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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엘리 Aug 29. 2024

활활 데스마운틴으로!

젤다의 전설 -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62)

ㅁ월 ㅁㅁ일


기억을 찾은 후 습원의 마구간으로 돌아와 하루 숙박을 마쳤다. 넓은 하이랄 왕국 중 아직 가보지 않은 지역을 탐색해야 마을이 나오겠다는 생각에, 아미브에게서 들었던 데스마운틴으로 가기로 했다.

 


점점 울긋불긋해지는 나무들 사이 난 산길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고 또 올라가니, 멀리서 보기에도 뜨거운 기운이 전해지는, 우뚝 솟은 산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정상 부근에서 흘러내리는 마그마가 무시무시하게 느껴졌다.


'저 산이... 데스마운틴이겠지?'

괜히 'death'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 아닐 거다. 위험해 보이는 산이라 그런지 길을 지나다 만나는 여행자들도 거의 보기 힘들었다. 그래도 나는 개의치 않고 산길을 따라 발걸음을 재촉했다. 가다 험한 바위를 만나 암벽을 올라 위로 올라갔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마을이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내 기대와 다르게 마을은 보이지 않았다. 몬스터 기지와 연기가 끊임없이 올라오는, 사방의 온천 뿐... 대지가 점점 뜨거워지고, 옷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었다. 좀 더 높은 지대로 이동하기 위해 패러세일을 타고 내려가는데, 사당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사.다쥬의 사당'은 불꽃을 이용해 불을 붙여야 하는 퍼즐이 있었다. 중간급 가디언도 한 개 있어서 처지해야 했는데, 사당 안에서 마주치는 가디언들은 ... 이제는 무기를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자원처럼 느껴진다.



사당을 정복하고 나와서 지도를 보다 껐다. 여기서부터는 탑을 밝히지 못해서 지도 데이터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디로 올라가야 얼마나 높이 갈 수 있을지 알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럴 수 없으므로 나는 그저 높이 오르기 위해  다시 암벽을 올랐다. 암벽을 타고 오르자마자 표지판이 하나 있었다.


왠지 표지판이 반가워서 얼른 뛰어가 글씨를 읽어 보았다. 앞길은 데스마운틴 2부 능선이고, 고론 시티로 가는 길이라는 안내였다. 2부 능선이라... 그럼 이제 데스마운틴의 시작이라는 소리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고온 레벨이 '별표 하나' 라며, 고론족 이외는 화상 주의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



화상 주의라고? 안내된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는데, 지면이 엄청 뜨거워진다.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 자체가 아까와는 꽤 달랐다. 조금만 더 뜨거워지면 숨 쉬기 어려워 질 것 같다. 이동 속도를 조금 줄이고, 가지고 있는 츄츄젤리를 바닥에 놓고 쳐서 터뜨렸다. 물을 끼얹으니 조금 살 것 같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열기 때문에 움직이기 쉽지 않았다. 얼굴 피부에도 따끔따끔한 느낌이 있다.


시커 스톤에 알림이 들어왔다. 켜보니 생명력이 줄어들었다. 마구간에서 특별 침대를 이용했기에 추가 생명력이 부과되었는데... 어느 새 그게 사라져 있었던 것이다. 뭔가 대비가 있어야 하는 걸까? 피부가 점점 뜨거워져서 안되겠다 싶었다. 나는 데스마운틴으로 오르는 길의 반대 방향으로 내려갔다.



2부 능선 아래길로 내려오자마자 기온이 훅 떨어졌다. 휴... 한숨을 쉬고 대책을 찾기 위해 산 아래로 내려갔다. 하지만 어디서 대책을 찾으면 좋을까? 이리저리 헤매다 하필 가디언을 마주쳤다. 그렇지만 별 생각 없이 가디언을 부수고 더 아래로 내려갔다.


산길에서 채집을 한참 하며 내려가니 어라? 마구간이 있었다!



내가 도착한 곳은 '산기슭의 마구간'이었다. 늘 방문하면 반가운 마구간인데, 이번 마구간에서는 키가 아주 크고 무섭게 생긴 한 여자를 입구에서 마주쳤다.



