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함이 꼭 그렇게 나쁜가
연속해서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날이 있다.
일찍 일어나서 여유 있게 준비하다 보니 애매하게 시간이 늦어졌고,
걷는 것보다 차가 조금 더 빠르겠다 싶어 차를 타고 갔는데 학교 주변이 공사 중이고,
결국 학교에서 먼 곳에 겨우 차를 대고 뛰어가서 도착한 교실에는 하필 낯선 대체 선생님이 계시고,
출석 부르기 전에 얼른 착석을 해야 하는데 쭈뼛거리는 아이에게 일단 가서 앉으라고 다그쳤을 때
딸아이는 참아왔던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대체 선생님의 이름은 미세스 테일러였다.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면
"굿모닝, 미세스 테일러."
하고 대답을 하는 분위기였는데,
딸아이는 울먹이며
"굿모닝, 테이블."
하고 겨우 대답했다.
그 모습이 왜 이렇게 또 짠한지.
나는 뉴질랜드에 오기 전에, 이곳에서의 경험이 딸아이에게 도움이 되리라 나름의 확신을 가지고 왔다.
하지만 때때로 약한 마음이 들 때도 있고 후회가 될 때도 있다.
며칠 전에 싱크대 배수구가 고장이 나서 부엌의 물이 내려가지 않았다.
혼자 이런저런 처치를 해 보다가 결국 배관의 문제인 것 같아서 집주인에게 말했다.
집주인은 중국인 여성인데, 내가 해보았던 처치법들을 반복해서 해 보더니 되지 않자 할머니를 불러오고,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불러오고, 할아버지가 아들을 불러오더니 끝내 배관을 뜯어 수리를 해냈다.
도움을 청할 사람이 많은 모습이 내심 부러웠다.
다들 내가 연고도 지인도 없이 딸아이만 데리고 뉴질랜드에 왔다고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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