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글을 쓰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책을 펴내는 목적도 다양하지만 결국 그 지향점은 글을 통해 자신과 대화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고 책은 그 소통의 수단과 도구가 되어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글을 잘 쓴다고 해서, 책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글쓰기는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책쓰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글쓰기가 곧 책 쓰기가 아닌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글이 책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글쓰기를 잘한다고 해서 책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책 쓰기와 글쓰기는 대체 무엇이 다른 걸까?
첫째, 글은 꼭 타인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자신만을 위해 쓸 수 있지만 책은 ‘독자를 염두한 글쓰기’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일기장에 글을 쓸 때 그걸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책은 독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는 글이다. 따라서 나만의 생각을 문장으로 나열해서는 안 되고, 이 글이 다른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예상 독자를 고려할 때는 추상적인 인류가 아니라 구체적인 개인을 만족시켜야 한다. 다시 말하면 모든 사람에게 이로운 책, 모두를 위한 책이 아니라 이 책을 읽을 만한 구체적인 대상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면 ‘남자’가 아니라 ‘갖난 아이를 키우는 초보 아빠’, ‘엄마’가 아니라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엄마’처럼 보다 뾰족하게 범위를 좁혀야 타깃이 분명해진다. 이렇게 예상 독자가 구체화되면 단 한 사람에게 이야기하듯 책을 써나가면 된다. 이 책의 타깃이 누구인지 정확히 특정 짓고, 그가 무슨 어려움이 있는지를 고민하며 대안을 제시하고 방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결국 작가는 독자의 대변인이 된다는 생각으로 책을 쓰는 것이다.
둘째, 책 쓰기와 글쓰기의 또 다른 차이점은 ‘기획력’의 유무이다. 글 쓰기에는 기획이 필요하지 않지만 책 쓰기에는 기획이 필요하다. 책을 쓸 때는 내가 가진 콘텐츠를 잘 기획하여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 할 수 있어야 하며, 책이라는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야 한다. 글쓰기를 잘하려면 문장력이 중요하지만, 책 쓰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기획력이 가장 필요한 셈이다. 관련된 다른 책도 많이 읽어야 하고, 자료를 수집하여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게 책 쓰기의 핵심이라 할 수 있겠다.
셋째, 책은 일반적으로 검증된 글이라는 점에서 공신력을 갖게 된다. 책은 공신력의 산물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책이 주는 무게감이 크다. 따라서 책은 공신력을 확보해야 하고, 정보를 담는다면 정확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관련서적을 인용한다면 출처를 꼭 달아야함도 물론이다.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쓸 자유는 있지만 그 글이 책으로 출간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증명이 필요한 셈이다.
넷째, 책은 대중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팔려야 한다. 내가 읽으면 일기장, 남이 읽으면 책이라는 말이 있다. 남에게 확실한 이익을 주고 그 사람의 문제를 해결해주어야 책이 팔릴 수 있다. 그러려면 책을 읽고 나서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그 변화가 꼭 거창한 변화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작지만 확실한 변화가 더 중요하다. 책을 읽고 독자의 마음가짐이 달라진다던가, 책을 읽고 쉽게 따라 할 수 있다던가 하는. 책을 통해 지금 즉시 얻는 확실한 이익이 있어야 사람들은 책을 산다. 그러기 위해서 작가는 책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되 독자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써야 한다. 그러려면 자기의 본질과 시장성이 둘 다 갖춰진 주제로 책을 써야 할 것이다.
책은 글을 담는 그릇이다. 단단한 그릇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그 안에 담을 글도 중요하지만 그릇 자체가 튼튼해야 한다. 그릇을 잘 빚기 위해서는 글쓰기와 책 쓰기의 본질이 어떻게 다른지를 한번쯤은 고민해보고 책 쓰기를 시작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