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외과 일곱번째 진료: NGS 유전자 검사 결과

2021년 9월 3일

by 강진경

방사선 치료도 모두 끝나고, 어느새 졸라덱스 주사를 2회차 맞는 날이 되어 오랜만에 유방외과를 방문했다. 동시에 NGS 유전자 검사 결과를 듣게 되는 날이기도 하다. NGS 유전자 검사란 '유전성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기반 검사'의 줄임말인데 쉽게 말하면 유전적으로 암을 일으키는 변이 유전자가 있는지 알아보는 검사이다. 항암 패스 여부를 판가름했던 맘마프린트 검사와는 다른 검사로, 간단한 피검사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모든 유방암 환자가 이 검사를 필수로 하는 것은 아니고, 유방암이나 난소암 가족력이 있는 유방암 환자, 가족력 없이 40세 이전에 유방암에 진단된 경우, 가족력 없이 난소암으로 치료받은 적이 있는 경우, 양쪽 유방암에 암이 발생한 경우, 남성 유방암 환자, 여러 장기에 암이 발생환 환자 등이 검사 대상에 해당된다. 검사 대상이 되면 총 검사비의 50%인 50만원을 부담하고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주치의와 첫 면담에서 나는 유전적으로 유전성 암이 의심되어 이 검사를 실시했다. 가족 중에 누가 암이 있는지 설문지를 작성하는데 할아버지 간암, 큰아버지 췌장암, 큰고모 위암, 작은고모 폐암, 사촌언니 둘 유방암. 적을 칸이 부족할 지경이었다. 암은 직계 가족 3대에서 1명만 있어도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본다는데 가족력을 넘어 유전성 암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나는 불안에 떨어야 했는데 가장 큰 걱정은 만에 하나 내가 유전성 암이라고 했을 때 내 딸 소은이와 언니까지 유방암에서 자유로울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혹시라도 유전자에 이상이 있다면 남은 왼쪽 유방과 난소도 예방적으로 절제해야 할 지 고민해야 했다. 유전자 검사가 나오는 데까지는 한 달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 결과를 기다리며 수술을 미룰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따라서 수술은 부분 절제로 진행이 되었지만 혹시라도 유전자 변이가 있다면 또 다른 수술을 염두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유전자 검사 결과요? 어디보자...괜찮아요."(싱긋)


주치의 특유의 아무렇지 않은 화법이 여기서 또 효과를 발휘한다. 마치 원래부터 걱정할 게 없었다는 것처럼 가벼운 말투와 목소리. 혹시나 유전자 변이가 있었다면 또 한번 심장이 쿵 내려앉고, 치료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을 텐데 유전성 암은 아니라니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지. '그렇다면 도대체 유전도 아닌데 가족 중에 왜 그렇게 암 환자가 많은 거며, 나는 대체 암에 왜 걸린거야?' 하는 질문이 되돌이표처럼 떠오른다. 아무도 정답을 말해줄 순 없지만 가족력과 환경적 요인이라 생각할 수 밖에.


가족력과 유전성 질환이 헷갈리기 쉽고 실제로 혼용되는 경우도 많지만 엄연히 다른 개념이라고 한다. 가족력은 주거환경, 식습관, 직업 등 생활환경에서 비롯된 후천적 유전자가 원인이며 유전성 암은 말 그대로 유전적 원인에 의해, 유전자 변이가 암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미국의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암 발병과 관련된 브라카 유전자의 이상이 발견되어 예방적으로 유방과 난소를 절제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 살아가면서 반대쪽 유방이나 난소도 암에 걸릴 확률이 너무나 높기 때문이다.

암을 진단받고, 내가 정말 후회한 것 중 하나는 암에 대해 너무나 안일했다는 점이다. 친가는 그야말로 암밭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암 환자가 많았는데 나는 '암'을 그야말로 '남의 일'이라 생각하며 살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언니는 사촌언니의 유방암 소식을 듣고 암 보험도 따로 들어놨다고 한다. 나는 암 보험은 커녕 암이 발병하기 전 같은 쪽 유방에 양성 종양이 발견되어 맘모톰 시술을 하였는데도 암에 대해 전혀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았다. 내 몸에 대해 왜 그토록 무심했을까. 나는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암을 키워가고 있었던 것이다. 유전자 변이가 없는 것은 다행스럽지만 그럼 대체 나는 왜 암에 걸린 것일까? 어떤 환경적 요인이 나를 암환자로 만든 것일까?

(photo by National Cancer Institut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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