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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내집마련

젤다의 전설 -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15)

by 김엘리

"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는데, 그는 나를 쓱 보더니 가느다란 목소리로 '안녕~' 인사를 했다. 생각보다 목소리가 얇아서 조금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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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지 약간 망설이는 걸 알았는지, 그는 내게 바로 할 말 있냐고 물었다. 철거를 하는 거라면 이 사람도 무어라 할 말은 있을 것 같아 뭐 하는 거냐고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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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의 눈을 들여다보듯 쳐다보면서, 입가에 미소를 띄고 별 일도 아니라는 듯, 철거중이라고 확인을 해 주었다.

"요즘 같은 때는 좀처럼 집을 살 사람이 없어서, 마을 사람들 의견에 따라 철거를 결정한 거야. 사람이 살지 않은지 꽤 오래되었는데... 그냥 놔두면 집만 상하지.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금방 망가지기 마련이라구. 뭐, 이 집은 그런 것 치고는 상태가 나쁘진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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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가 나쁘지 않다고? 아니, 상태가 나쁘건 좋건 나는 무조건 이 집을 살리고 싶었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여기 사겠다'고 말했다. 그는 나의 말에 조금 놀란 듯 했다. 삐딱하게 서서 나에게 이야기를 하더니, 몸을 돌려 나를 정면으로 보고 섰다. 그는 뭔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그의 생각이 내 귀에 들리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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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니 얘.... 갑자기 '살게요' 라니...'


철거를 진행하고 있는데 갑자기 집을 산다고 하니 언짢았을까? 그는 내게, 왜 철거를 하는지 다시 설명해 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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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은 오랫동안 비어 있어서, 마을 회의를 통해 철거하기로 했어. 얼마나 오랫동안인지는 난 모르겠지만... 꽤 오래 비어 있었다고 해. 마을 회의에서 결정된 만큼, 내게 철거를 해 달라는 의뢰가 왔지. 그래서 철거비, 땅값.. 기타 비용을 포함해서 마을에서 50,000루피를 제안해서 일을 해 주기로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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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 루피! 매우 비싼 금액이다.... 그럼 이 집을 사려면 얼마를 내야 한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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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본론이 나왔다. 사장은 바로 그 돈을 낼 수 있냐 내게 물었다.

"네가 '사겠다'고 했으니... 50,000루피, 낼 수 있어?"

"...."


호기롭게 내겠다고 한번 해볼까, 잠깐 망설였으나... 사실은 무리다. 지금 수중에는 천루피가 있을까 말까한데...오만루피를 어느 세월에 벌 수 있을까. 혹시 이 사장에게 흥정을 할 수는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나는 그냥 솔직하게 대답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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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리예요. 그 정도 돈은 없어요."

그런데 사장은 화를 내지 않았다. 다소 예상했다는 듯 오히려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나를 잠시 쳐다보더니 이렇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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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너랑 비슷한 나이 때 돈 때문에 굉장히 고생했었어... 돈이 많으면 물론 좋겠지만, 모든 일이 돈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돈은 있다가도 없어질 수도 있으니까..."


그는 잠깐 먼 곳을 응시하다가 나를 다시 바라보기를 반복했다. 우리는 잠시 말없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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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장은 갑자기 뭔가 결심한 듯, 땅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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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 너 마음에 들었어. .... 그래! 여기를 특별히 3,000루피에 양보해 줄게."

......? 에? 삼천루피? 나 잘못 들은 거 아닐까? 그리고 마음에 들었다니... 뭐가 마음에 들었다는 걸까.... 반신반의하는데, 사장은 내게 조건을 하나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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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신! 장작 묶음 30개를 가져와. 우리도 여러모로 필요해서 말이야..."

그런 사장의 제안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너무도 저렴한 가격에 마음이 불편했는데, 대신 일이라도 해줄 수 있다면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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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으면, 어서 가. 그리고 너의 진심을 보여줘."

