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_4박 5일의 우리 동네

Bjørvika 비요르비카!

by ELLGGOM




한국에서 밤비행기를 타고 시차를 하루 지나 우리는 11일 월요일 아침에 오슬로에 도착한 셈이다.

공항에서 트레인을 타고 오슬로 센트럴 스테이션 역에 내렸다. 역 안은 분주했다. 역 내부 광장에는 크리스마스 시즌답게 반짝거리는 큰 기차가 공중에 매달려 하늘로 날아오르려는 듯 장식되어 있었고 기차역 특유의 웅웅 거리는 북적거림이 들렸다.


IMG_3645.JPG


지하 플랫폼에서 1층 출구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부터 인상적인 오슬로였다. 오로라 같은 밝은 터널을

지나면 오슬로 시내가 짠하고 나타날 것 같은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1층에서 역 밖으로 나가는 출구가 여러 군데였다. 어느 쪽으로 나가야지 숙소로 가는 방향일지 몰라 조금 길을 헤맸다. 다행히 우리 숙소로 가는 출구를 찾아 거의 바닥난 체력을 움켜 잡고 숙소를 찾아 걸었다.

바닥이 눈으로 질퍽거렸다. 캐리어를 끌기 힘들었지만 덥지 않고 추워서 좋고 다행이었다. 아이들은 우리를 따라 걸으면서도 주변에 눈이 있어 신이 났다. 다리 난간 위, 보도블록 위, 벤치 위에 있는 눈은 한 번씩 다 손으로 쓸어보며 숙소 가는 길이 힘들지 않게 잘 따라와 주었다. 점점 비요르비카 지역과 가까워지고 있었고 우리 숙소를 찾았다. 길을 찾느라 첫날 걸어올 때는 잘 몰랐지만 오슬로 발레 & 오페라하우스,

다이크만 도서관, 뭉크미술관을 모두 지나치며 걸어왔었다. 저녁 같았지만 아침이었고, 시내는 한국의 어느 신도시 거리 같았지만 오슬로였다.


IMG_3657 (1).JPG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눈이 온 질퍽한 거리를 종종걸음으로 걷다 보니 15분 정도 걸린 것 같았다.

버건디 컬러의 묵직한 대문이 우리를 맞이했다. 에어비앤비로 예약해 놓았던 숙소였는데 호스트가 친절히 공동현관과 세대 현관문을 여는 방법을 사진으로 보내주었다. 또 다행스럽게도 아침 11시에 체크인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공동현관문은 아날로그 방식의 키패드로 출입하는 것이었고 세대현관문은 호스트가 말한 우편함 같은 곳에서 열쇠를 가져와 문을 열 수 있었다.


비요르비카 지역은 피요르드 시티 (Fjord City)라고 하는 오슬로 해안가 개발 프로젝트의 일부로 오슬로

도심 외곽지역과 연결되는 편리한 교통을 중심으로 주거와 상업 및 문화 레저 시설들이 모두 새롭게 지어지고 정비된 신도시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여행의 목적은 도시 건축물 구경과 지역색이 가득한 곳에 진짜 그 나라의 도시를 느낄 수 있는 곳을 가보는 것이기에 건축물과 의미 있는 디자인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이곳을 숙소로 선택했다. 대게는 노르웨이를 여행하면 광활한 피요르드 같은 자연경관을 보러 오지만 우리는 아직 휴양지나 자연경관에 대한 호감이 많지 않아 어떤 곳이든 여행의 목적이 건축과 디자인이 된다.


IMG_3660.JPG
IMG_3661.JPG
IMG_3652 (1).JPG


내가 고심 끝에 숙소로 정한 곳도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북유럽색이 가득한 집합주택이었다. 우리 숙소는 4층짜리 아파트로 작은 규모였다. 작은 규모였지만 중정이라는 공간을 다른 스타일의 아파트들과 함께 공유하고 아파트들이 중정을 둘러싸고 있는 구조였다. 우리 숙소의 발코니에서 중정에 있는 놀이터와 카약보관대, 눈 쌓인 중정이 한눈에 보였다. 숙소 내부는 아담했고 이케아 가구들로 꾸며져 있었다.

우리 네 명이서 4박 5일 동안 지내기에는 부족함 없는 숙소였다. 짐을 풀기도 전에 아이들은 중정 눈밭에서 구르기 시작했다. 시차로 인해 지금이 저녁인지 낮인지도 모르는 느낌이었지만 처음 와 본 오슬로가 아닌 것처럼 신나게 눈을 즐겼다. 아이들이 중정에서 눈에 흠뻑 빠져있을 때 남편과 나는 아파트 주변을 돌아보았다. 아마도 우리 둘은 너무 설레고 좋았었던 것 같다. 그때 당시 서로 넘치게 표현은 안 했었지만 창문 하나하나, 벽돌 하나하나, 난간 한편 한편을 구경하면서 오슬로 첫날을 만끽했었을 것이다.







keyword
이전 01화#1_한참 늦은 여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