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어떤 미소, 마음의 심연 그리고 '슬픔이여 안녕'
그녀는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없게 만들었다.
행복과 유쾌함, 태평함에
어울리게 태어난 내가
그녀로 인해 비난과 가책의 세계로 들어왔다.
자기 성찰에 너무나도 서툰 나는
그 세계 속에서 나 자신을 잃어버렸다.
나는 아버지가 가슴속 욕망에 쫓겨 실수를 저지르기를 바랐다. 안이 우리의 지난 삶을 경멸하는 것을, 아버지와 내게는 행복했던 그 삶을 그토록 간단하게 경멸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녀를 모욕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인정하게 하고 싶었다.
안, 안! 나는 어둠 속에서 아주 나직하게
아주 오랫동안 그 이름을 부른다.
그러면 내 안에서 무엇인가가 솟아오른다.
나는 두 눈을 감은 채 이름을 불러
그것을 맞으며 인사를 건넨다.
슬픔이여 안녕.
나를 줄곧 떠나지 않는 갑갑함과 아릿함, 이 낯선 감정에 나는 망설이다가 슬픔이라는 아름답고도 묵직한 이름을 붙인다. 이 감정이 어찌나 압도적이고 자기중심적인지 내가 줄곧 슬픔을 괜찮은 것으로 여겨왔다는 사실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슬픔, 그것은 전에 모르던 감정이다. 권태와 후회, 그보다 더 드물게 가책을 경험한 적은 있다. 하지만 오늘 무엇인가가 비단 망처럼 보드랍고 미묘하게 나를 덮어 다른 사람들과 분리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