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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레니 Jun 26. 2023

너만의 타이밍

끝까지 응원할게!

  주말에 남편은 출근하고 할 일이 없던 우리는 아이들이 애정하는 놀이터에 갔다.

  요즘 둘째는 그네 타는 법을 익히느라 놀이터에 가면 그네에 자리가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오늘은 그네 두 자리가 모두 비어있다. 둘째가 나를 부르며 그네를 세게 밀어달라고 한다. 한 번 밀어주자 발구르기를 열심히 해본다. 그러나 미안하게도 둘째의 몸은 나를 닮았나 보다.


  얼마 전부터 열심히 연습하고 내가 구호를 부르며 타이밍을 알려줘도 자꾸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것 같다. 다리는 열심히 접었다 폈다, 몸통도 열심히 앞으로 뒤로, 심지어 목에도 힘이 잔뜩 들어가서 앞으로 뒤로, 그런데 문제는 온몸이 불협화음이다. 그네를 구르는 타이밍과도 맞지 않는다. 이런 것을 총체적 난국이라고 하는 것인가.


  감을 잡지 못하니 내가 시범도 보여주고, “지금이야! 너무 빠르다! 그거야! 지금이야!” 옆에 서서 열심히 발을 구르고 몸을 밀어낼 때를 알려준다. 누가 보면 그네 뛰기 대회라도 나가는 줄 알겠다. 지나가는 다른 고학년 아이들은 한 번씩 힐끗거리며 쳐다본다. 그래도 그만둘 수가 없다. 아이가 너무 열심이다.


  그러다 첫째와 막내가 축구를 한다고 축구공을 가지고 이동한다. 막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도 따라가야 하는데 둘째는 그네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30분을 넘게 둘째는 그네만 탔다. 누가 보면 되게 재미있어서 타는 줄 알겠지만 저 아이는 지금 엄청 열심히 훈련 중이다. 어느새 자기 혼자 이만큼 높이 올라왔다며 멀리서 눈빛을 보낸다.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눈빛을 보낸다.


  여전히 적당한 타이밍과 몸의 움직임을 완벽히 익혔다고는 할 수 없지만 처음보다는 많이 좋아졌다. 계속 연습하다 보면 타이밍을 찾아낼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생각하지 않아도 몸이 알아서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익혀낼 것이다.




  우리는 인생을 살다 보면 적당한 때에 능숙한 움직임으로 원하는 바를 매끄럽게 이루어내는 사람들을 본다.

   아이가 그런 사람이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나는 안다. 혼자 남아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그네가 높이 올라갈 때까지 얼굴이 벌게져서 발을 열심히 구르는  아이를 봤다면  누구라도   있었을 것이다.

  기어이 해낼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그넷줄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것을. 조금 서툰 몸짓이어도 분명히 자신만의 타이밍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것을.

  오늘따라 이 아이가 더 멋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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