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하게 지내던 언니가 "이런 옥수수도 있다"면서 두어 개 건네준 옥수수는 마치 과일 같았다. 토독 하는 듣기 좋은 소리, 입안에 고이는 달콤한 즙..
초당 옥수수를 볼 때마다 언니가 떠올랐다.
처음 먹고 눈이 동그래질 정도로 좋았던 초당 옥수수를 한 번도 내 손으로 사지 않았던 건 큰아이가 찰옥수수가 훨씬 맛있다고 우기기 때문이기도 하고
언니 생각이 났기 때문이었다.
아이 엄마로 살면 수많은 사람들과 스치게 된다. 그중에 간혹 마음에 박히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언니에게서 여러 가지 마음을 보았다. 과거를 이겨내는 마음, 아이를 키우는 마음,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 자기만의 방이 필요한 마음, 안전거리가 필요한 마음... 그건 내 마음이기도 했다.
모든 시간에는 언제나 끝이 있다.
웃으며 인사했지만 언니가 이사를 가고 나는 좀 앓았다.
우리의 아이들이 나누던 어린이들의 시간도,
거기에 기대어 섞던 어른들의 시간도,
아이의 편에 서느라 못 봤던 그녀의 고달픔도,
못 견디게 좋아서 서툴렀던 마음도.
그 한 시절이
붙잡을 수 없이 다 지나가는 것이었다.
어느 날 엄마가 옥수수 10개를 선물받았는데 찰옥수수가 아니라 별로라며 4개를 싸주었다.초당 옥수수였다.
불린 쌀을 참기름에 볶고 솥밥을 지었다. 뜸 들일 때에 잘라놓은 옥수수와 콩대를 넣어 살풋 익혔다.
짭조름한 양념장과 달콤하게 터지는 옥수수 알과 향긋한 버터가 뜨거운 밥과 뒤섞였다.
언니와 함께 갔던 긴긴 바다와 불꽃놀이와 노을과, 새벽에 일어나 같이 걷던 꽃시장 같은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