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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책을 써야 할까?

장르에 대한 고민

by 강진경

"한 번쯤은 책을 내고 싶은데, 도대체 무슨 책을 써야 할까?"


이 질문은 책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가 명확히 정해져 있는 사람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내용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처음부터 확실히 정해져 있다면 일단 그 이야기를 쓰면 된다. 자신이 그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에 어떤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주제를 생각하고, 그 방향대로 원고를 써나가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분들은 책을 쓰고 싶지만 도대체 무슨 책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질문하는 분들도 있다. 한 번쯤은 책을 내고 싶은데, 도대체 무슨 책을 써야 할지 모를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사실 자신의 경험을 담은 이야기가 가장 진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직접 겪은 일, 자신이 전공한 분야, 스스로 가장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분야를 써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 오롯이 책을 통해 공부를 해서 책을 쓰신 분들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경우는 본인이 직접 겪은 일이나 자신이 업으로 삼고 있는 분야에 대해 책을 쓴다. 그래야 작가도 할 이야기가 많고, 독자에게도 작가의 글이 가슴으로 와닿지 않을까?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책이 존재하고, 책의 장르도 다양하다. 심지어 하나의 책이 여러 장르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는 책도 존재한다. 나는 전업작가가 아닌 사람이 가장 쉽게 도전할 수 있는 것은 에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학교 국어시간에서도 배우지 않는가. 수필은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고, 작가가 아닌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이라고. 사전에 수필을 검색하면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견문이나 체험, 또는 의견이나 감상을 적은 산문 형식의 글'이라고 나온다. 일기, 편지처럼 일상에서 누구나 한 번씩은 써본 글이 바로 수필이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에세이는 누구나 쓸 수 있는 장르의 글이다. 그런데 문제는 일반적인 감성 에세이는 유명인이 아닌 이상 출판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우리의 목표는 글을 쓰고 출간까지 하는 것이니까. 그럼 내가 쓴 에세이를 어떻게 하면 출간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을까? 결국 흔한 감성 에세이가 아니라 에세이에 자신만의 콘텐츠를 담길 권한다. 자신의 경험이 다른 이에게도 실용적으로 도움이 되는 글을 쓰는 것이다. 에세이만 해도 내용에 따라 그 종류가 엄청 많아지니까.


사실 나의 첫 책 <유방암, 잘 알지도 못하면서>를 출간할 때도 이 원고가 에세이와 실용서 중 어디에 속하는지 많은 고민을 했다. 결론은 그렇게 나누는 것이 큰 의미가 없었다. 출판사 대표님은 내 원고를 보고, '에세이의 탈을 쓴 건강 실용서'라고 정의하셨다. 이처럼 책이라는 건 두부 자르듯 장르가 나누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경험을 다루었으니 에세이지만, 그 내용이 실용적인 정보를 담고 있으면 실용서가 되는 것이다. 책은 쓰고 싶은데 어떤 장르를 써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장르에 연연하기보다 자신만의 콘텐츠를 창작하는 데 집중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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