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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신옥 Sep 29. 2022

가을 하늘 단상

~ 멀리 있으면서 늘 가까운 하늘 ~

새벽 산책길 걷다가 나무벤치에 앉아 하늘을 본다.

복잡한 건물도 보이지 않고 소음도 들리지 않는

가을색 묻어나는 숲에서 하늘 멍을 한다.          



살갗을 스치는 시원한 가을바람 속에서

뜨거웠던 열기가 누그러뜨려진 가을 하늘을 보면

시들어가는 여름처럼 못다 이룬 마음의 열망들도 서서히 내려놓게 된다.      



늘 보는 같은 하늘인데도 숲 속에서 보는 가을 하늘은

표현할 길 없어 그저 ‘아~’라고 읊조리며 한없이 바라보며 빠져들어 갈뿐이다.



끝없이 펼쳐진 드넓은 하늘이 가슴 가득 스며들면

흩어져 있던 생각이 모아진다.

더 깊은 고립 속에서도 더 넓은 자유로움에

어깨가 풀어지고 눈이 부드러워지고 마음이 가벼워진다.



여러 가지 삶의 모습처럼 갖가지 구름 떠가는 하늘

푸른 하늘이 배경이 되니 어떤 구름도 다 빛이 난다

양떼구름도 솜털 구름도 먹구름까지도

나름대로 다 아름답고 다 바람에 밀려 흘러가다

어느새 사라지고 만다.          



‘맑음’이라는 단어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 가을 하늘

그 하늘에 마음을 헹구고 싶어진다

닦아주고 비워주고 채워주는 가을 하늘은

때로는 시처럼 때로는 설교처럼

마음을 편안하고  깊어지게 한다.          



가장 멀리 있으면서도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늘 가까운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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