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든 떠나보기. 자주는 어렵겠지만.

by 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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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쓸모를 이해하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그게 무슨 가치가 있는지, 꼭 그것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게 있다는 이야기들에 귀를 닫고 살았었고, 배부른 소리 한다고 생각했다. 뭘 떠나봐야 아는 것들이라고 그렇게 사람들 마음을 들쑤시나 삐딱한 시선으로 봤던 게 사실이다. 바쁘고 정신없고 당장 끼니를 때울 여유도 없는 사람들에게 여행은 너무 남의 일 같은 것이라 여기고 그게 현실이라고.

대학교 엠티 참가비도 아까워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빠지기 일쑤인 나의 젊은 날은 해외여행은 꿈도 못 꿀 일이었고 '영상이랑 책으로 보면 되는 거 아니야? 하는 마음으로 자기 합리화를 하며 애써 여행이라는 주제에 등을 돌렸었다.

전 재산을 털어 유럽 일주를 하는 사람을 보며 돌아와서 어떻게 살려고 저러나 오지랖을 부리기도 하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돌아온 사람들의 경험을 사서 고생한다며 그들의 체험을 가볍게 말하기도 했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 여행을 떠나고 직접 겪어봄으로써 그것이 나의 잘못된 시선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과거의 삐딱한 시선이 사라지고 여행은 자유와 해방의 장면을 남기는, 권태를 이겨낼 수 있는 치트키다! 라고 힘주어 말하는 내가 된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것은 더없이 좋은 마음의 위안이 되는 행위라는 걸 참 늦게도 알았지만 말이다.

청년 시절 친구들과 떠나는 여행조차 가본 적 없던 내가 여행의 이로움을 알게 된 계기가 있다. 결혼 후 남편과 함께 친정 부모님과 친동생, 나 이렇게 다섯이 제주도로 여행 갔을 때였다. 가족여행은 생전 처음이었는데 분주하게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아침 시간, 어떤 음식을 준비해야 하나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식사 시간, 치우고 정리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가장 편안한 사람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모든 시간의 기억들이 다 여행이 아니었다면 느낄 수 없는 것들이라 이런 게 여행의 기쁨이구나 하고 깨닫게 된 것이다.

함께 나눠 가진 시간을 기록하기 위해 앨범으로 만들었고 아직도 엄마는 기분이 울적한 날에는 그 앨범을 꺼내 보고 마음을 다독인다고 하셨다. 나 또한 그렇다. 남편과 다투고 화가 날 때 신혼여행 사진을 들춰보기도 하고 내가 이뤄놓은 것 없이 뭐 하고 살았나 가끔 허무한 감정이 들 때 지난 여행들을 가만히 떠올려 본다. 꼭 일상에서 오래도록 떠나있는 여행이 아니라 하루 만에 돌아오는 일정이라도 그것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일이 무척이나 즐겁고 나를 빛나는 쪽으로 이끄는 움직임이 된다. 또 여행하는 동안에는 나의 효능감도 느끼게 되는데 길도 모르고 말도 안 통하는 낯선 장소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원하는 바대로 일정을 마쳤을 때 그 기분은 말로 형용하기 힘들 만큼 기쁘고 뿌듯하다. 어디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함께!

누구와 어디를 얼마큼 떠나있는 여행을 계획하든지 일상을 벗어나 휴식하고 충전하며 회복하는 기회가 공평하게 누구에게라도 전달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그 기회를 스스로 선물하기로 하고~ 내일의 시도! 길 위에서 배우고 치유되는 나만의 여행 떠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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