카샤라고 하는 이름의 그녀는 내게 겔드족인 자신을 기억해 달라고 했다. 사람 이름 원래 잘 기억 못하는데... (내 기억을 찾기도 바쁘구만) 가능할런지 모르겠지만, 일단 가볍게 목례를 나누었다.



그녀는 내게 고론 시티로 가는 길이 위험하다는 정보를 주었다.

"이 산기슭의 마구간에서 고론 시티까지의 길은 화산탄이 날아와서 위험하기 짝이 없어. " 화산탄이라면, 분화구에서 날아오는 용암 덩어리? 약간 소름이 돋았다. 그런 게 날아오면 방패로 막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머뭇대는데, 카샤가 나를 빤히 보더니 한 마디 덧붙였다.



"만약 그 위험에 맞서는... 용감한 브오이가 있다면? 난 분명 반해 버리고 말 거야!"

... 용감한 브오이...? 뭐지...? 그녀의 말이 바로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여하간 데스마운틴으로 가는 길은 목숨을 걸 만큼 위험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짧은 대화를 끝내고, 누군가 방염 대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는지 주변을 둘러봤다.


보통 삼삼오오 마굿간 주변에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뜨거운 데스마운틴이 옆에 있어서 그런지 사람이 없어서 마굿간의 분위기는 썰렁했다. 마굿간 입구를 청소하던 한 직원이 있어 그쪽으로 눈길을 돌렸는데, 우연히 눈이 마주쳤다.



"안녕~ 나는 케이트야. 이 산기슭의 마구간에 들렀다는 건 지금부터 고론 시티에 가려는 거야?"

활발한 목소리로 내 행선지를 묻길래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요."



케이트는 자기 짐작이 맞았다는 듯이 슬쩍 눈을 흘기고, 나를 위아래로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럴 줄 알았어... 그건 그렇고... 너, 그런 차림으로 고론 시티에 가려고?"



한심하다는 듯 혀를 끌끌 차더니 케이트는 내게 데스마운틴의 위험성을 경고해 주었다.

"이래서 초보는 안 된다니까... 거긴 절벽도 많고 2부 능선부터 몸이 타 버릴 만큼 [뜨거운] 곳이라고?"

그러더니 나의 소지품을 보자고 했다. 내 소지품은 왜인가 싶었지만, 어느 새 케이트는 내 곁에 와서 짐 주머니를 열어봤다. 이러저리 빠르게 살펴 보던 케이트는 안심했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방염 물약도 제법 있는 것 같네. 고론 시티까지는 어떻게 되겠지..."



케이트는 다시 빗자루를 챙겨 들더니, 나를 돌아보고 말했다.

"더 원한다면 팔아 줄 테니까 얘기해."


나한테 방염 물약이 있다고? 언제 그런 게 있었지? 주머니를 열어 물약 병들을 살펴보았다. 내 모습을 보더니 케이트는 거의 짙은 회색에 가까운 병을 가리키며 "그게 방염 물약이야. 몰랐구나? 이 약을 마셔야 뜨거운 곳을 버티며 갈 수 있다고." 하고는 웃었다. 방염 물약을 언제 만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지만... 아마도 물약 만들기를 해본다고 이것저것 넣어 봤을 때 였던 것 같다. 방염 물약은 모두 3개였다. 아무래도 조금 더 챙기는 게 좋을 것 같아 케이트를 불렀다.



케이트는 방염 물약 가격을 알려 주었다. 생각보다는 비쌌다! 1개에 60루피, 2개에 110루피... 많이 사면 싸긴 하다 싶어 3개를 달라고 했다. 진작 광물을 팔아 돈은 좀 가지고 있어서 부담은 없었다.


방염 물약을 구매한 후 마구간 안으로 들어갔다. 마구간 안에는 마구간의 모습을 담은 큰 액자가 걸려 있었는데, 그 그림을 감상하면서 심각한 표정을 짓는 사람이 있어 그와 잠시 이야기했다. 그의 이름은 샨푸인데, 산기슭의 마구간 근처를 그린 이 그림이 무척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아.. 나도 언젠가는 이런 그림을 그리고 싶어...'

