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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돈 워리 05화

미소

소위의 토요 초단편소설 5

by 소위 김하진

“넌 이름이 미소인데 왜 웃지를 않아? 그러니까 더 못생겨 보이잖아.”

편의점 점장은 보자마자 면박부터 주었다. 그런 비난을 듣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속으로 주인을 욕하면서도 겉으론 아무런 내색도 하지 못했다. 못생긴 게 성질머리까지 더럽다는 말을 듣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미소는 자기가 못생겼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좀처럼 웃지 않았다. 꼭 필요한 말이 아니면 입 밖으로 끄집어내지도 않았다. 최대한 누구의 눈에도 띄고 싶지 않았다. 새벽 5시부터 오전 8시까지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낮에는 작은 물류회사에서 계약직 사무 보조로 일했다. 퇴근 후엔 동네 고깃집에서 세 시간 정도 서빙을 했다. 모든 일을 마치고 집에 가면 자정에 가까웠다. 겨우 서너 시간 눈을 붙이는 게 다였다.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살았다.


그날 아침에도 입이 찢어지게 하품을 하면서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정류장 바로 옆 벚나무에 A4 정도 사이즈의 전단지 한 장이 붙어 있었다.

“저희 연구소에서 개발한 신약 임상실험에 참가할 용기 있는 성인 남녀를 모집합니다. 이 약을 먹으면 당신이 꿈꾸던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연락 주세요.”

전단지 하단에 전화번호를 적은 종이가 여러 장 나란히 붙어 있었다. 한 사람이 한 장씩 떼어갈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이미 여러 명이 뜯어갔는지 어린아이 치아처럼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 있었다. 한때 온몸을 성형해 주는 프로그램이 유행한 적도 있었다. 나비의 우화보다도 더 완벽한 변신이었다. 그녀도 사연을 보내 볼까 잠시 망설였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수술도 아니고 약을 먹으면 예뻐진다니 허위 광고이거나 사기임에 틀림없었다.

‘그래도 공짜라니 한번 해 볼까?’

그녀는 전단지에 붙어 있는 전화번호 하나를 찢어서 바지 주머니에 욱여넣었다. 혹시나 하는 기대가 슬그머니 의심을 밀어냈다.


그녀에겐 이란성쌍둥이 여동생이 하나 있었다. 예쁘장한 외모로 어딜 가나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성격도 외향적이어서 누구에게나 환하게 웃고 친절하게 굴었다. 새초롬하게 돋아나는 보리 새싹처럼 싱그러웠고, 부풀어 오른 작약꽃 봉오리 같이 화려했다. 그녀를 좋아하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동생과 같이 다니는 게 끔찍이 싫었다. 동생과 그녀의 얼굴을 번갈아 보던 사람들은 자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같은 부모 밑에서 한날한시에 태어났는데 어째서 저렇게 다르게 생겼는지 의아해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작고 납작하고 넙데데한데 반해 동생은 크고 뾰족하고 갸름했다. 그녀는 아빠의 유전자를, 동생은 엄마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그녀의 부모는 대학 때 커플이었는데 별명이 ‘미녀와 야수’였다고 했다. 미소는 동생과 함께 있으면 졸지에 흉측한 야수가 되어 버렸다. 마음까지도 괴물이 되었는지 동생을 눈곱만큼도 사랑할 수가 없었다.


식당 서빙을 마치고 고단한 몸으로 귀가를 했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동생은 어릴 때부터 모델을 하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도 하지 않았고 취직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녀는 생활비와 월세, 아빠의 병원비와 간병비를 절반씩 부담하고 있었다. 미소가 종일 고통스럽게 노동에 시달릴 때 동생은 가끔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그녀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 왔다. 동생은 매일같이 늘어지게 늦잠을 잤고 저녁때가 되어서야 밖으로 기어 나갔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거나 남자 친구와 데이트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는 듯했다. 얼굴이 예쁘고 몸매가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인생을 너무 쉽게 사는 것 같았다. 그런 꼴을 보는 게 넌더리가 났지만 빠듯한 살림에 따로 방을 구해 나간다는 건 무리였다.


한참을 잠자리에서 뒤척이고 있을 때 동생이 들어왔다.

"이제 와?”

“응, 에이전시에서 광고 모델을 해 보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광고주한테 인사하러 갔었어. 나를 직접 보고 싶다고 해서.”

“그랬구나. 그럼 이제 광고도 찍게 되는 거야?”

“오늘 만난 사장이 날 좋아하더라고. 근데 어찌나 징그럽게 굴던지 역겨워 죽을 뻔했어. 그래서 말인데 나 내일부터 며칠간 여행을 좀 다녀와야 할 거 같아. 광고 일 때문에 에이전시 사람들이랑 제주도에 가기로 했거든.”

미소는 살면서 남자들의 음흉한 눈빛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다.

‘너는 또 큰돈을 벌겠구나. 그 반반한 얼굴과 늘씬한 몸매로 뭐든 다 가질 수 있겠지.’

냉소와 시기가 가슴을 덥혔다. 순간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불덩이 같은 게 솟구쳐 올라왔다.

‘얼굴이 예뻐진다면 나도 다른 인생을 살 수 있을까?'


*나머지 내용은 아래 링크한 '밀리의 서재' 에서 읽어 주세요. 이 단편집은 밀리의 서재 창작 지원 프로젝트에 당선되어 일부 비공개 처리하오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소설이 마음에 드신다면 '밀리의 서재'에서 좋아요와 댓글, 밀어주기 부탁드립니다!


https://short.millie.co.kr/jjgrku



* 대표 이미지는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Goya)의 옷을 벗은 마하(La maja desnuda)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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