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덕후의 카페 사용 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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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친화적 카페'를 찾습니다> (부록)
- 보스턴에서 공부 욕심 버려야 할
'스터디 지양형' 카페 3
타테 (Tatte)
보스턴에 여행 목적이든, 잠깐의 연수 목적이든, 어떤 목적을 가지고서라도 보스턴에 머물고 있는 ‘여자 사람이’라면 열이면 열, 단연코 무조건 좋아할 거라고 믿는 카페. 보스턴 로컬 베이커리로 유명한 이곳은 생각보다 꽤나 지점이 많다. 보스턴 지하철 T 그린라인을 타고 Alington 역에서 내리면 도보 1, 2분 거리에 위치한 지점에 많이 들렀다. 퍼블릭 가든 (Boston Public Garden)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보니, 한껏 초록 초록한 세상을 누리고 나서 살짝 당충전이 필요하다 싶을 때 들러도 최고. 예쁜 케이크 한 조각이나 아보카도 토스트를 먹고나면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는 경험, 해본 자는 알 것이다. 하지만 구구절절이 이렇게나 tatte 찬양을 했다는 말은 즉, 공부하기엔 최악의 환경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
워낙에 인기가 많아서 보스턴 지역을 둘러보고 있는 관광객들도 자주 찾는다. 아무리 소음에 강한 방어력을 가지고 있는 나도 이곳에서의 활자 집중력은 제로가 될 수밖에 없다. 종종 창가 쪽 1인석에서 랩탑을 두드리며 잠깐의 일처리를 하는 직장인 학생들도 있기야 있지만, 이렇게나 예쁜 디저트, 브런치 베이커리에 와서 러블리한 메뉴 고르는 데 푹 빠져 있다 보면 해야 할 일이 있었다고 할 지라도 절대 마무리하고 나올 수 없는 마력의 공간. 마력 넘쳐서 때때로 무기력해질지도 모름 주의. 공부할 생각일랑 처음부터 접어두고 카페 그 자체를 즐길 목적이라면 강추. 즐겨라, 그대. 디저트가 맛있어서 커피는 쏘쏘 하려니 했는데 웬만한 카페보다도 더더 자주 생각나는 이곳 커피!
블루 보틀 (Blue Bottle)
바로 위에 언급한 Tatte만큼이나 핫한 여기. 한국에도 이미 매장 여러 개가 진출해있고 한 때 웨이팅이 엄청 났었다는 얘기가 돌았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파랑파랑 브랜드. 정작 한국 블루보틀 매장에 가본 적은 없지만, 뉴욕에서나 보스턴에서나 라테를 마실 때마다 늘 감탄했다. 제 아무리 스벅 덕후라고 인정하는 나도 확실히 블루보틀 커피는 뭔가 다른 것 같다며 호들갑을 떨었으니까. 다른 브랜드 커피에 비해 다소 비싼 가격에도 기어코 이 커피 마시고 싶은 날이 꼭 찾아오기 마련이다.
단, 지역 어디에서나 사랑받는 브랜드이다 보니 보스턴에서 처음 블루보틀을 찾았을 때부터 언제든 여기 올 때마다 한국 관광객을 안 마주친 적이 없을 정도. 푸르덴셜 센터와 하버드 근처 지점에 두 곳 다 가봤는데 매장 자체 규모가 작고 커피를 마시는 테이블이 귀엽고 올망졸망해서 절대로 공부 친화적이라고 보긴 힘들다. 다만, 종종 사람이 덜 붐빌 때 간단한 노트북 작업을 하거나 잠깐의 가벼운 독서를 즐기기엔 그럭저럭 괜찮은 곳. 사실 지금 이 글도 블루보틀 매장 창가석에서 쓰고 있음을 고백한다. 꽤 오랜 시간 앉아서 집중력을 요구하는 일을 처리해야 하는 사람에겐 비추. 사람이 워낙 붐비고, 매장 자체가 크지 않아서 오래 머물기에는 다소 불편할 수 있을 듯. 맛있는 커피가 필요하고 적당한 광합성이 필요할 때 짧은 사색과 사각사각 책장 넘기기 좋은 곳.
그 어디에서나의
스타벅스 (Starbucks)
이전 글에서 반즈 앤 노블 안에 입점한 스벅은 좋다 해놓고 왜 딴소리냐고 묻는 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미국에 온 지 겨우 두 달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새내기 유학생 + 초보 새댁이지만, 지금까지 그 어떤 스타벅스에서도 공부 친화적인 스타벅스를 발견하지는 못한 듯. (앞에서 언급한 서점 안에서 따로 운영되는 별개의 스타벅스는 제외. 여긴 기본 음료는 같지만 푸드 메뉴도 일반 매장과 또 조금씩 다르다)
한국에서는 시험기간 중앙도서관을 방불케 하는 스타벅스 매장이 참 많았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파업기간 한창 영어공부만 할 때 매일 집 근처 스타벅스에 가서 꽤나 오랜 시간 앉아 카공족 놀이를 즐기곤 했었는데, 미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실제 석사 유학 시절 매일 찾았던 학교 근처 스타벅스는 매장은 꽤 넓은데도 앉는 좌석이 단 하나도 없었으니까. 코로나 시국 이전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냥 모두가 쿨하게 To-Go.
단, 종종 타이밍을 잘 노리기만 한다면 매장이 작고 아무리 테이블이 적어도 스터디 지향하기 좋은 공간들이 있다. 이를테면 남편 일터 근처에 위치한 스타벅스, 도심지역을 벗어난 비교적 작은 동네라서 이곳은 스타벅스마저 동네 사랑방 느낌이다. 도심 속 분주한 별다방 느낌보다는 조금 더 포근하고 아늑한 다방을 찾은 기분. 일요일 낮 시간대, 혹은 일요일 애매한 오후, 평일 서너 시쯤엔 창가 좌석에서 광합성하며 책 읽기 꽤나 괜찮은 분위기였다. (한가할 땐 정말 원 테이블 카페처럼 나만의 공간인양 누릴 수도 있다)
하지만 동네 사랑방이라고 언급한 만큼, 붐빌 땐 마을회관 같아질 위험(?)이 있으므로 타이밍을 잘 만나는 게 신의 한 수. 출퇴근 시간대는 완전 비추. 몇 번 드나들면서 괜찮을 법한 타이밍만 잘 분석하면 나만의 스터디 카페로 특성화할 수 있다는 점. 자, 오늘은 그래서 어느 카페를 향해 발을 뗄 텐가? 어느 카페로 향하는 시선을 고이고이 거둬드릴 텐가? 선택은 당신의 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