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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en Apr 04. 2023

제주생활의 중도와 연기

왈종 미술관

서귀포 소남머리 풍경


비가 왔던 여행 첫째 날과 다르게 맑게 갠 파아란 하늘이 보이는 둘째 날, 서귀포 바닷가를 보기 위해서 무작정 칠십리거리로 걸어가 본다. 제주 매일올레시장 근처에 있는 다정이네 김밥에서 김밥두줄을 포장하여 소남머리에 들려본다. 정오 한낮의 햇볕을 맞으며 노란 지단이 가득 담긴 김밥을 입안 가득 넣어본다.

한적한 평일을 점심때쯤 강아지 산책을 나온 동네주민들, 여행객들의 모습을 눈에  담아본다.



정방폭포


정방폭포 앞 바닷가

정방폭포의 세찬 폭포소리를 청각, 시각, 촉각으로 느끼며 지금 제주에 와있다는 느낌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같은 시간에 방문한 방문객들과 자연스레 어우러져 저마다의 방식으로 정방폭포와 인사를 나눈다. 울퉁불퉁 자갈길을 걷다 보면 한적한 바위에 자리 잡아본다. 한낮의 뜨거운 햇살을 맞으며 저 멀리 보이는 반짝이는 해안의 지평선에 멍하니 바라본다. 이렇게 맑은 날씨에 이곳에 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으로 몸소 느낀다.


왈종 미술관


우연히 마주친 하얀 찻잔모양의 미술관이 눈에 띄었다. 자세히 보니 왈종 미술관이라고 적혀있다. 단체 관객 여럿이 미술관으로 들어간다. 나도 그 발길에 자연스레 들어가 본다. 알록달록 수탉의 조형물, 꽃, 골프채를 든 사람의 모형, 다채롭게 귀엽다. 이곳은 바로 이왈종 작가의 제주의 삶이 녹여 있는 왈종미술관이다.






미술관 설립배경

서귀포에 그동안 내가 살던 집을 헐고 큰 작업실이 갖고 싶다는 생각에 도자기를 빚어 건물모형을 만들었다. 그게 어느덧 3년 전 일이다. 우연히 스위스 건축가 Davide Macullo와 한만원 건축 설계사와 공동 작업을 하여 도면을 수정하기를 2년, 그리고 터를 파면서부터 나는 매일 건축 현장에서 함께했다. 처음엔 새들이 날아와 놀 곳 없어진 것이 아쉬웠지만 예전 뜰에 있던 나무들을 그대로 옮겨다 심었으니 봄이 오면 새들도 기억하고 찾아오지 않을까? 작업실뿐 아니라 전시공간과 어린이 미술교육실까지 마련하였으니 이제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20여 년간 나에게 행복을 주었던 제주 서귀포에 작은 선물이 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이 건물이 이루어지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분들께 두 손 모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2013년 5월 31일 개관 서귀포 왈종-


작가 이왈종

이왈종의 예술은 제주를 떠올리게 하고 제주의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을 되새기게 한다. 이왈종의 화면엔 제주가 있고 제주의 삶이 있고 이상향으로서의 제주가 있다. 이제 제주를 떠나서 이왈종의 예술은 어디에도 없다. 예술가와 그가 처한 상황이 이토록 밀착된 친연성을 지니는 예도 흔치 않으며 밝고 화사한 색채가 주는 놀라운 생명감은 현실의 건조함에서 벗어나 우리를 꿈꾸게 한다.


미술관 소개

조선백자에서 모티브를 삼아 이왈종 화백의 염원을 담아 설계된 왈종미술관은 자연의 빛과 바람이 그대로 전달이 됩니다. 15m 3층, 미술관 전체넓이 300평 규모의 둥근 모양의 찻잔처럼 완성이 되었습니다.

