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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월화 Apr 24. 2022

열등감에 대하여

코로나와 갑상선염 그리고 갑상선암


갑상선 수술을 한 달가량 앞두고 코로나에 걸렸었다.

고열, 가래, 근육통은 3~4일 만에 호전이 되었는데 기침은 2주 넘게 지속되었다.

가족들은 수술을 미뤄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

코로나로 인해 보고 싶은 사람들을 보지 못하고, 아기에게 자기 얼굴만 한 마스크를 씌우고 하는 것들은 참을만했다.

하지만 어렵게 조절한 수술 일정까지 바꿔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은 참 난감했다.



입원환자는 입원 2일 이내에 받은 PCR 음성 결과지가 필요했기 때문에 아침 일찍 근처 병원 선별 진료소에 갔다.

줄이 길어서 세 시간 정도 대기를 했는데, 감염된 이력이 있는 사람의 경우 몇 주에서 몇 달까지 PCR 양성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해서 머릿속이 복잡했다.

아직도 양성이면 어떡하지, 수술을 미뤘는데도 양성이면 어떡하지, 아니야 음성일 거야 하는 생각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됐다.

누군가는 수술을 위해, 누군가는 유학을 위해, 누군가는 취업을 위해 코로나바이러스 음성 결과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코로나 검사 결과가 양성이라는 이유가 이런 중요한 일들을 가로막을 정당한 사유가 될까?

쉽게 동의할 수 없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후나 코로나 백신 접종 후에 갑상선염이 생긴 환자들을 꽤 보았다.

갑상선염이란 말 그대로 갑상선에 생기는 염증을 말한다.

자가면역, 세균, 바이러스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 갑상선염이 발생할 수 있다.



갑상선염이 갑상선암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결과는 연구별로 상이하다.

갑상선염 중에서도 하시모토 갑상선염과 갑상선 유두암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Jankovic B, et.al., Hashimoto's thyroditis and papillary thyroid carcinoma: is there correlation?, L Clin Endocrinol Metab 98:474-482, 2013)

바늘 조직검사를 이용한 연구에서는 하시모토 갑상선염이 갑상선암의 위험인자가 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갑상선 절제술을 이용한 연구에서는 하시모토 갑상선염 환자에서 갑상선암 유병률이 평균 27.6%로 대조군에 비해 1.59배 높게 나타났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감정을 딱 하나만 뽑아보라고 한다면 나는 열등감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놈의 열등감은 개입되는 순간 모든 관계를 순식간에 망쳐버렸다.

나를 좋아한다던 남학생이 너는 뭐가 그리 잘났길래 내 맘을 무시하냐고 말했을 때,

잘 지내던 직원이 그래 봤자 의사들은 다 똑같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을 때,

관계는 끝나다 못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얼룩져버렸다.

애초에 열등감 같은 감정이 없었다면 세상은 훨씬 아름다웠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암에 걸린 나는 열등감이라는 것이 폭발했다.

갑상선암에 걸린 것도 싫고,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도 싫은데

그 싫은 수술마저도 코로나에 걸려 못 받을 수도 있다니 이 무슨 기괴한 상황이지.

사람을 세 그룹으로 나누자면 건강한 사람, 암환자, 코로나에 걸린 암환자로 나눌 수 있고 나는 그중에 최악인 그룹에 속하는구먼, 하고 실소했다.



어쩌면 열등감의 다른 이름은 슬픔이 아닐까.

슬픔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고 싶을 때, 열등감이 고개를 든다.

하지만 진짜 슬픔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내 안에 있어서, 내가 잠잠히 바라봐 줄 때까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오후 5시면 나온다던 코로나 검사 결과가 밤 10시가 넘도록 나오지 않아서 잠들어 버렸다.

아침이 되어서야 결과를 확인했다.



밤새 찾아온 열등감이라는 손님은 아침이 되자 떠나갔지만, 이상하게 처음으로 싫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자주 만나고 싶다는 얘기는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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