시급한 상태였습니다. 말레이시아 파트너사 대표들은 4월 초 방한하여 신제품의 상품력을 검증하고 상품 출시와 관련된 현안을 긴급히 협의하고자 한국 본사 경영진들과 미팅을 요청하였습니다. 더불어 공장과 연구소를 방문하여 신상품에 대한 점검을 하고자 하였습니다. 2박 3일의 짧은 시간 동안 지방에 있는 공장과 연구소를 방문하고 서울의 본사에서 경영진과의 미팅을 긴급하게 어레인지 해야 했습니다.


아직 시장에 출시하지 않은 신상품의 실물 점검을 위해 연구소와 공장에 협조를 요청하는 것으로부터 일정 어레인지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도 1분기 실적 마감 업무가 겹쳐서 너무나도 바빴지만, 방문 날짜는 이미 정해졌고 일정 어레인지는 어찌 되었건 성사시켜야 합니다. 보안 문제상 연구소 방문이 녹록지 않았고 공장은 먼 지방이라 방한 기간 내에 동선으로 넣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어려움을 표명하는 연구소를 한 땀 한 땀 설득하고 공장에는 오랫동안 업무 협조로 관계가 좋은 선배님의 도움을 받아, 신상품을 점검할 수 있는 일정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런 일에는 업무 협조를 해도 결과가 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감 있는 협조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불어 조직이 크고 명확하게 업무가 분업되어 있지 않다면 협조를 구하기가 더 어렵지요. 경영진과의 미팅은 여러 가지 행사 일정과 1분기 마감 보고회 등 일정을 감안하여 1시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공항 픽업부터 한국에서의 일정을 소화하기 위한 차량과 운전시가님을 총무팀을 통해 어레인 지하고, 본사 방문 시 빌딩 출입을 위한 개인별 출입 허가 신청을 하였습니다. 공장과 연구소에는 상품 품평을 위한 준비를 요청하고 본사 경영진과의 회의를 위한 사전 미팅 어젠다를 정리하고 회의실을 예약하였습니다. 이슬람교, 힌두교 신자가 있어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먹지 않으니, 해산물이나 생선 위주의 식사 장소를 어레인지 합니다.


새벽 6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한 그들을 픽업하여 바로 지방 공장으로 향합니다. 공장으로 향하기 위해 국내선으로 이동하는 중 캐리어는 수화물 보관장소에 맡깁니다. 밤새 날아오느라 피곤한 그들 눈에 잠이 가득합니다. 비행기 안에서의 쪽잠으로 대신하고 공장으로 곧장 날아가 준비한 상품에 대해 점검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생각보다 성능이 괜찮다는 반응' 이것으로 시장에 좋은 가격으로만 내놓는다면 승산이 있겠다는 파트너사 경영진의 반응에 '휴~' 한 시름 내려놓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와 호텔로 데려다주고 하루의 일정이 끝났습니다. 두 번째 날 아침 일찍 연구소로 향합니다. 정문에서 보안 점검 후 신상품 점검을 합니다. '이거 너무 괜찮다'는 반응. 역시 직접 보여준 보람이 있습니다. 연구소 일정을 끝내고 점심 식사 장소로 향하던 도중, 파트너사 대표는 갑자기 한국의 싱싱한 복어를 먹고 싶다고 합니다. 갑자기 미리 예약한 식당을 취소하고 새로운 '복어집'을 섭외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 차분히 동선을 고려한 '복어집'을 긴급히 예약하고 미리 예약한 곳은 '굽신굽신' 취소 요청합니다. '복어 지리'를 먹는 1시간 동안 서로 나눈 대화라고는 '너무 맛있다'라는 것일 뿐. 좀 고생은 했지만 맛있다니 너무 다행입니다. 점심을 먹고 본사 경영진 회의는 순로롭게 진행됩니다. 쌍방이 원하는 바를 내놓고, 무엇으로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인지 논의하는 시간. 예의 바르지만 순간적으로 격앙되기도 하고, 다시 간절하게 부탁하기도 하고 높은음 자리표, 낮은음 자리표를 오르락내리락 그리며 치열한 회의를 이어갑니다. 본사의 경영진도 말레이시아 시장에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고, 무엇을 지원해줘야 하는지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파트너사도 본인들의 요구사항을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시간이 되어서 만족스러워했습니다.


이어진 저녁식사 자리는 다시 한번 치열해집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그 방법에 대해서는 입장 차이가 있지만 맛있는 식사를 하며, 술잔을 기울이며 '동지애'를 가지고 '로열티'를 가지고 '성공'이라는 최선을 위해 다 같이 결의를 다집니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손님들이 돌아간 후 저는 방한 결과 보고서로 모든 사안을 정리합니다. 상품 점검 결과, 본사 경영진과의 미팅 결과 등을 담아 앞으로 투입할 상품과 출시 일정, 그리고 론칭을 위한 세부 전략, 필요 사항들을 빠짐없이 기록하여 보고합니다. 이것은 파트너사에게 공유되고 이것을 바탕으로 남은 한 해동안 사업이 진행됩니다.

해외영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

바이어나 파트너사가 한국을 방문하여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움직이는 모든 동선 곳곳에 모든 시간 알알이 '나'의 정성이 묻어납니다.

'사업'은 '돈을 벌기 위해'하지만 그 돈을 벌기 위한 아이템 선정부터 결정하기까지에는 '논리력'과 '미래를 보는 전략적인'눈이 필요하지요. 더불어 그것을 점검하러 방한하는 바이어에 대한 '정성'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프로페셔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해외영업'은 사람이 만나 서로의 비즈니스 프로포절을 제시하고 구체화하는 작업입니다. 이메일로 서류가 왔다 갔다 하며 검토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 사업 추진의 결정, 방향성, 구체적인 방법은 '사람'이 만나 '대면'으로 결정되지요. 그래서 '해외영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기도 합니다. 해외영업에서 '정성'을 들인다는 것은 비즈니스 세계에서의 '프로페셔널리즘'이라고 말하고 싶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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