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쓰기의 목적
“책을 읽는 사람은 점점 줄어드는데 책을 쓰는 사람은 점점 늘어난다.”
출판은 사양산업이라며 한탄하시는 어느 출판사 대표님의 말씀이다. 책을 읽는 사람이 없어 오프라인 서점마저 줄고 있는데 누구나 책을 쓰려고 하는 바야흐로 책 쓰기 열풍의 시대. 책을 쓰는 사람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데 책을 읽는 사람들은 줄어드니 참 아이러니한 세상이다. 작가의 영역도 확장되었다. 예전에는 책을 쓰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전업 작가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직장을 다니는 회사원, 사업가, 전업 주부 등 다른 일을 하면서 책을 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책을 쓴다고 하면 전문지식을 갖춘 전공자나 문학에 뛰어난 소질이 있는 문인,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남다른 스펙을 갖춘 유명인이 되어야 책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분야의 평범한 사람들이 책을 쓰고, 작가를 꿈꾼다. 유명해서 책을 쓰는 게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책을 써서 유명해지는 것이다.
팔리지도 않는 책을 다들 왜 이렇게 쓰려고 하는 걸까? 책 쓰기 열풍의 원인은 결국 책 쓰기의 목적과 닿아 있고, 책 쓰기의 목적을 살펴보면 결국 나는 어떤 책을 쓸 것인가 하는 고민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쓰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베스트셀러가 되어서 많은 인세를 받고자 하는 사람, ‘호랑이는 가족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라는 말처럼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싶은 사람,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돌아보고 싶은 사람, 남들에게 나의 경험과 지식을 전달하고 싶은 사람, 단순 전달을 넘어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고 싶은 사람…….
요즘은 자기 브랜딩 시대이기 때문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책을 출간하는 경우가 특히 많다. 책을 쓰는 것은 자신의 진면목을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책을 쓰기도 한다. 책이 출판되면 그걸로 끝이 아니라 강연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이름을 사회에 알리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지식인들은 책을 써서 자신의 내공을 더욱 공고히 하기도 한다.
그러나 책 쓰기의 목적이 이런 것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책을 통해 명성을 얻고, 명예와 부를 쌓을 수도 있겠으나 사실 이것만을 좇아 책을 쓴다면 책 출간 후에 책이 팔리지 않았을 때 저자는 책을 쓴 목적을 잃게 되고 만다.
하지만 책 쓰기의 목적을 조금 달리하면 이런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금전과 명예, 물질적인 보상을 바라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는 이상 책으로 돈을 벌기도 쉽지 않다. 저자의 인세가 그리 많지도 않을뿐더러 책 한 권으로 인생이 바뀐다면 그건 책 쓰기에 대한 환상에 가깝다. 그래서 그런 목적만을 위해 책을 쓰는 것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그럼 우리가 지향해야 할 책 쓰기의 목적은 무엇일까?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일차적으로는 책 쓰기의 목적이 글쓰기의 본질과 닿아 있으면 좋겠다. 바로 사람이 글을 쓰는 행위, 그 본질적인 창작 행위에 집중하는 것이다. 책 쓰기를 비롯한 창작 행위는 인간의 본능이며, 다른 사람과 소통과 공감하는 것도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추구하는 자연스러운 욕구이다.
결국 글을 쓰는 것은 나와 대화하는 과정이고, 그렇게 나를 위한 글쓰기가 출판을 통해 남을 위한 글쓰기로 발전하면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 책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고 누군가의 삶에 도움을 주고, 때론 감동을 줄 수 있는 행위라는 것에 목적을 둔다면 내 책을 읽어주는 단 한 사람의 독자만 있어도 저자로서는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설령 한 사람의 독자조차 없다 하더라도(그럴 일은 없겠지만) 책을 쓰는 과정에서 저자는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고, 다독이고, 그 과정에서 성장한다.
많은 책 쓰기 컨설팅 강사들이 글쓰기와 책 쓰기는 다르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방법론적인 것을 말하는 것이고, 글쓰기와 책 쓰기의 본질은 맞닿아 있다. ‘왜 책을 써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결국 ‘인간은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고전평론가이자 인문학자이신 고미숙 선생님은 저서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에서 살아 있는 한 우리는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는 사람은 왜 글을 쓰며, 인간의 본성과 글쓰기가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왜 살아있는 한 우리가 읽고 써야 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책 쓰기의 기술은 배우면 되는 것이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나 ‘글쓰기’를 욕망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걸 내 사람에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시키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내가 글쓰기를 내 존재와 직접 연결했을 때 저자는 글을 쓰며 성취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나는 책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 이런 목적을 마음에 새기며 글을 쓰고, 책을 썼으면 좋겠다. 책을 쓰기 위한 글쓰기가 아니라 글쓰기를 위한 책 쓰기를 본질에 두고, 자신이 책을 쓰는 목적을 세운다면 그 책이 잘 팔리든, 팔리지 않든, 저자는 한 권의 책을 쓰는 과정에서 내적으로 가득 차는 충만감을 느끼게 되고, 책은 그 존재만으로도 값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