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람의 미학
딸아이는 일본에서부터 온천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뉴질랜드에 가면 온천에 가자고 꼬셨던 탓인지, 딸아이는 도착하자마자 온천에 가고 싶다고 했다.
전날 급히 근처의 온천을 찾아보니, 오클랜드에서 차로 두 시간 반 정도 걸리고, 예약이 가능한 시간은 오후 6시 15분 자리 밖에 없었다.
이건 너무 늦은 것 같은데, 오는 길이 고단할 거야, 하는 설득이 통하지 않아서 우리는 못 미더운 중고차를 끌고 테아로하로 갔다.
뉴질랜드의 7월은 오후 5시가 되면 제법 컴컴해져 운전이 힘들었다.
몰랐으니 여기까지 왔지만 다음부터는 이 시간에 돌아다니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딸은 평소에 멀미가 심한 편인데, 온천에 가는 것이 설렜는지 연신 괜찮다고 했다.
그렇게 힘들게 달려 온천에 도착했는데, 입구 직원은 갑자기 8세 이하의 어린이는 반드시 어른 두 명을 동반해야 입장할 수 있다고 하는 게 아닌가.
함께 들어갈 어른 한 명을 더 찾지 않으면 입장이 안된단다.
처음 본 사람한테 저랑 같이 벗고 온천하실래요 하라고? 그럼 싱글맘은? 이래 저래 말이 되지 않았다.
내가 뭔가 잘못 알았나 싶었지만, 예약한 홈페이지를 다시 보아도 그런 문구가 없었다.
이것이 인종 차별인지 나도 헷갈리지만 내가 느끼기에 현지 사람은 인종이 다른 사람에게는 안된다는 말을 쉽게 한다.
아마 내가 코카시안이었다면 주의 서약을 받던지 환불을 해주던지 그래도 뭔가의 조치를 더 해줬을 것이다.
"안된대?"
내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자 딸이 물었다.
나는 처음으로 딸이 영어를 잘 못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무시와 배려 없는 말씨를 딸은 못 알아들었으면 했다.
다행히 근처에 어린이용 핫풀이 있어서 나는 딸에게 어린이 온천은 다른 곳이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수영장 직원은 30분 후 마감이라며 난색을 표했고, 우리는 수영복도 없었지만, 안에 입고 간 러닝셔츠와 팬티만 입고 아무도 없는 핫풀에 발을 담그고 나왔다.
착한 딸은 그래도 재밌었다고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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