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리 Aug 28. 2024

나를 가꾸는 게 멋이라는 걸 알기

날이 제법 선선해져서 가을을 지나 겨울이 된 모습까지 상상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매년 겨울이 다가올 때마다 길이가 다른 패딩점퍼를 구매할까 아니면 가지고 있지 않은 색깔의 코트를 장만할까 고민하게 되는데 이전의 내 쇼핑 패턴은 잡지나 TV에서 예뻐 보이는 옷이나 잡화를 사거나 원래 사려던 것보다 저렴하게 판매되는 비슷한 스타일의 것을 구매하는 식으로 자신만의 고유한 기준도 없었고 내게 맞는 색감이나 장식을 분별하지 못하고 값을 지급하는 막무가내식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중에 인상 깊게 본 옷차림이 있으면 그대로 따라 하기도 했고, SNS 속 유명인들의 취향을 슬쩍 염탐하며 마치 처음부터 내가 그랬던 것인 양 흉내 내기 바빴던 시절도 있었지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편하게 입고 착용할 수 있는 것들은 몇 개 되지 않고 나머지는 유행이 지나서 입기 민망해진 쓰레기로 남아서 버리는 게 일이 돼버리는 상황이 되니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줏대 없이 낸 돈들이 아깝게 느껴지고 고유한 자신의 멋도 하나 없는 인간이 된 것 같아서 씁쓸했죠. 두껍고 투박한 액세서리를 자주 착용하고 그것이 잘 어울리던 친구, 항상 단정한 셔츠와 카디건, 면바지나 스커트로 옷감의 소재만 보면 떠오르게 되는 후배, 강렬한 초록과 쨍한 분홍색을 좋아해서 모든 옷과 물건에 그 색들을 활용하는 회사 동료. 그들은 다 각자만의 개성으로 내게 각인되어 있는데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으로 남아있긴 한 걸까? 나는 누군가에게 인상 깊게,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데 말입니다. 

여러 생각을 거치면서 남들에게 잘 어울리는 것 말고 내게 어울리고 이질감 없이 편한 나만의 멋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나를 제대로 알고자 '나'라는 사람을 연구하고 조사해 보았지요.

내 현재 패션 상태에 대해서도요. 나는 손가락이나 팔목에 액세서리를 착용하면 손을 많이 쓰는 일을 해서 그런지 불편하고 어색한 사람이며 그래서 목걸이나 귀걸이를 더 자주 착용한다는 것. 그것도 알이 크고 요란한 것보다 작고 단정한 모양이 어울린다는 걸 알았습니다.


또 상체는 가냘픈 편이나 하체 쪽에 살집이 있으므로 달라붙는 청바지나 꽉 끼는 치마보다 원피스나 여유가 있는 슬랙스 종류가 입기에도 보기에도 좋더라고요.  또 색감이 강렬한 원색 계열보다 파스텔톤의 부드럽고 여린 색들이 피부색과 잘 어울리고 남성스러운 직선의 패턴보다 곡선의 문양들이 내 체형의 단점을 보완해 주며 모자는 깊이 눌러쓰는 버킷햇 보다 챙이 있는 파나마 햇이 더 밝고 갸름한 인상을 준다는 것도요.

전문가의 도움도 받았는데요. 내가 남들에게 보이길 원했던 모습은 전문직 여성의 날카롭고 강한 이미지였는데 나와 맞지 않는 것들이었다는 말을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화려하거나 발랄한 느낌도 별로.

여러 시도 끝에 큰 장식 없이 단정하고 깔끔한, 정갈하고 소소한 느낌의 차림새가 내 스타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요란하지 않지만 청결하고 단정한 분위기를 드러내기 위해 양모나 캐시미어, 리넨으로 짜인 니트류를 애용하고 피부톤에 맞는 골드 색상과 진주를 모티브로 한 액세서리, 질 좋은 가죽의 가방과 신발을 사용하고 있어요. 처음 구매할 때 지출은 컸지만 자주 착용하게 되고 무엇보다 시간이 흘러도 고유한 나만의 멋을 보여주는 좋은 구성품들이라 오래도록 함께 할 것이고 충동적 소비도 줄어들어서 길게 보면 손해보다 이득인 셈이 되었습니다.  내일의 시도! 양말이나 모자, 안경테 그 어떤 것이든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나만의 새로운 양식을 찾아보세요. 그리고 내게 어울리고 편한 것들이 무엇인지도요. 이상하게 당당해집니다.

이전 07화 어디든 떠나보기. 자주는 어렵겠지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