진심이라.... 이 집을 정말 원하고 있다는 나의 마음을 말하는 건가? 어쨌든 알겠다고 하고는 돌아서려는데 갑자기 사장이 크게 사람들 이름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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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슨! 카슨!~ 멈춰!"

그의 말에, 일하던 두 사람은 별 다른 말 없이 알았다고 일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모두 집 앞 마당의 요리솥 앞에 편안하게 모여 앉았다. 이제 일을 하지 않으니 쉬는 건가...


나는 장작을 구하러 가려다가, 앞으로 진행되는 일을 물어보려고 다시 사장에게 말을 걸려고 했다. 그러다 처음에 말을 나눴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그의 이름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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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얼마 전 볼슨 건설에 입사한 신입 카슨임다!"

아... 볼슨 건설... 니카가 말했던 그 집 짓는 사람들이 바로 이 사람들이구나. 카슨은 내게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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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 기간이 끝나고 드디어 볼슨 패밀리의 일원이 됐슴다!"

"수습... 기간이 뭔데?"

"아.. 수습기간은 회사에 들어왔다고 해서 바로 정식 직원이 되는 게 아니고... 일을 해보면서 적응하는 기간을 말함다. 일이 조금 힘들긴 해도 볼슨 건설, 아주 즐겁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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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한마디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 주었다.

"키야... 정말 제 이름이 '슨'으로 끝나서 다행임다."

"... 슨? 이라니? 왜?"

"볼슨 건설에 입사하려면, 이름이 '슨'으로 끝나야 함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사장님 이름도 '슨'으로 끝나서 그런게 아닌가 생각했슴다."

그리고는, 곧 사업 확장이 있을 거라서 앞으로 이름이 '슨'으로 끝나는 사람들이 많이 채용될 거라고 했다. 카슨의 이야기가 끝나서 나는 사장에게 갔다. 사장의 이름이 정말 '슨'으로 끝나는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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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이름이 뭐예요?"

"나? 나는 이 볼슨 건설의 우두머리 겸 사장 겸 디자이너인 '볼슨'이야."

아하... 이 사람 이름이 볼슨이라서 볼슨 건설이구나! 정말 이름이 슨으로 끝나네.. 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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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갑자기 볼슨 사장은 자신을 소개하더니 벌떡 일어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어깨를 들썩이고 팔을 위로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양 발을 번갈아 가며 박자에 맞추어 들었다 놨다.... 춤을 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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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뜬금없긴 했지만, 볼슨 사장의 춤추는 모습이 나쁘지는 않아서 나는 같이 박자를 맞추어 고개를 끄덕였다.


[ 사랑과 용기와 희망으로 가득한~

집에 관한 건 뭐든지 있죠~

이름하야 볼슨 다다단 볼슨 건설~

(우하우하)

이름하야 볼슨 다다단 볼슨 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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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짜란!' 하며 이상한 포즈를 취하고는 노래를 멈추었다. 그게 끝인가? 하고 있는데, 볼슨 사장은 나를 빤히 보더니 섭섭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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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니? 너... 이 춤 처음 보니?"

"... 네"

"어머...? 이 춤 몰라? 애들 사이에 유행하는 춤이라던데... "

그러더니 내게 방해하지 말고 가서 장작 묶음을 챙겨오라 당부했다. 일단 장작 묶음을 가져 오면 그 다음 이야기를 하겠다고 하여 알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나는 집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기억을 잃은 내가 과거 하이랄 왕국에 살았었다는 첫 추억을 찾은 의미있는 장소이기도 하니까... 그나저나 장작 묶음을 구하려면, 도끼가 있어야 하는데... 주머니에 있나?


시커 스톤을 열어보았다가 깜짝 놀랐다. 하나쯤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도끼가 없었기 때문이다. 도끼를 먼저 어디선가 구하는게 첫번째 할 일이었다. 나는 서둘러 도끼를 구하러 다시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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