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 맛이다

음식과 요리

by 엘리

한밤중에 거실 불 하나만 켜 놓고 넷플렉스를 보는 남편에게 화가 났다.

소리를 최대한 줄인 건 알았지만 대사보다 야식을 먹는 그 소리가 더 내 귀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와그작와그작 과자 먹는 소리, 캬~맥주 마시는 소리, 쩝쩝 오징어 혹은 쥐포 먹는 소리.

결국 잠드는 걸 포기하고 눈 비비면서 나와 앉아 같이 먹고 있는 나. 나를 이렇게 만든 그에게 화가 난다.


먹는 걸 싫어하고 귀찮아하는 사람도 있다지만 나는 먹깨비 타입이다.

기운이 없다가도 맛있는 걸 먹으면 세상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 보이고 힘이 솟는 사람.

반면에 배가 고플 때 건드리면 까칠하고 짜증스럽게 변하기 때문에 배가 고파지면 나는 최대한 입을 닫는다.


비싼 돈 내고 맛없는 걸 먹을 때 속상하고 돈 몇만 원에 그 식당 주인과 원수가 된다.

그래서 음식이 맛있는 식당이라면 주인의 태도가 불친절해도 자리가 불편해도 관대 해지는 편이다.

밖에서 먹는 음식뿐 아니라 집에서 내가 차려먹는 음식도 그날 조금 마음에 들게 조리되지 못했다면 실망스럽고 의기소침해져서 그날의 식사는 다 망쳐버리고 만다.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해도 매번 이러는 거 보면 음식에 대한 마음은 쉽게 변하지 않을 듯싶다.

음식을 먹을 때 나만의 궁합이 있는데 구운 계란은 꼭 짭조름한 감자칩과 복분자 음료수를 곁들여 먹어야 하고

버터오징어와 아몬드, 마른오징어는 땅콩, 짜장라면은 파김치, 컵라면은 볶음김치, 봉지라면은 단무지랑 같이 먹어야 한다.


조미김과 계란 프라이 낙지젓갈은 찰떡궁합이고, 파전에는 조갯살과 새우, 김치전에는 오징어 필수이다.

비빔밥에는 꼭 애호박볶음을 넣어야 하고 토스트에 딸기잼, 나쵸에는 치즈 소스와 칠리소스가 짝꿍이고 라임에이드로 마무리해 줘야 하며 녹두전은 양념게장, 감자전은 간장게장과 함께 먹는 게 맛이 좋다.


마시는 음료에 따라 준비할 음식이 달라지고 어떤 요리를 먹느냐에 따라 음식의 합이 좋은 반찬들이 결정된다.


고기의 부위에 따라 조리하는 방법이 다르고 후식도 바뀐다. 어느 날 우연히 내 취향에 맞는 음식궁합을 발견하게 되면 너무 신이 나서 여기저기 알려주고 질릴 때까지 만들어 먹기도 했다.

각종 요리 채널과 먹방이라고 해서 자기만의 레시피나 곁들여서 먹기 좋은 것들을 소개하는 방송이 늘어나서 몰랐던 것들을 시도해 볼 기회가 많아졌다. 그래도 여전히 내가 찾은 조합이 나에겐 제일이다.


음식의 종류부터 요리하는 방법까지 이야기하자면 무궁무진하겠지만 갑자기 허기가 지기 시작해서 얼른 마무리하고 냉장고에 넣어둔 자몽주스와 게살 샐러드 크로켓을 먹으러 가야겠다.

오늘 각자의 식탁과 야식 테이블에 어떤 메뉴가 올라올지 모르겠으나 모두 자신만의 '바로 이 맛이야.'와 함께 즐거운 식사시간이 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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