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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BA하는 아나운서 Oct 28. 2019

12주차, 아기 성별을 알아내다

미국 산부인과 체험기 (2)

사실 아기가 뱃속에서 꼬물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뒤로, 가장 궁금했던  중에 하나는 성별이었다.  어떤 성별을 선호해서가 아니라, 그냥 원초적인 궁금증이랄까. 주변 친구나 선후배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축하인사를 충분히 주고받은   물음표를 떠올리곤 했다. "그런데 아들이야? 딸이야?" 성별이 뭐든 상관없이 아기가 건강하면 되는 거지, 라는 말을  서로 주고받으면서도, 그래도 내심  궁금하지 않던가? 지나가는 예쁜 아기가 방긋 웃을 때도 "어머 예뻐라. 딸인가요? 아들인가요?" 자연스레 묻는 법이잖아. 물론 내가 일반 평균치에 비해   물음표를 쥐고 안달이 났었던  인정해야   같다. 친정엄마도, 남편도, 시부모님까지도 “아들이면 어떻고 딸이면 어때”라는 매우 중립적인 마음을 유지하고 계셨으나 나는 하루하루 너무 궁금해서 애가 다. 다 타버려도 좋으니 하루라도 일찍 알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뱃속에 있는 ,
아들일까, 딸일까

 

내년은 흰쥐띠 해. 미키마우스일까? 미니마우스일까?
연애시절 남편이 선물로 챙겨줬던 쥐 아이템들. 분홍분홍해


이왕이면 외동딸 정도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첫째, 내가 외동딸로 자랐다. 둘째, 입덧이 너무 심한  겪어내고 있는 동안 나는 단단히 하나만 낳고 말겠다고 다짐 다짐했다. 둘은 없다. 형제, 남매, 자매는 없다. 고로 하나만 낳을 것이라면 나처럼 ‘외동딸 좋겠다. 셋째, 내가 핑크 덕후다. 아무리 색깔로 남녀를 구분 짓는 세상은 지났다지만, 핑크색 튜튜에 핑크색 발레슈즈, 핑크 왕리본에, 핑크색 아기 한복 치마, 모든  핑크 공주로 꾸며주고 싶은 로망과 욕심이  안에 잠재되어 있었다. 이러저러한 점을 고려할  이왕이면 '딸이었으면 좋겠다' 마음이 내심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었다. 태명도, 진짜 지을 이름 조합도, 영어 이름까지도 '여자아기'에게 어울릴 만한 아이디어만 담뿍 떠올리고 있던  바로 이쯤이다. 아들이라면 서운하겠지만 , 상상은  자유잖아.


남편이 직장동료에게 선물 받아온 예쁜 꾸러미. 이왕이면 분홍빛깔 가득한 아이템이면 더더 설렐 것 같은데!


미국 산부인과, OB/GYN에 두 번째로 방문한 날. 첫 번째 방문한 날과 딱 일주일 간격이다. 9월 20일 금요일.  맘 카페 이곳저곳에서 들은 결과, 비교적 미국 산부인과는 한국만큼 병원 진료를 자주 가지 않고 검사가 많지 않아서 답답하고 걱정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것 역시 거주 지역과 병원 스타일, 환자 상태에 따라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듯. 입덧이 한창 심한 시점에 또 한 번 병원 걸음을 해야 한다는 것은 은근한 부담이었다. 한국에서처럼 택시 타고 10분 거리? 지하철로 몇 정거장? 정도가 아니라 남편 차를 타고 30분가량을 늘 달려야 했기에 병원 가기 전날 밤부터 묘한 피로감이 몰려들곤 했다. 입덧 극심기에는 어쩔 수 없이 따라붙는 멀미도 꾹 참고 감수해야 했으므로. 한 마디로 산부인과 가는 것도 '일'이라면 일. 남들은 진료 보러 오란 말이 없어서 걱정이라는 데 난 오라고 해도 걱정에 걱정.


