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때문에 온 것 아니라면서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뉴질랜드도 마오리족이 영국의 지배를 받은 슬픔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러한 역사적 유사성이 다양한 민족과 문화를 이해하기에 좋은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뉴질랜드에는 마오리 문화를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곳곳에 남아있다.
학교에서도 마오리어를 배우고,
시설 곳곳에 마오리어가 병기되어 있다.
국가도 1절은 마오리어로, 2절은 영어로 부른다.
쿠마라는 우리나라의 고구마와 유사한 구황작물이다.
폴리네시아인들이 뉴질랜드에 정착하면서 남아메리카에서 쿠마라를 가져왔다.
남아메리카와 폴리네시아 간의 고대 접촉을 나타내기 때문에, 단순한 음식 이상의 의미가 있다.
빨간 껍질의 Owairaka Red, 노란색의 Toka Toka Gold, 보라색인 Purple Dawn 등의 품종이 있고, 품종별로 식감과 달콤한 정도가 차이가 난다.
나는 한국의 호박고구마를 아주 좋아한다.
쪄먹어도, 튀겨먹어도, 과자로도, 스틱으로도 즐겨 먹었다.
장을 보다가 만난 쿠마라는 익숙하고도 낯선 자태였지만, 반가움에 구매해서 그날 저녁에 쪄 먹었다.
딸아이는 뉴질랜드에 오기 전에 종종 영어를 못해서 걱정이 된다고 울었다.
나는 그때마다 영어는 필요하면 이용해야 하는 수단일 뿐, 두려워하고 압도당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고 쿨하게 답했다.
하지만 막상 이곳에 와보니 영어라도 잘해야 덜 무시받는 게 현실인 것이다.
지난 주말에 우리는 오클랜드 동물원에 갔다.
9시 반부터 오픈인데, 10시부터 주차자리가 없어서 이도저도 못하고 주차장을 뺑뺑 돌고 있었다.
역시 전 세계의 육아인들은 모두 부지런하다.
주차관리요원이 다가와서 소리를 쳤다.
"you are on the wrong way!
(당신 방향 틀렸어!)"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