중얼거리는 그에게 말을 걸었더니, 그 그림은 마구간 주인인 오즈가 그린 그림이라고 알려 주었다. 정말 멋진 광경이 아니냐고 강조를 하기에 그림을 잘 살펴봤더니 ... 산기슭 주변의 동굴처럼 생긴 곳 안쪽에 뭔가 빛나는 곳이 그려져 있었다.


'저 곳... 사당 아닌가?'


데스마운틴 방향으로 가기 전에 나는 그 사당을 찾아 나섰다. 그림의 풍경엔 오른쪽 위 산기슭의 마구간이 있었으니.. 비탈길을 따라 산 아래로 더 내려가야겠다는 계산으로 무작정 계곡을 둘러보며 내려갔다. 가는 길에 몬스터 기지도 맞닥뜨리고, 내 목숨을 노린다고 하는 이가단도 만났다. 전투를 마치고 난 뒤 그림과 비슷한 풍경을 찾아갔더니, 예상대로 사당이 있었다. 사당의 이름은 '타.무르의 사당'으로, 여기도 덩굴들을 불태워 퍼즐을 푸는 곳이었다.



사당을 정복하고 나오니 밤이 되었다. 하지만 밤하늘은 어째서인지 짙은 청푸른빛을 띄고 있어 크게 어둡지 않았다. 달 때문일까? 하늘을 살펴보며 달을 찾다 보니, 저 멀리 붉게 점등된 시커 타워가 눈에 들어왔다. 탑을 발견한 기쁨에 나는 정신없이 뛰어 탑으로 다가갔다.



시커 스톤의 알림에는 '올딘의 탑'이라고 떴다. 탑 위로 올라가 시커 스톤의 지도를 열어보고 안 사실이지만, 이 지역 주변의 이름이 '올딘 지방'이었다. 그래서 탑 이름도 올딘의 탑인 모양이었다. 시커 타워는 이 뜨거운 지형에서도 잘 작동했고, 무사히 지도 데이터를 시커 스톤에 내려받을 수 있었다.



시커 타워가 열린 후 주변을 위에서 내려다보았다. 내 생각보다 더 사방이 무자비하게 뜨겁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아까 2부 능선 입구에서 느낀 열기보다 더 심할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할 일을 해야 한다. 지도를 보고 데스마운틴 방향으로 날아가기로 정했다.



데스마운틴 방향, 북쪽으로 위치를 잡고 패러세일을 펼쳐 땅으로 내려갔다. 점점 뜨거운 열기가 올라오고 눈 앞에 작은 불씨들이 흩어졌다. 아까 2부 능선 입구와는 확연히 다른 극강의 뜨거움이었다. 땅에 내리자마자 발바닥에 불이 붙는 느낌이었고, 숨을 전혀 쉴 수가 없었다. 나는 방염 물약을 얼른 마셨다.



방염 물약을 마시니 몸에 뜨거운 열기가 바로 느껴지지 않았다. 신기한 이 느낌... 무어라 표현해야 할까? 내 몸 위에 눈에 보이지 않는 보호막이 쳐진 것처럼, 주변 온도는 매우 높은데, 나는 뜨거움을 느낄 수 없었다. 방염 물약, 대단한 효과를 갖고 있구나... 덕분에 시야도 넓어진 느낌이었다. 열기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던 것과는 천지차이였다.


북쪽 방향을 향해서 계속 길을 올랐다. 용암이 끓는 지대여서 그런지 츄츄들도 모두 빨갛게 타오르고 있었다. 가까이 터뜨리면 내게도 데미지가 전해지니 조심해야했다. 그래서 화살을 꺼냈는데, 꺼내자마자 화살촉 주변에 불이 붙어 깜짝 놀랐다. 이 정도로 뜨겁다니... 시커 스톤을 열어보고 알았는데, 나무로 된 무기나 방패도 연기가 나고 있었다. 이 지역에서는 나무로 된 무기나 활, 방패는 사용 금지인 셈이다.


그렇게 길을 오르고 오르다보니 널찍한 광장 같은 곳이 나왔다. 구석구석 암석이 층을 이루어 쌓인 곳엔 돌을 닮은 사람들이 열심히 채굴을 하고 있었다. 몸은 둥글어 보이지만 돌처럼 생겨 굳건해 보이는 이 사람들....아, 이 사람들이 고론족이구나!


