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에서 누리는 휴식도 좋지만 자연 속에서 편하게 쉬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계절마다 다르게 변하는 잎들과 고요하게 흐르는 강물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느낌이 들거든요. 무엇으로부터 생긴 부상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플랜테리어'라는 단어가 이제는 낯설게 들리지 않을 만큼 여기저기서 식물 관련 정보들이 넘쳐나고, 부모님을 포함한 주위 사람들도 식물 가꾸기에 열을 올리던 때에 나는 시큰둥했습니다.
키우기 쉬운 대표적인 식물인 스투키를 선물로 받고도 뿌리를 말려 고사하게 했던 내가 무슨 식물 키우기야~라고 생각하면서요. 잘 키우지도 못하는 주제에 꽃 선물도 좋아하고 개성 강한 식물들 하나하나 사진으로 보는 건 너무 좋아해서 언젠가 나도 한두 그루 정도는 큰 나무를 집에 들여놓고 싶다는 소망은 늘 품고 있었습니다. 어떤 날을 계기로 갑자기, 내일의 시도를 기획하기 전부터 과감히 시도해야 할 때가 찾아왔는데요.
사실 나는 매번 이 질문 앞에 답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나 아닌 살아있는 생명을 돌보는 일. 내가 그럴만한 능력과 자질이 있는 사람인 걸까?라는 물음을 가졌던 시기. 공교롭게도 그때는 반려동물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마지막을 책임지는 일 앞에 놓여있기도 했지요.
나 하나도 제대로 건사하기 힘든데 나보다 약하고 내 손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를 돌볼 수 있을 만큼 내가 마음이 여유롭고 책임감 있는 사람인가?라는 질문 앞에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던 그때, 지금은 아니라도 선물 받은 이 식물들을 돌보는 경험을 통해 그럴 수 있는 사람의 모습을 갖추어 나갈 수는 있겠다는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때를 맞춰 흙의 마름의 정도를 보고 물을 줘야 하고, 병충해가 생기지 않게 돌봐야 하며, 해가 강하게 내리쬐는 날 너무 목마르지 않게 적당히 그늘에 숨겨줘야 하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숨 쉴 수 있게 환기도 시켜줘야 한다는 것을 식물에 대해 공부하며 알아갔습니다.
잎사귀에 붙은 먼지를 수건으로 닦아주고, 잡초나 마른 잎은 적당히 떼어주고 가지치기도 해야 한다는 것.
돌보다 보니 반려동물과 식물,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살아있는 모든 것을 돌볼 때 그들이 필요한 것을 정확히 알아들을 수 있게 늘 들여다보는 일.
내가 그렇게 마음을 쏟으면 그들은 반짝이는 생명력을 지니고 싱싱하고 힘찬 기운으로 보답한다는 것.
이런 사소하지만 단단한 진실을 깨달아 가는 일이 즐겁고 감사했습니다.
모든 일이 다 즐거움만 있을 수 있나요. 답답하고 힘들 때도 있었습니다. 다 죽어가는 뿌리를 질 좋은 토양에 옮겨 심고 정성으로 돌봤을 때 딱 반년을 웅크리고 있다가 초록의 색을 입고 싹을 틔우던 고무나무와 병충해 피해로 인해 잎이 나지 않고 앙상하게 마른 재스민 나뭇가지에 달걀을 섞은 물도 발라보고 영양제도 흙에 잘 녹아들게 천천히 붓고 무엇보다 응원하는 온기를 전하는 걸 1년 동안 잊지 않고 꾸준히 하던 날들은 식물과 함께 하는 삶이 쉬운 일이 아니구나를 깨닫게 만들기도 했지요.
하지만 어느 봄, 꽃을 다시 피운 재스민 나무에게 감격하며 박수를 보냈던 그날, 그 잊히지 않는 향을 떠올리면 다시 생각해도 식물을 가꾸는 삶을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일의 시도. 어떤 존재에게 내 마음을 쏟아 가꾸고 돌보며 내가 그런 온기를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