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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사 Aug 30. 2020

6 빚이 일억 있습니다

경제적인 문제로 무기력에 빠졌을 때 대처하는 방법

걱정하는 것 역시 무기력에 빠지는 지름길이다. 걱정한다는 것은 일을 해결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것이다.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우연치고는 걱정하는 것들의 대부분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난 어렸을 때부터 걱정하는 일에 대해 계속 걱정하고 있으면 그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믿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보다는 걱정만 하는 편이였다. 걱정하면 그 일이 안 일어날거란 기대 때문이다. 

“괜찮아, 걱정하지마”의 저자 데일 카네기에 따르면 걱정을 처리하기 위해 다음의 단계를 따라야 한다고 한다.     

1. 사실을 파악한다

2. 사실을 분석한다

3. 결단한다. 그리고 그것을 실행한다.

     

문제를 현실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문제에 접근한다면 걱정하는 것들의 대부분은 해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문제를 현실적으로 보고 해결할려고 노력해도 안되는 것들이 있다. 빚도 그 중 하나인 것 같다. 아무리 현실적으로 보아도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을 파악하고 분석해도 빚은 빚이다. 

 내가 겪고 있는 무기력에는 사실 이 빚도 포함되어있다. 아무리 월급을 아껴쓴다고 돈이 모아지지 않는 현실앞에서 난 좌절할 수 밖에 없었다. 더 이상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은 무기력이 아주 좋아하는 조건인 것이다.

 빚 이야기를 하자면 결혼 초의 생활로 돌아가야 한다. 유통사업을 하던 처갓집이 자금난에 시달리자 내 명의의 마이너스 통장 대출을 받아 돈을 빌려주었다. 꽤 큰 액수의 돈을 빌려주는 데에는 그 만한 은혜를 입어서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에 성공해서 이름있는 가구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이때는 집사람과 결혼 전 연애시절이였고 장모님에게도 인사를 드린 상태였다. 그렇게 충주에 있는 가구공장에서 6개월을 보내면서 타지 생활의 외로움과 특히 일의 성격이 나와 맞지 않았다. 고민 끝에 과감히 퇴사를 결심했지만 부모님이 퇴사하는 것을 극구 반대하셨다. 당신들 생각에 내가 일을 견디지 못하고 성급하게 판단한다고 생각하신 듯 했다.

하지만 성급한 판단이더라도 빠른 결정이 더 시급했다. 그렇게 반대하시는 부모님 몰래 대전에 내려와 고시원을 잡고 공무원 공부를 시작했다. 대학 졸업 당시에는 누구나 한다는 공무원 준비를 나는 하고 싶지 않다는 자존심이 있었으나 막상 취업을 해보니 왜 공무원 준비에 다들 매달리는지 알 것 같았다. 내가 생각하는 직장생활은 넓은 사무실에서 그날의 스케줄이 빼곡힌 붙어있는 파티션으로 나눠진 책상에서 모니터에 집중하며 넥타이를 맨 와이셔츠의 소매는 반쯤 접어 팔위로 말아올리고 바쁘게 여기저기 전화를 하는 모습이였다(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탓이다). 하지만 현실은 시끄러운 소음에 귀마개를 해야했고 먼지가 앉은 작업복을 입고 하루종일 생산량을 관리해야하는 현장 관리직이였다. 하고 싶은 업무도 현장 관리직보다는 설계쪽이였다. 그렇게 마음에 드는 환경보다는 안좋은 것들이 더 많았다. 그렇다고 내가 화이트칼라를 동경하며 편한 일만 찾는 것은 아니였다. 사실 난 병역의 의무를 군대를 가는 대신에 특례병으로 공장에서 3년간 일을 했다. 그래서 공장의 생리를 잘 알고 있다.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현장에서 서로가 웃는 일은 거의 없고 또한 시끄러운 현장 소음 때문에 목소리도 자연히 커져 모든 말투가 부드럽게 들리지 않고 전투적이였다. 그래서 난 공장 생활이 싫었다. 

 내 알량한 자존심이 현실앞에서 무너지는 순간이였다. 부모님의 지원없이 고시원 생활을 하려니 경제적인 문제가 내 앞에 놓였다. 그때 손을 내밀어 준 분이 바로 장모님이셨다. 고시원 비용을 대주시고 매 끼 식사도 책임져 주셨다. 아무 불편없이 고시원 생활을 하면서 엄청난 집중의 시간을 가진 것 같다(배수진을 치고 공부한 덕이다). 그렇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중 장모님과 집사람이 지금의 회사에 공채시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원서까지 내주었다. 사실 공무원 준비에 한창일 때라 지금의 회사는 시험을 보러 가고 싶지 않았지만 원서까지 내준 정성이 고마워서 시험을 보러 가게 되었고 운 좋게 공채로 입사를 한 것이다.

그렇게 장모님과 집사람이 아니였다면 지금의 내 모습은 다르게 존재했을 지도 모르겠다. 내가 힘들 때 도움을 주신 분이니 나 역시 도움을 드리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일이 틀어져버렸다. 여전히 장모님 사업이 힘들어지다보니 사업자체를 접어야했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이혼을 하신 것이다. 가정적이지 못했던 장인어른은 본인 살길만 찾아 떠났고 장모님은 있던 재산마저 처분해서 사업 빚을 갚고 나니 정작 내가 장모님께 빌려들인 돈은 받을 길이 없어졌다. 적은 액수의 돈이라면 그냥 잊어버리면 되었지만 수천만이나 되는 돈을 못받는다고 생각하니 잠이 오지 않았다. 지금도 빚은 진행형이다. 아무리 현실을 받아들이고 해결해보려 하지만 답이 없다. 

 모든 부채를 합치면 일억이 넘는 빚이 되버린 지금 무기력에 빠지지 않고 내가 어떻해야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을까. 현실적인 해결은 못해도 무기력에 만큼은 빠지지 말아야겠다. 왜냐하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걱정해서 무기력에 빠지는 것보다 현실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고 빨리 포기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다.

    

“ 어쩔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빨리 포기하는 것이 무기력을 극복하는 길이다”

     

더욱이 장모님 덕분에 내가 지금의 가정을 이루고 있는 지도 모르는 일이다. 행복한 가정을 갖게 해준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런 태도는 “The having(이서윤,홍주연지음)” 이라는 책에서도 나온다     

“우리가 느끼고 집중해야 할 것은 바로 이 순간이에요, Having은 지금 이 현실에서 출발해야 해요. 미래형이 아닌 현재 진행형인 셈이죠, ‘있음’에 주의를 기울일 때 당신을 둘러싼 세계는 다르게 인실될 거예요. ‘없음’의 세상에서 ‘있음’의 세상으로”     

현재 가지고 있는 것에 집중한다면 ‘빚’과 같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도 무기력에서 자유로울수 있을 것이다. 내가 갖지 못한 것 보다 갖고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의미는 달라질 것이다. 이런 깨달음 만으로도 무기력의 기분에서 헤어나올 수 있는 것이다.

지금도 내가 겪고 있는 빚에 대한 무기력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무기력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가장 좋은 해결법은 빚이 해결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빨리 포기하고 내가 지금 갖고 있는 것에 집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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