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이 되는 취미 가져보기

by 엘리

대학에 다니던 시절 사진동호회 활동을 엄청 열심히 하는 친구가 있었다. 학업보다 공동 출사 나가는 것이 더 큰 배움이 되는 것처럼 정열을 바치던 친구를 보며 지금 당장 취업에 도움이 되는 일도 아니고 밥벌이로 삼을 것도 아닌데 왜 저렇게 열심히 하는 걸까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 시기가 지나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그 친구에게 사진을 찍는 일은 생업으로 삼는 일 외에 자신이 즐겁고 기쁘게 할 수 있는 일종의 놀이 아니었을까? 세월이 흘러도 그 친구는 사진 찍는 즐거움을 아직도 잃지 않고 있고 그 취미활동이 자신의 숨통을 트이게 할 때가 많다고 이야기하는 걸 보면 말이다.

그 친구와 달리 나는 꽃을 좋아하고 향기에 민감하며 예쁜 그릇이나 잔을 보는 것이 즐거움 중이라고 해서 바로 그 일을 놀이처럼 여기며 뛰어드는 인간은 아니었다. 내가 공방을 차릴 것도 아니고 꽃집이나 조향사를 할 계획이 없는데 그것들을 배우는 게 돈만 낭비하는 일 같아서 선뜻 용기 내지 못하는, 전반적으로 심심하고 밍밍한 인생을 사는 사람.


금전적인 여유도 없었고 현실적으로 나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것 같은 활동에 시간이나 정성을 들이는 타입의 사람이 아니었던 내가 재미없게 느껴지는 내 인생을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시도했다. 이윤을 남기지 못하면 어떤가. 내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일을 서투르게 해내도, 완벽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데 왜 그동안 주춤했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전문가라고 이름 붙여져 무거운 책임이나 부담을 느낄 일도 없고 그저 즐거워서, 신나서 하는 일이 하나쯤 있는 게 삶을 훨씬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 같은 기분에 나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겼다.

동네에 원데이클래스부터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도예는 생각보다 비쌌다. 그래서 꽃집에서 하는 리스 만들기와 친환경소재 화분 만들기를 듣고, 백드롭 페인팅이라고 미장 기술 중 하나인, 지금은 추상화 표현의 한 형태로 발전된 미술 수업도 들어보았다. 전부터 해보고 싶던 것을 배우는 동안 그 시간이 너무 행복했고 온전히 집중하고 모르던 것을 알아가는 게 정말 즐거웠다. 이 좋은 걸 돈 핑계 시간 핑계 대면서 미루고 있었다니...

보리건빵에 들어있는 별사탕처럼 기쁘게 발견한 선물, 나의 취미생활은 내게 생기를 줬다.


요즘은 도심 한가운데 있는 꽃시장에 들러서 내가 좋아하는 꽃들과 사장님들이 추천해 주는 꽃을 섞어 아는 지인들에게 선물하기도 하고 집 구석구석에 예쁘게 꾸며놓기도 한다. 바라만 봐도 마음 한구석이 가득 차고 만족스럽다.

곧 비누 공방 수업도 곧 들을 예정이다. 수제비누와 디퓨저, 입욕제 등을 만들고 가르칠 수 있는 마스터 자격증을 따 보려고 나와 미적 성향이 맞는 공방을 알아보고 스케줄을 조정하는 중이다. 향기 있는 모든 것이 사랑스러운 나는 왜 이런 게 좋을까? 아마도 누군가에게 향기로운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인정욕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경제적인 여유가 생긴다면 그때는 꼭 도예 수업을 들어볼 테다. 내 손으로 흙을 빚어 유약을 바르고 곱게 그리고 칠하고 모양을 만들고-아. 그 손끝의 감각과 완성했을 때 뿌듯해할 내 모습을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이렇게 두근거리고 설렌다. 다른 어떤 누군가가 분야만 같지 않을 뿐 자신이 관심 있는 것에 대해 열성적이고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이상한 동지애가 느껴지는데 너무 과한 동기화일까?

어쨌든 이제 비용이나 상황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알아가고 배우는 일에 인색하게 굴지 않으려 한다. 해보니 이렇게나 신명 나는 일을 모르고 살아온 날이 아까울 정도니까. 지치고 반복되는 일상에 달콤한 그늘이 되는 취미활동을 시도해 보니 내가 만족하는 나로 살기 위해 노력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다. 이미 찾으신 분들, 도전하실 분 모두에게 응원을 보낸다.

keyword
이전 10화식물과 친구 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