오늘 병원을 찾는 주목적은 일명 'NIPT'검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NIPT ‘Non Invasive Prenatal Testing’ 약자. 한국에서도 니프티, 혹은 니프트 검사라고 불리며 고령, 고위험군 산모로 판정받은 경우, 양수검사의 대체 검사로 이용하고 있는 검사였다. 한국에서는 비용이 60-70 원에 달하다 보니 기형아 검사 이후 고위험군 판정받은 경우에만 확실한 검사를 위해 이용하고 있는 듯했다. (물론 나중에 미국 검사 비용을 알고  소리가 난 건 안 비밀) 미국에서도 개개인의 보험 상황과 환자가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국에서보다는 보험 커버가 된다는 전제 하에   많이들 진행하고 있는 검사인  보였다. 미국 출산 경험이 있는 지인들이 많이들 권했으므로. (검사가  완료된  정확한 비용을 알게 됐는데 총비용 10,410 달러. 천만 원이 족히 넘는 검사였었다니!  마이 ) 다행히 나의 경우, 내가 가입돼 있는 학생보험 플랜에서 검사항목이 커버된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비용 청구가 무서워서 재차 확인했고) 초기에 확실하고 안전하게 아기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가지  좋았던  엄마의 혈액을 채취해 아기의 DNA 검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기의 성별을 ‘초음파로 확인하기 훨씬 전부터   있다 사실.


귤 킬러로 변신했던 임신초기. 당기는 음식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아들맘인지, 딸맘인지 분명히 알 수 있다면.얼마나 후련할까


"아기 성별은 초음파로 확인하는 거야. 어떻게 엄마 피로 아기 성별을 알아내?"

...라고 남편한테 박박 우겼었는데, 내가 틀렸고 남편이 맞았다. 10주차 마지막 날, 그러니까 11주차 진입 직전 나는 지난주 3통의 피를 뽑은 데 이어, 또 2통의 피를 뽑았고... (아니 왜 이렇게 피를 많이 뽑아갑니까) 이 채취한 혈액으로 아기 DNA를 검사해 이상 질병은 없는지, 기타 증후군은 없는지를 확인, 그리고 염색체 검사를 통해 심지어 성별까지 자동으로 알 수 있는 거였다. 와, 이런 의학기술이라니! 우리 부부는 지난주 방문 때부터 주변 지인의 강력추천으로 이 검사를 하겠다고 마음먹었었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이 검사를 신청했었고 비교적 이른 시기에 혈액 채취. (한국에서는 12주, 13주 이후에도 진행하시던 이 검사) 1차 기형아 검사도 하기 전에 더 확실한 방법의 아기 건강검사 결과를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 (NIPT는 검사 방법을 일컫는 용어고, 병원과 연계된 NATERA라는 회사의 PANORAMA 검사로 신청해서 진행했다. 한국에도 여러 브랜드가 있다고 들었다.)


12주차 진입과 동시에 명확하게 알게 될 너의 성별. 결과가 나오기까지 대학교 합격여부 메일을 기다리는 느낌이었어!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열흘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대략 일주일 정도가 걸리겠군. 어렴풋이 짐작해두고 날짜를 손꼽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이메일이 이제나 오려나 저제나 오려나, 자꾸 눈길이 가던 . 아기 DNA 정밀하게 분석해서 미리 모든  건강한  확인하는 것도 안심이  터였고, 더불어 은근히 내내 궁금했던 성별까지 덤으로   있으니,  기다릴 이유가 없었다.  어른들은 아기의 성별을 알기까지 얼마나 궁금하고 애가 타셨을까. 우리나라의 특수한 남아선호 사상 때문에  때는 성별을 고지해주는  자체가 굉장히 은밀하고 비밀스러웠던 시절도 있었을 텐데. 심지어 특정 주차 전에 고지해주는 것은 불법이었다고도 들었던  같다. 혹은 초음파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아예 낳기 전까지 성별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을지도 모르지.  어른들은 내리 참고 기대하고 상상하며 기다렸을  달의 시간,  고이고이 무르익어야 했을 궁금증을 나는 고작 10주차 남짓하고 후다닥 풀려고 하다니 살짝 '반칙'같기도 했지만!  현대 의학기술은 최대한 적극적으로 활용해주는  미덕 아닌가.


