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평수에도 '나'라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이렇게나 많은 물건이 필요할 일인가? 하고 방에 쌓인 짐들을 보며 생각했다. 미련이라는 단어의 형상을 직접 본 느낌이 이런 걸까?
코딱지만 하게 접힌 알 수 없는 영수증들, 사은품으로 받은 스티커와 비닐포장지, 언젠가 쓸지 몰라 싶어 상자에 넣어둔 리본들과 노끈. 지나간 연인에게서 받은 나비 모양 귀걸이 한쪽과 길에서 주운 핸드폰 고리 같은 것들이 들어 있는 유리로 만든 작은 그릇들.
청소라는 건 매일 쓸고 닦고 물건을 제자리에 두고 쓰레기는 버리는 행동을 통틀어 말하지만, 정리의 사전적 의미는 1) 흐트러지거나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는 것을 한데 모으거나 치워서 질서 있는 상태가 되게 함 2)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종합함 3) 문제가 되거나 불필요한 것을 줄이거나 없애서 말끔하게 바로잡음, 위 세 가지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나는 아직 정리되지 못한 게 많은 사람이었지만, 불안과 보상으로 버리지 못하는 물건들과 안녕을 고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것을 채워야 할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나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살고자 내일의 시도를 하는 사람으로 살기로 했으니까.
정리의 시작은 이러했다. 부피를 줄여서라도 기억하고 싶은 물건은 사진을 찍는다. 대전으로 이사 갈 때 동네 친구가 선물한 귀가 떨어진 생쥐 모양의 도자기, 인형들, 우정의 증표와 작동되지 않는 CD플레이어 등을 사진으로 남기고 날짜가 지난 화장품 샘플과 배달 음식에 딸려온 각종 소스를 모아 버렸다. 수년이 지나도 꺼내 입지 않았던 옷과 언젠가 입겠지- 유행은 다시 돌아온다는 기대로 서랍 깊숙이 넣어둔 잡동사니도 중고 거래 사이트를 통해 처분했다.
체형과 삶의 방식, 그리고 관심도가 달라지면 그에 따라 물건도 바뀌기 마련인데 새것은 새것대로 사고 오래된 건 계속 자리만 차지하고 있으니... 보고 있으면 답답하다 느끼면서도 물건에도 정을 주는 나는 긴 세월 다 끌어안고 살았다. 답답이가 따로 있나.(여기 있소) 그러나 그런 물건들을 정리하니 전에 보이지 않던 공간이 생기고 질서 있는 풍경을 바라보며 내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한데, 신변 정리라는 말 들어보셨는지.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자신의 주변에서 문제가 되거나 불필요한 것을 줄이거나 없애서 말끔하게 바로잡는 것을 의미한다.
물건 외에도 사람과의 관계도 정리가 필요한 순간이 찾아오는데 머릿속이 복잡하고 마음의 방이 여럿 있어도 자신이 버겁게 느끼지 않는다면 관계 속에서 오는 여러 문제도 흘러가듯 내버려 두면 된다. 하지만 살다 보면 그렇지 못한 때를 만나게 되기 마련이다.
금전적인 손해, 깊은 마음의 상처로 받은 피해, 이간질과 험담, 가스라이팅과 상대적 약자.
정이 쌓여 쉽게 끊어내지도 못하고 가슴 앓는 사람을 보았고, 나 또한 그런 시간, 그런 관계가 있었다. 그 사람이 불편해지고 무거워지면 그건 어떤 신호와 같은 것이다.
이제 정리하고 바로 잡아야 할 때라는 마음에서 보내는 신호. 함께한 시간이 길어도, 짧아도, 같이 나눈 믿음이 깊거나 얕아도 ‘정리’한다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어떤 결정이든 적절한 시기에 맞는 관계의 정리가 당신의 마음을 가볍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내일의 시도. 물건과 관계에 내어준 내 자리를 찾아 정리 시작!