갑자기 시자기 마을의 허드슨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일이 생각났다. 팔 힘이 센 고론족이 와 주면 좋겠다고 했었지...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여기는 고론 시티일지도 몰라 생각했는데, 시커 스톤의 알림은 내 기대와는 달랐다. '


'남쪽 채굴장'


팻말이 있어 읽어보니 여기는 데스마운틴 3부 능선, 남쪽 채굴장이라고 쓰여 있었다. 3부 능선이면 이제 겨우 30% 올라온 셈이다.  고론 시티는 데스마운틴까지 가야 하는 걸까? 고론족들은 정말 대단하다...감탄하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요리 냄비 앞에서 쉬고 있는 한 고론족이 있어 말을 걸어보았다. 그의 이름은 톤자가였는데, 그는 피곤하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자기 이름을 알려 준 그는 고론 시티에서 왔다고 했다.


"나? 톤자가... 고론 시티 출신 고론족이야고로."



고론족은 말 끝마다 '~고로'를 붙여서 그런지 말투가 재미있었다. 여기가 어디냐 물었더니, 그는 대뜸 자랑을 늘어놓았다.


"여기? 보다시피 광석을 캐는 곳이야. 통칭... 남쪽 채굴장이라고 하지고로.. 우리가 이렇게 광석을 캐면 고론 시티가 돈을 벌고 모두 행복해져고로!"



하지만 약간 걱정이 되는 표정을 짓더니 그는 곤란한 일이 있다고 말을 털어놓았다.

"... 하지만 지금은 데스마운틴 정상에 도마뱀 괴물이 눌러앉아 버려서 ... 원랜 산 정상 근처에서 더 좋은 광석을 캘 수 있는데... 여기서 채굴하고 있어고로."


정상의 도마뱀 괴물...? 설마, 신수를  이야기하는 거라면 제대로 찾아왔다 싶었다. 다음 신수 미션은 고론 시티에 있는 게 확실하구나!



그는 궁금해하는 내 눈빛을 알아차렸는지, 좀 더 자세한 건 고론 시티의 반장을 찾아가라고 했다. 반장이 누구냐는 질문에, 톤자가는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여 주었다.



"반장은 고론 시티에 있는 가장 높은 사람으로 [브루도]라고 해고로. 여기랑 다른 채굴장도 관리하고 있는데, 광석의 전국 판매를 고안한 엄청난 사람이지고로... 반장 덕분에 고론 시티는 풍족한 생활이 가능하니 다들 존경하고있어고로..."


톤자가에게 들은 여러가지 이야기가 꽤 도움이 되어 나는 톤자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고론 시티가 어느 쪽일까 보려고 뒤를 돌았는데, 또 다른 고론족이 앉아서 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그의 표정이 매우 어두웠다. 나는 그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무슨 일을 하고 있어요?"

그는 별걸 다 물어본다는 식으로, 약간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보다시피 광부고로.. 매일 매일 채굴 채굴... 질렸어고로..."


고론족이라고 해서 다들 광석 캐는 걸 좋아하는 건 아닐 수 있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레이슨이라는 이름의 광부는 약간 들떠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사실 난... 이런 곳에서 썩고 있을 인물이 아닌데고로. 나는 팔 힘이 참 강하거든! 어딘가 광석 캐는 일 말고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고로.. 이 강한 팔 힘을 살려 남들에게 이바지할 수 있는 일이 어디 없을까?"


강한 팔 힘! 그 말에 허드슨이 다시 생각났다. 그래... 그가 찾고 있는 사람이 바로 이 고론족일지도 몰라. 그러고 보니 이름도 '~슨'으로 끝나잖아?!



나는 그에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레이슨의 눈동자가 크게 커졌다.

"어...? 있어고로? 거기가 어딘데? 자세히 알려 줘...!"



나는 그레이슨에게 허드슨이 만들고 있는 추낙 지방의 시자기 마을을 알려주었다. 그는 처음 듣는 이름이라 낯설어하긴 했으나, 암반을 캐서 집을 짓는 일을 도와줄 사람을 찾고 있다고 하니 꽤 흥미로워했다.



