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아이를 키우며 가장 힘들었던 점을 꼽으라면 단연코 '잠'이다. 그래서인지 '잠'에 관한 이야기는 해도 해도 끝이 나지 않는다. 지난 글 영아기의 잠투정에 이어 이번 글은 영아기의 밤중 수유가 수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밤중 수유(이하 밤수)란 말 그대로 밤에 자면서 수유를 하는 것을 말한다. 신생아들은 배가 작아서 몇 시간만 지나도 배고파 견딜 수가 없기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배가 고프면 먹여야 한다. 그러나 아기가 3~4개월쯤 되면 밤낮을 구분할 수 있고 이때쯤 되면 소위 말하는 수유 텀이 늘면서 밤중에 먹이지 않아도 버틸 수 있다. 그래서 분유 수유아는 만 4개월 무렵, 모유 수유아 만 6개월이면 밤수 끊기가 가능해진다. 분유 수유아가 좀 더 빨리 밤수 끊기가 가능한 것은 분유가 모유에 비해 소화가 잘 안 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모유를 먹는 아이들은 배가 금세 꺼지지만 분유 수유아는 배불리 먹고 자면 비교적 잠을 길게 자고, 통잠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분유를 먹는 아기들이 모유를 먹는 아기들보다 통잠 시기가 빨리 온다.
그런데 이 시기에 밤수를 끊지 않으면 아기들의 식사 시간이 밤으로 고정되면서 그야말로 엄마의 고생길이 시작된다. 밤에 먹는 것이 습관이 된 아이는 자다 깨서 배가 고파 울고, 아이가 보채고 우는 것이 힘든 엄마는 다시 아이를 재우기 위해 수유를 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나는 이 악순환을 직접 경험한 사람으로서 밤수야말로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정해진 시기에 끊은 것을 권하고 싶다. 아이가 하룻밤에도 10번씩 깨는 경험을 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소은이는 13개월이 넘도록 모유 수유를 했고, 밤수도 모유 수유를 끊을 때 비로소 끊을 수 있었다. 즉 단유를 시도할 때 밤수도 함께 끊었는데 놀랍게도 밤수를 끊자마자 기적처럼 통잠을 잤다. 소은이의 통잠을 방해했던 가장 큰 요인은 밤수였다.
문제는 밤수는 '양날의 검' 같아서 잠투정이 심한 아이를 키울수록 그것을 끊기란 정말 쉽지 않다. 아이가 잠투정을 부릴 때 가장 손쉽고 빨리 아이를 달랠 수 있는 방법이 젖을 물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디서든 엄마만 있으면 해결되는 최상의 무기. 그래서 젖을 물려 아이를 재우는 방법은 사실 뿌리치기 힘든 달콤한 유혹이다. 특히 안거나 업어야지만 자는 아이가 바닥에 누워서 잘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젖을 물리는 것이기에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 때는 누워서 젖을 먹이며 아이를 재웠다.
이렇게 누워서 수유를 하는 것을 엄마들은 일명 '눕수'라고 부르는데 누군가 눕수를 고민한다면 이 또한 하지 말라고 말리고 싶다. 누워서 수유하다 보면, 처음에는 엄마도 아이도 그 자세가 편해서 그대로 잠들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잠이 들면 그대로 끝인 게 아니라 젖이 빠질 때마다 아이가 깨서 운다는 데 있다. 물론 이것도 기질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이전 글에서 말했듯이 이 시기의 아이들은 얕은 잠을 주로 자기 때문에 젖을 물며 잠이 든 아이는 젖꼭지가 빠지면 반사적으로 젖꼭지를 찾으며 깰 수 있다.