미술관 1층에는 수장고와 도예실이 있고, 미디어 아트 전시관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2층에는 작가의 평면회화, 도예, 목조각 및 미디어 아트 등으로 구성된 전시실이 있습니다. 3층은 작가의 작업 공간과 작가가 사용하는 명상실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2016년도에는 옥상정원이 마련되어 제주도의 남쪽 푸른 바다와 섶섬, 문섬 , 새섬 및 한라산 정상을 작가의 아름다운 작품과 함께 평화로이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커피샵을 겸한 아트샵이 미술관 옆에 자리 잡고 있어 판화작품과 휴식을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이왈종 미술관 공사시작 : 2012년 03월 06일

이왈종 미술관 준공 : 2012년 12 월 12일

이왈종 미술관 개관 : 2013년 05월 31일


-자료출처: 왈종미술관




1층에 들어서면서 작지만 아름다운 풍경소리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하나하나 시선에 따라 그의 조형작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연이어 사진을 찍어본다. 파란 하늘에 그의 작품이 햇빛에 비추니 알록달록 색감이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작가는 골프를 좋아하는지, 작품 곳곳에 골프채를 든 한 남자가 골프장에서 골프 하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 많이 등장한다. 요가하는 한 여인, 닭, 동백꽃, 새, 집, 노루, 자동차,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다양한 모습을 한 폭의 풍경으로 담아낸다. 작품을 마주하니 동화 같으면서도 밝은 색채가 참 명랑한 느낌을 준다.


2층에 들어가면 서귀포 바닷가와 야자수가 조명에 비춰 또 하나의 작품으로 비친다. 그리고 18세 미만 금지작품전시하는 곳에 가면 다양한 자세로 사랑을 나누는 작품이 표현된 공간에 들어간다. 작품을 표현하기 위해 회화, 공예, 조형물 등 다양하게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제주생활의 중도와 연기  

제주에 정착하여 20여 년이 넘게 그동안 나는 <제주생활의 중도와 연기>란 주제를 가지고 한결같이 그림을 그리면서 도대체 인간에게 행복과 불행한 삶은 어디서 오는가 만을 깊게 생각해 왔다.

인간이란 세상에 태어나서 잠시 머물다 덧없이 지나가는 나그네란 생각도 해보았고 세상은 참으로 험난하고 고달픈 것이 인생이라는 것도 생각해 봤다. 살다 보니 새로운 조건이 갖춰지면 새로운 것이 생겨나고 또 없어지는 자연과 인간의 모습들에서 연기라는 삶의 이치를 발견하고 중도와 더불어 그것을 작품으로 표현하려고 하루도 쉬지 않고 그림 그리는 일에 내 인생을 걸었다. 사랑과 증오, 탐욕과 미움, 번뇌와 자유는 어디에서 오는가? 그 슬픔과 기쁨, 행복과 불행 모두가 다 마음에서 비롯됨을 그 누구나 알지만 말처럼 그렇게 마음을 비우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이러한 마음이 내재하는 한 행복한 삶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하면서 서서히 흰머리로 덮여가는 내 모습을 바라본다.

행복과 불행, 자유와 구속, 사랑과 고통, 외로움 등을 꽃과 새, 물고기, TV, 자동차, 동백꽃, 노루, 골프 등으로 표현하며 나는 오늘도 그림 속으로 빠지고 싶다.


– 2013년 5월 서귀포 왈종-



이왈종 작가님 작업공간 풍경
2층 작업공간에서 보이는 풍경
옥상정원 조형물
옥상 정원의 풍경

계단을 따라 3층 공간으로 올라가면 요가하는 공간이 보인다. 그리고 작가의 작업공간도 볼 수 있다. 테라스에 나가면 서귀포 앞바다가 보이는 멋진 경치에 조용히 의자에 앉아서 감상해 본다. 옥상공간은 왈종미술관의 트레이드 마크인 것 같다. 시야가 확 트이는 뷰와 뒤에는 한라산을 등지고 있다.

왈종 미술관 작가의 작품과 더불어 제주의 풍경을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서귀포의 얼굴을 보고 싶은 분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장소이자, 다시 한 번 더 오고 싶은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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