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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Aug 29. 2024

인생에 마법을 부린다는 가무 해보기

한참 댄서들의 경연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시점에 나도 같이 열광하며 그들을 응원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오래된 기억을 떠올려보면 유치원생이던 그해 겨울 크리스마스 때쯤 학예회라는 걸 했는데 선생님이 알려주는 동작을 곧잘 따라 했던 나는 무대 맨 앞줄에 2년 연속 선발되었던 걸로 기억해요. 노래도 곧잘 했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전체 조회 시간에 단상에 올라 국민체조 시범 조에 뽑히기도 했고 중학교, 고등학교 축제 기간에 장기자랑 대표로 무대에 서기도 했고요. 대학생 때는 아주 잠깐 밴드에 몸담기도 했었지요.

그러다 시간이 흘러 직장에 다니고 결혼하고 아이 엄마가 되면서 내게서 춤추는 기쁨과 노래하고 연주하는 즐거움은 점점 멀어져 갔습니다. 어느 순간이든 무대에 올랐을 때 완벽하게 선보일 수 있는 안무와 노래 하나쯤은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저 어딘가에 깊숙이 넣어둔 채 나는 엄마로 바삐 살고 있었는데 아이 유치원 가을운동회에 참석했던 날 나는 깨달았습니다.

애창곡과 끝까지 출 수 있는 안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그날 가을운동회의 마지막 행사로 음악을 틀어놓고 멋지고 열성적으로 춤추시는 학부모에게 선생님들이 선물을 나눠주는 시간이 있었는데 아들과 남편은 소득이 없었으나 나는 상품을 손에 쥐고 돌아왔거든요. 그때 생각했습니다.

그래! 한두 가지 곡은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서 축제나 흥이 오르는 자리에서 신나게 즐길 수 있는 가무 정도는 습득해 두자! 쭈뼛쭈뼛하고 싶지 않았고 음악이 나올 때 몸을 가볍게 흔들어 리듬을 타고, 아는 노래가 나오면 기분 좋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즐거움이 내게 필요하다고 느꼈던 것입니다.

노래는 연습하면 되고 춤도 마찬가지입니다. 줌바댄스나 에어로빅, 아니면 방송 댄스를 배우러 다녀볼까 고민했지만, 영상을 틀어놓고 내가 평소 좋아하는 가수의 춤을 몇 번 따라 해 보니 꽤 비슷한 게 아니겠어요?

완벽하게 따라 하지 못해도 땀이 나고 숨이 차도 내 몸이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모습이 좋아서 계속하게 되고 발성법을 유튜브로 찾아보며 조금씩 나쁜 버릇이 고쳐질 때 희열을 느꼈어요. (녹음해서 들어봅니다.)


지금은 음악이 삶을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위로와 힘을 주었는지 알고 있고 그중 하나 연주할 때 집중하고 기능하는 내 모습을 볼 때 쾌감에 젖게 되는 순간이 있는데 연주할 수 있는 악기는 당장은 피아노 하나로 기초적인 연주곡만 가능한 수준이지만 언젠가 현악기를 배워보는 것을 시도할 예정입니다.

누군가의 오랜 연습과 노력, 재능이 버무려진 공연을 보며 감탄하고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은 설명하지 않아도 그 일이 얼마나 고된 일이고 쉽지 않은 결과인지 느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내가 그런 경지에 이르겠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삶에서 내가 표현하고 싶은 감정을 언어 외의 것들로 표현할 때 느껴지는 마법 같은 순간을 어쩌면 나는 조금 맛보았기에 조금 더 그 시간에 머물고 싶어졌어요.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면 생각보다 춤추고 노래하고 연주하고 뽐을 내야 하는 순간이 예기치 않게 많이 찾아왔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망설이고 멈칫하게 되는 내가 마음에 안 들었던 나는 연마하고 단련하리라!라고 오늘도 외칩니다.

완벽하지 못할지라도 비록 엉덩이만 씰룩거리더라도 당당하게 즐길 수 있는 내가 되기 위해! 그렇게 그 순간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자유로운 내가 되는 마법을 부려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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