그래서 어쨌든, 저쨌든, 검사 결과는? 모두 LOW RISK! 정확하게  열흘 기다린 끝에 이메일로 날아든 검사 결과지에는 ‘LOW RISK’라고 적혀있었다. 이런저런 위험 증후군들이 주르륵 적혀있고, (영어로 각각이 어떤 질병인지는 꼼꼼히 확인하지 못했지만) 모든 위험성에 대해 모든 항목이  위험군 판정을 받은 거니, 단연 안심. 건강할 거라고  믿었지만 DNA 검사로 명쾌하게 아기 상태를 비교적 정확하게 확인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진 느낌... 그렇다면 성별은? Low Risk 바로 옆에 적혀 있는 'Fetal Gender' 항목에는... 아주 또렷한 성별 심벌과 함께 이렇게 적혀있었다.


Fetal Sex = MALE
, 내가 아들맘이 되었다니


첫 로망과 상상했던 그림들과 살짝? 아니 많이 달라질 미래에 약 24시간 정도 할 말을 잃었던 건 사실이지만, 어쨌든 그것 역시 추억으로 접어두기로 하고. 아무튼 12주차, 10주차 막바지에 서둘러했던 NIPT 검사 덕분에 아기가 BOY일지, GIRL일지에 대한 궁금증을 빨리 풀 수 있어 한결 후련했다. 아기가 아무 탈 없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는 사실도 의심의 여지없이 확인하니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하게 안심할 수 있었음'은 더더욱 좋았고.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검사, 아니 만만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보험 커버 아니면 절대 먼저 하겠다고 나서지 못했을 검사, 한국에서라도 의사 권유가 아니라면 굳이 하지 않았을 검사였을 것도 같은데 (한국에서는 NIPT검사를 해도 성별은 알려주지 않는다고 들었다.) 미국에서 가입한 보험 덕분에 어마어마한 검사비용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어 일석이조. 미국에서 병원 다니는 일이 한국에서보다 마냥 불편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좋은 점도 있네. 학생보험 만세!


남편 동료의 선물은 단연 블루블루했더랬다. 오마이보이!


아무튼 그리하여, 12주차부터 일찌감치 성별을 알게 된 나의 후속조치. 여자 여자 느낌이 나던 태명도 급히 다시 바꾸고, 여자아이 옷 브랜드로 유명한 모 브랜드의 공주 느낌 옷들만 마구 스크린샷으로 찍어두었다가 살짝살짝 즐겨찾기 항목에서 지워나가기 시작하였음을 고백한다. 초음파 사진을 스크랩하며 쓰고 있던 태교 일기장에 나도 모르게 '딸이었으면 좋겠다'고 적어둔 적이 있는데 이걸 나중에 애가 보면 나한테 실망하겠지 싶어서 급히 말을 지어 덧대기로 한다. '뭐 아들이어도 좋을 거야' 누가 봐도 급조한 것처럼 어설프게 끄적끄적. 그래도 미리 봐 둔 유모차 모델에 분홍색 캐노피는 왠지 끝까지 포기하지 못할 것 같다. 엄마가 핑크색을 워낙 좋아하니까 아무리 전통적인 시선에서(?) 아들 색깔이 아니라고 해도 그 정도쯤은 괜찮겠지? 모든 육아 아이템도 난 핑크색으로 몰아가고 싶었는데, 적당히 중성적인 톤을 섞어줘야 하겠지. 그래도 그 언젠가 발레 튜튜를 입히지는 못할 거라는 생각에 내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발레는 내가 다시 배워야 하나. 어쨌든 여보, 유모차는 분홍색으로 일단 찜할게.


핑크핑크 아니래도 너무나 귀여운 아기옷. 선물에 또한번 심쿵
2020년 흰쥐띠 해. 경자년을 기다리며 “안녕 미키마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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