소은이는 자다가 물고 있던 젖꼭지가 빠지면 화들짝 놀라 경기를 일으키듯 울었다. 마치 공갈 젖꼭지를 물고 자는 아이가 공갈 젖꼭지가 빠지면 우는 것처럼 말이다. 빠진 공갈 젖꼭지야 찾아서 입에 다시 물려주면 된다지만 밤새 공갈 젖꼭지가 되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었다. 아이가 깊은 잠에 빠질 때까지 옆으로 누운 자세로 꼼짝없이 가슴을 내어 주어야만 했다. 공갈 젖꼭지를 물면 좋으련만, 아이는 귀신같이 엄마 젖꼭지와 공갈 젖꼭지를 구분했다. 그렇게 1년 넘게 인간 공갈 젖꼭지 생활을 하다 보니 척추가 틀어지는 척추측만증이 왔다.
사실 젖을 먹으면서 자는 습관은 엄마뿐 아니라 아이에게도 좋지 않다. 치아 건강에도 좋지 않고 방광이 차기 때문에 깊은 수면을 방해한다. 결국 젖을 물리고 자는 습관은 엄마에게도, 아이에게도 다 좋지 않지만 많은 엄마들이 아이를 울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재우기 위해 잘 때 젖을 물린다. 이것이 딜레마이다. 이 고리를 끊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아이가 통잠을 잔다는 것은 엄마의 삶의 질에도 중요하지만 아이의 성장 발달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잠을 푹 자야 잘 크고, 뇌도 잘 발달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수면이 부족한 아이는 피로해서 더 예민해지고, 더 잠을 못 이룬다. 결국 악순환이 반복된다.
밤수를 끊어햐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밤수는 이유식과 공존이 어렵기 때문이다. 생후 4~6개월이 되면 이유식을 시작하는데 밤중 수유를 계속하면 수유로 배를 채우면서 이유식 양이 늘지 않는다. 이유식을 먹으면서 이유식 3번, 수유 4번의 리듬이 정착되는데 밤중 수유를 하게 되면 이러한 리듬을 지키기 어렵고 결국 이유식을 먹는데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정리하면 영아 시기에 밤중 수유는 아이와 수면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니 밤수를 끊는 것이 아이가 통잠을 자는 지름길이다. 밤수 끊기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어려워진다. 아이를 위해서도, 엄마를 위해서도 밤수는 제 시기에 꼭 끊길 바란다.
<아이를 위한 꿀팁>
1) 낮 시간에 활발하게 활동하게 해 주세요.
낮 시간에 활발하게 몸을 움직이면 얕은 잠이 많은 시기더라도 피곤해 곯아떨어질지도 몰라요. 이 시기의 아이는 낮에도 무조건 자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낮에 아이를 억지로 재우기도 하는데 굳이 그렇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낮잠은 최소한 줄이고, 밤잠을 늘려가기를 조언합니다.
2) 자기 전 마지막 수유(막수)가 중요합니다.
자기 전 마지막 수유를 일명 막수라고 하는데요. 막수를 충분히 배불리 먹어야 아이가 밤에 배가 고파서 깨는 일이 덜할 거예요. 마지막 수유 시간을 규칙적으로 지켜주시고, 양도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엄마를 위한 꿀팁>
1) 졸리고 피곤한 엄마를 유혹하는 눕수, 눕수는 제발 하지 마세요.
당장의 편안함을 위해 눕수를 선택한다면, 정말 오래 후회하게 될지도 몰라요. 아이가 젖을 물다가 그대로 잠들면 먹고사는 것에 대한 연결고리가 생겨서 눕수 자체가 수면 의식처럼 되어버려요. 그러면 밤수 끊기는 점점 더 힘들어집니다. 밤잠뿐 아니라 낮잠을 잘 때도 젖을 물려 재우시면 안 되어요.
2) 밤수 끊기는 독하게 마음을 먹고 해야 합니다.
밤수를 끊기로 결심했다면 아이가 아무리 울어도 밤에 수유를 하시면 안 돼요. 2~3주 동안 적응기간이 있을 수 있으니 엄마의 인내가 필요합니다. 중간에 포기하시면 다시 끊기는 더 어려워질 수 있어요. 저는 밤수 끊기가 너무 어려워 아예 모유를 끊어버린 경우입니다. 이제 더 이상 젖이 나오지 않아야 아이도, 엄마도 단념할 것 같았기 때문이에요. 그만큼 밤수 끊기는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