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혼했습니다.

#42

by Liz


‘세연씨 부동산이에요.

계약일정 잡으려는데 이번 주 토요일 괜찮으세요?’


'네 저는 오후시간이면 다 좋아요!'


'그럼 조율해 보고 연락드릴게요~

좋은 마음으로 쉬고 계세요.'


어젯밤 남매가 살고 있는 집에 가계약금을 넣었고 계약일은 이번 주 토요일 오후로 잡았다.


모든 집에는 인연이 있다고 믿는 편이다.

이 집과 나의 인연은 또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까? 오래 살게 될 집일까 잠시 스쳐가는 집이 될까?

모든 것이 불명확하지만 나는 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모님과 헤어져야 할 수도 있다는 걱정에 어제 이후로 잠이 오지 않는다. 지한이를 이렇게 사랑으로 봐주시는 분도 없을 텐데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해야 할 지한이가 심지어 새로운 이모님을 만나게 된다면 벌어질 수 있는 각종 불확실성에 마음에 큰 파도가 인다.


'집은 잘 보러 다니고 있어요?'


'이모님.. 저 그 예전에 말씀드렸던 신혼집 옆에 구축 아파트 있죠. 그 집을 사려고 해요..

그런데 이모님과 헤어질 수 있다는 걱정에 선뜻 발이 떨어지지 않아요.'


'그래요.. 바로 옆동에 살다가 그쪽으로 넘어가면 멀긴 하지..'


'그러니까 말이에요.

지한이가 이모님을 이렇게 따르는데 이게 잘하는 선택인가 싶어요.'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을 사면 안 되나'


'저도 그러고 싶은데 이 집은 신축이라 너무 비싸요.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방법이 안 나오네요..'


'집값이 너무 올랐어.

적당히 올라야 뭔 궁리를 하죠.'


'이모님 저 이사 가도 지한이 봐주실 수 있으시겠어요?'


'생각을 좀 해볼게요.

큰 변화가 될 수 있으니까.'


'네.. 생각해 보시고 말씀 주세요.'


우리의 무거운 대화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이혼 후 내 소유의 집을 장만하겠다는 욕망에 나와 지한이는 알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내 몰아쳐진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생각한다.


지금 내가 맞는 결정을 하는 것인지, 이모님과 헤어질 수도 있다는 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말이다.




계약날이 밝았다.


'세연아 오늘 계약날이지?

힘내서 잘하고 와 파이팅.'


준희오빠에게서 문자가 왔다.


'응 오빠.

잘하고 올게요. 오늘은 아들이랑 뭐 하고 놀아?'


현재 내 썸은 준희오빠 한 명뿐이다.

애초에 여럿과 썸을 타는 성격도 아니었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지한이를 챙겨가며, 회사 일도 문제없이 해나가며, 동시에 여럿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하다. 심지어 요즘은 썸도 지겹고 그냥 안정적인 관계의 한 사람으로 정착하고 싶은 마음이 큰 상황이다.


당장 결혼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서로 이성적으로 끌리는 사람과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그저 도파민이 길어지길 바라는 마음. 설렘과 열정이 끊임없이 이어질 수 있었으면 한다. 그러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지한이가 우리가 이혼한 상황을 이해하고 엄마아빠를 한 사람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순간이 오면 그때는 나도 곁에 있던 사람과 결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열망.


나는 왜 또다시 유니콘을 그리는 걸까.

이 세상에는 유니콘이 없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잖아 이세연.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