"시자기 마을... 그곳에 날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단 말이지고로? 추낙 지방이라면 여기서 가까워고로... 조... 좋아! 쇠뿔도 단김에 빼랬어고로.. "

그는 씨익 이빨을 드러내 보이며 웃더니, 같이 갈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알려 줘서 고마워! 얼른 펠리슨과 함께 출발할게고로!"

그리고는 등을 돌려서 어딘가를 향해 펠리슨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그가 돌아본 방향을 보니 부서진 듯한 간이 쉼터에 앉아 있는 한 꼬마가 일어섰다.



아주 어려 보이는 그 꼬마는 "꼬로?" 하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레이슨이 하자는 일은 그냥 함께 하는 듯 별 불평 없이 그레이슨에게로 왔다.



둘은 그렇게 남쪽 채굴장을 바로 떠나버렸다. 허드슨이 만나면 아주 마음에 들어 할 거라 확신이 들었다. 그가 원하는 팔 힘이 쎈 고론족인데다, 펠리슨도 그렇고 그레이슨도 모두 '~슨'으로 이름이 끝나니까.



펠리슨과 그레이슨이 떠난 이후, 나는 채굴장에 있는 다른 고론족들에게도 말을 걸었다. 그러다 보린이라고 하는 나이 든 고론족에게서 고론 시티의 방향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보린은 지쳐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아주 건장한 고론족이었다. 그는  내 눈빛을 바라보며 뭔가 의미심장한 말을 했는데... 개의치 않기로 했다.



보린이 알려 준 방향을 보고, 나는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 후 다시 길을 나섰다. 하늘이 점점 밝아오고 아침이 되었다. 남쪽 채굴장을 벗어나자마자 약간의 경사진 길이 나를 맞이했다.



뜨거운 김이 사방을 채우고, 화산암 아래에는 마그마가 끓고... 방염 물약을 마셔가며 올라간 길 위에서는 갑자기 뜨거운 돌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쾅! 쾅!



이게 산기슭의 마구간에서 들었던, 갑자기 쏟아진다는 위험한 화산탄인 모양이다. 예측할 수 없는 방향에서 시뻘건 불덩어리가 날아오는 모습은 위협적이었다. 그래도 떨어지는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아서 화산탄을 피해가며 산길을 올라갔다.



화산탄 세례를 겨우 피하면서 꺾어진 길을 돌아 쭉 뻗은 돌길로 들어섰는데, 저 멀리 마을의 입구같은 문 장식이 보였다. 저기가 고론 시티? 하고 생각하는 순간, 위쪽에서 큰 동물이 포효하는 소리가 들렸다. 땅이 흔들리는 느낌도 있어, 나는 가던 길을 멈추었다.



소리가 나는 방향을 보니 데스마운틴 정상 쪽이었다. 아까는 보이지 않았던 무언가의 움직임이 느껴졌는데... 남쪽 채굴장에서 들었던 도마뱀 괴물인 것이 틀림없었다. 나는 시커 스톤의 망원경을 켜서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마그마가 흘러내리는 데스마운틴의 암벽 사이를, 붉은 눈의 도마뱀 기계가 기어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한눈에도 그 도마뱀이 신수인 것은 의심할 여지가 전혀 없었다. 눈동자가 붉게 물든 신수를 보니, 저 신수 안에도 커스 가논이 있겠구나... 싶었다.



그 도마뱀 신수가 움직일 때 마다, 데스마운틴 주변에서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의 진동이 느껴졌다. 신수는 마치 데스마운틴에서 쏟아지는 용암을 조정하는 신 처럼 보였달까...? 신수가 움직이자 불꽃은 더 크게 타올랐고, 화산탄이 여기저기 날리기 시작했다.


내가 있는 곳까지 화산탄이 날아오기 시작해, 나는 앞쪽에 보이는 마을 문으로 뛰어 올라갔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정도로  경사가 심한 곳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겨우겨우 입구에 다다랐을 때, 시커 스톤의 알림이 울렸다.

'고론 시티'


드디어 세 번째 마을을 찾았다! 이번 신수는 어떻게 들어가면 좋을지 조금 걱정이 앞섰지만, 일단 반장 브루도라는 고론족을 만나보면 알게 되겠지... 조금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누르며 고론 시티 입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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