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해주면 안 될까?

결국 사랑의 다른 말

by 최유정

유달리 나에게 궁금한 게 많던 사람이 있었다. 만난 지 몇 년이 지났어도 잠에선 깼는지, 밥은 먹었는지 아주 사소한 것도 매일 궁금해하던 사람이 있었다.


물론 나도 그에게 궁금한 게 매일 있었다. 별 다를 거 없는 출근길인데 잘 출근은 했는지, 매일 같은 점심을 먹을 텐데 밥은 잘 먹었는지 그의 매분매초가 궁금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그의 대답이 뻔해지기 시작할 때, 더 이상 질문이 아니라 눈물로 호소할 때쯤 날 선택하는 게 어려운지, 우리가 함께 평생 살 수는 없는지 묻고 싶었던 마음들을 애써 삼키며 그도 내게 잘 지내라는 질문도, 대답도 아닌 말만 남긴 채 이별하게 되었다.


그렇게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지 2년쯤 되었을까.

그는 어느 날 홀연히 내가 잘 지내는지 궁금해왔다. 여느 헤어진 사람들의 오랜만처럼 잠시 서로의 안부를 물었고, 그 후 이어진 대화 속에 그는 참 내게 궁금한 게 많았다. 하지만 그 시절에 나는 그에게 궁금한 게 없었다. 그래서 그의 요즘에 관하여선 아무것도 모른 채, 썩 슬프지 않은 되려 서로에게 화만 내며 이별을 다시 맞이했다.


몇 개월쯤 흘러 가을이 오자, 명절이라는 탓일까. 잘 지내는지, 그의 가족들까지 잘 지내는지 다시 그의 선 안에 있는 것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긴 연휴 내내 고민하다 그에게 연락을 보냈다. 궁금한 것들을 최대한 삼키며 안녕을 물었지만, 그는 '그래, 너도.' 정도의 대답만을 남겼고 그 후에 이어진 메시지에도 물음표가 없었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그에게 다시 연락했는지 궁금해해 주길 바랐다. 그가 없이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여전히 나에게 당신이 어떤 의미인지를 물어봐주길 바랐다. 워낙에 약한 나를 다시 이전처럼, 아프진 않은지 살펴주길 바랐다. 하지만, 내가 당신을 궁금해하지 않았던 그 옛날에 대한 벌이라고 생각하고 올라오는 마음들을 눌렀다.


그렇지만 저번엔 너만 궁금해했고 이번엔 나만 궁금해하니까, 그렇게 서로 한 번씩 아팠으니까 다음엔 네가 다시 나를 찾아서 궁금해해 주길. 그때는 내가 이번에 묻지 못했던 모든 물음표를 들고 달려갈 테니, 그 품에 나를 안고 한참을 쓰다듬으며 웃는 얼굴을 볼 수 있겠지 하는 기대를 품어본다.


하지만 그래도, 한 번만 물어봐주면 당신의 건조한 대답 속에도 불러주는 내 이름이 여전히 얼마나 시큰한지 말해줄 수 있는데, 이 무거운 삶이 당신의 부름에 얼마나 가벼워졌는지 말해주고 싶은데.

시간이 지나 다시 돌아오면 이 말까지도 한아름 들려줄 텐데, 이번엔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차마 오늘은 닿지 못할 마음들을 묻고, 애써 힘주어 오늘의 대화를 거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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